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반도체규제'에 한방 먹인 中, 이번엔 부품 국산화 속도
by박종화 기자
2023.09.20 15:29:39
''中 최대 메모리社'' YMTC, 자국업체와 반도체장비 부품 국산화 논의
램리서치 등 美 회사, 유지·보수 서비스 중단…교체부품 부족 우려
''부품 국산화 실패하면 YMTC 존립 위험''…中정부, 70억달러 지원
[이데일리 박종화 기자] 첨단 반도체 국산화로 미국의 수출 규제에 ‘한 방 먹였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중국 반도체 업계가 이번엔 반도체 생산 장비에 들어가는 부품 국산화에 나섰다. 국산화 성패에 따라 중국 메모리 반도체산업의 향방도 크게 갈릴 것으로 보인다.
홍콩 일간지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소식통을 인용해 중국 최대 메모리반도체 회사인 양쯔메모리테크놀로지스(YMTC)가 반도체 장비에 들어가는 미국산 부품을 국산품으로 대체하기 위해 중국 회사들과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고 20일 보도했다.
이 같은 움직임은 미국의 반도체 수출 규제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다. 미국은 지난해 첨단 반도체 제조에 사용되는 부품·장비를 중국 회사에 수출하지 못하도록 하는 규제 조치를 지난해 발표했다. 이에 따라 YMTC에 반도체 장비를 공급하던 램리서치 등 미국 기업들은 중국에 대한 제품 수출은 물론 유지·보수 서비스까지 중단했다.
중국 반도체 업계에 당장 시급한 건 부품이다. 미국산 장비 수입이 어려워진 상황에서 부품을 제때 보수하거나 교체해주지 않으면 있는 장비도 제대로 못 쓰기 때문이다. 한 소식통은 부품 국산화에 실패한다면 유지·보수가 어려워지고 교체 부품이 부족해지면서 수율이 점차 감소, YMTC의 존립이 위협받을 수 있다고 전했다. SCMP는 국산화가 시급한 부품으로 정전 척(정전기를 이용해 웨이퍼를 고정하는 부품)을 예로 들었다.
미국이 일본·네덜란드 등과 함께 중국 반도체 산업을 겨냥한 포위망을 강화하면서 중국도 ‘홀로 서기’에 속도를 내고 있다. 올 초 중국의 국영 반도체 펀드인 국가집적회로산업투자펀드 등이 YMTC에 70억달러(약 9조 3000억원)를 신규 투자한 것도 미국 규제로 반도체 산업이 위축되는 걸 막고 기술 자립을 돕기 위해서다. YMTC는 이 자금을 부품·장비를 국산화하고 미국 기업을 대신한 새 공급망을 구축하는 데 쏟아붓고 있다.
이 같은 노력은 최근 성과가 드러나고 있다. 지난달 화웨이는 7㎚ 반도체 ‘기린(Kirin) 9000 s’를 탑재한 5G 스마트폰 ‘메이트60 프로’를 출시했다. 미국 규제에도 불구하고 규제 기준(14㎚ 이하)보다 더 첨단 반도체를 선보이면서 중국이 첨단 반도체 ‘자급자족’ 기반을 어느 정도 갖췄다는 것이 확인됐다. 이를 두고 지나 러몬도 미 상무장관은 하원 청문회에서 “속상했다(upset)”면서도 “화웨이가 고성능 칩을 탑재한 스마트폰을 대량 생산할 수 있는 증거가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