by강종구 기자
2003.08.13 17:31:26
[edaily 강종구기자] 최근 절대권력에 도전하는 경쟁자들에 대해 피의 숙청을 단행한 미국 투자은행 메릴린치의 스탠리 오닐 회장이 젊은 경영진을 잇따라 전격 발탁하고 있어 화제다. 아예 회사 전체를 새로 만드는 계기로 삼을 작정인 듯 오닐 회장은 거침이 없다.
스탠리 오닐 회장은 12일(현지시간) 올해 초 사임했던 전 리서치책임자 로버트 맥캔을 다시 불러들이기로 했다고 발표해 또다시 월가를 놀라게 했다.
오닐은 토마스 패트릭 전 부회장(60세)의 퇴진으로 공석이 된 부회장의 자리에 올해 나이 45세에 불과한 맥캔을 지명했다. 맥캔은 명실공히 메릴린치내 서열 2위가 된 것은 물론 635명의 애널리스트를 포함해 6만3200명인 전 직원의 절반이 넘는 3만5000명의 부하직원을 거느리게 된 것이다.
로버트 맥캔은 1982년에 메릴린치에 입사해 애널리스트 경력이 전무함에도 불구하고 2001년 10월 리서치 책임자로 발탁됐던 인물이다. 그는 리서치부서를 맡은 뒤 애널리스트의 숫자를 줄이고 연봉을 실적에 따라 지급하도록 하는 등의 개혁정책으로 오닐 회장의 두터운 신임을 얻었으나 월가 애널리스트들의 투자자오도행위가 막바지에 달했던 올해 2월 전격 사임했었다.
메릴린치 경영진의 대폭 물갈이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해 말과 올해 초 맥캔을 포함해 8명의 최고위급 경영자들이 줄줄이 자진사임하거나 강제 해임됐다. 올 초에는 제로미 케니 부회장과 존 맥킨리 최고기술경영자가 사직했고 지난해 12월에는 켈리 마틴 부사장, 폴 로이 부사장, 마이클 막스 부사장 등이 메릴린치를 떠났다.
오닐 회장은 또 10년 동지이자 자신을 흑인 최초의 월가 최고경영자로 만들어 준 토마스 패트릭 전 부회장을 사실상 강제 퇴출시켰고 패트릭 전부회장이 사장승진을 강력히 추천했던 아샤드 자카리아 글로벌마켓 투자은행부문 대표의 사표도 받았다. 패트릭 전 부회장에게 대대적인 감원 등 구조조정을 진두지휘해 “커트맨”이란 별명까지 붙었으나 마지막에는 자신의 사표를 제출해야 했다.
오닐 회장은 한국인인 글로벌 채권시장 대표였던 김도우(40세)씨와 투자은행 금융그룹 공동대표였던 그레그 플레밍(40세)을 자카리아가 떠난 글로벌마켓 투자은행 부문 공동 대표로 임명했다.
잇딴 경영진 교체와 최근 피의 숙청의 결과 경영진은 몰라보게 젊어졌다. 맥켄의 재영입으로 메릴린치의 경영진은 이제 51세의 오닐 회장을 제외하면 사실상 거의 40대가 장악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최근 영입한 5명의 인물이 전부 40~48세 사이의 젊은이(?) 들이다. 메릴린치에서 일한 연차도 평균 11년으로 그리 길다고 할 수 없다.
한편 오닐 회장은 지난 2001년 7월 사장에 오른 후 전체 인력의 25%인 2만3000명에 이르는 대대적인 인력감축을 단행했다. 또한 국제부문의 축소에도 나서 일본, 캐나다 및 남아프리카 부문을 철수시키거나 줄였고 대신에 채권매매, 외환, 파생상품에 대한 투자를 확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