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몸 난민 92명 어쩌다…그리스·튀르키예 책임공방

by이성민 기자
2022.10.18 15:32:14

그리스·튀르키예 국경서 난민 92명 나체 상태로 발견
그리스 "문명의 수치"vs튀르키예 "가짜 뉴스"

[이데일리 이성민 인턴기자] 그리스와 튀르키예의 국경에서 알몸 난민 92명이 발견돼 국제사회가 충격에 빠졌다. 17일(현지시간) 가디언에 따르면 그리스 정부는 전날 옷을 입지 않은 나체 상태의 난민 92명을 튀르키예와의 국경지대에서 발견했다며 이들의 사진을 공개했다. 난민 중 일부는 부상을 당한 상태였다.

14일(현지시간) 그리스·튀르키예 국경지대에서 발견된 난민들의 모습. (사진= 노티스 미타라치 그리스 이민국 장관 트위터)
유엔난민기구(UNHCR)는 이 사건에 대한 조속한 조사를 촉구했다. UNHCR은 “이번 사건이 충격적”이며 “난민들의 모습이 담긴 끔찍한 사진으로 인해 괴롭다”고 밝혔다. UNHCR 대변인은 “난민 무리엔 아이들도 있었다”고 전했다.

그리스 경찰은 유럽연합(EU) 국경경비 기관인 유럽국경·해안경비청(Frontex·프론텍스)과의 합동 조사 결과 난민들 대부분이 시리아와 아프가니스탄 출신으로 고무보트를 통해 튀르키예에서 에브로스 강을 건너 그리스 국경지대에 도착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튀르키예군 차량 3대를 통해 에브로스 강으로 이송됐으며 보트 탑승 전 옷을 벗으라는 지시를 받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노티스 미타라치 그리스 이민국 장관은 트위터를 통해 “난민을 대우하는 튀르키예의 방식은 문명의 수치”라고 비난했다. 또 내년 대선을 앞둔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이 자국 내 난민 문제로 인한 정치적 긴장을 해소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난민들을 그리스로 보내고 있다고 주장했다.



튀르키예 정부는 그리스의 주장에 반박했다. 파레틴 알툰 대통령실 대변인은 그리스 당국의 발표를 “가짜뉴스”라고 일축하며, “튀르키예를 궁지에 몰아넣기 위한 의도”라고 말했다.

그리스와 튀르키예는 난민 문제로 오랜 다툼을 벌여왔다. 튀르키예는 아프리카와 중동의 난민들이 유럽으로 가는 핵심 통로인데 튀르키예가 난민들을 단속하지 않아 부담이 그리스로도 전가되어 왔기 때문이다.

난민들은 현재 그리스의 경찰서와 국경경비대에서 지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은 며칠 내로 팔라카오 신원 확인 센터로 이송돼 그곳에서 UNHCR 관계자들을 만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