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회생’ 진에어, LCC 1위 향한 질주엔 제동 걸려
by노재웅 기자
2018.08.17 15:30:31
국토부 ‘신규 노선허가·항공기도입’ 제한 조치
진에어 “결정 존중...조속한 경영정상화 노력”
[이데일리 노재웅 기자] 진에어가 항공운송사업 면허취소라는 위기를 넘기며 기사회생했다. 하지만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의 ‘물컵 갑질’ 논란 이후 떨어진 소비자 신뢰도와 국토부의 신규 노선허가 제한 등 제재로 인해 저비용항공사(LCC) 업계 1위를 향한 질주엔 제동이 걸릴 전망이다.
17일 오전 10시 국토교통부 김정렬 2차관은 정부세종청사에서 한 브리핑에서 “불법 등기이사 재직 논란을 빚은 진에어에 대한 면허취소 여부를 종합적으로 검토한 결과 취소 처분을 내리지 않기로 최종 결론 내렸다”고 발표했다.
국토부는 다만 ‘갑질 경영’ 논란으로 물의를 일으킨 진에어에 대해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며 “일정 기간 신규노선 허가 제한, 신규 항공기 등록 및 부정기편 운항허가 제한 등의 제재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번 제재는 진에어가 제출한 경영문화 개선 방안이 충분히 이행되고, 경영이 정상화 됐다고 판단할 때까지 유지할 계획이다.
이에 따라 LCC 업계 1위 제주항공을 매섭게 쫓으며 달려왔던 진에어의 하반기 전망에도 먹구름이 꼈다. 진에어는 지난해 상장(IPO) 여세를 몰아 올해 연매출 1조원 돌파를 목전에 두고 있었다.
목표대로 진에어는 올 상반기 영업이익에서 제주항공을 앞서며 LCC 1위 자리를 위협하는 데 성공적인 실적을 거뒀다. 올 상반기 진에어는 매출 5603억원, 영업이익 593억원을 각각 기록했다. 같은 기간 제주항공은 매출 5917억원, 영업이익 581억원을 각각 기록했다.
하지만 국토부의 신규 항공기 도입 및 신규 노선 개설 제재로 하반기 사업 확대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 앞서 면허취소 관련 청문회가 진행되는 동안에도 진에어는 신규 항공기 도입 및 지역공항발 신규 노선 개설을 추진했지만 모두 무산된 바 있다. 특히 LCC 업계 신성장 동력으로 주목받았던 청주공항발 정기노선 신규 취항 등이 유보된 여파가 클 것으로 보인다.
자연히 하반기 채용 계획도 수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애초 3분기 도입 예정이던 3대의 항공기(B737-800 2대·B777-200ER 1대) 도입 계획이 무기한 연기되면서 신규 채용 여부도 불투명해진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LCC 경쟁에선 효율적 기재 운영을 통한 수익성 극대화가 필수적”이라며 “하반기 사업 계획을 제대로 세우지 못하는 점은 진에어에 매우 뼈아플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제 관건은 진에어가 국토부에 제출한 경영문화 개선 작업을 얼마나 빨리 이뤄내는지에 달렸다.
앞서 진에어는 국토부에 지난 14일 ‘경영문화 개선 방안’을 제출하며 기존과는 달라진 경영을 펼치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조현민 전 부사장 등 총수 일가의 ‘갑질’이 일상생활뿐 아니라 회사경영에서도 나타난다는 지적이 일자 이를 해소하기 위한 방안을 제출한 것이다.
개선 방안에는 △의사결정 체계 정비 및 경영 투명화 △준법지원 제도 등 내부통제 시스템 강화 △수평적 조직문화 구축 등이 담겼다.
먼저 경영에서 최종 결재는 대표이사가 하고, 한진칼·대한항공 등 타 계열사 임원의 결재를 즉시 배제하겠다고 했다.
현행 분기 1회인 주주총회 소집과 대표선임 등을 위한 이사회 개최를 격월로 늘리고, 20억원 이상 신규 투자 등도 이사회에서 의결하도록 해 이사회 역할을 강화하기로 했다.
또 사외이사에 친인척 등 특수관계인을 배제하고, 사외이사 수를 이사회 과반으로 확대해 회사 주요 의사결정을 투명하게 하겠다고 강조했다.
올해 10월까지는 준법지원인을 선임해 항공법령 등 준수 여부를 꼼꼼히 챙기고, 외부전문가와 익명 제보 등을 통한 준법경영을 강화하겠다는 방안도 넣었다.
아울러 내년부터 매년 임원에 대한 보직 적합성 심사를 하고, 반기마다 리더십 평가 등을 통해 권위적이고 상명하달식 문화를 근절하겠다고 약속했다.
직원들의 복지와 불만 대응 등을 위해서는 직장 내 괴롭힘이나 인권침해 신고 등에 대한 익명성 보장, 조속한 내사, 조사단에 노조 위원 포함 등 조치도 취하겠다고 덧붙였다.
진에어 관계자는 “국토부의 진에어 면허 유지 결정 취지를 존중한다”면서 “앞으로 진에어 임직원은 조속한 경영 정상화와 고객 가치 및 안전을 최고로 여기는 항공사가 되도록 더 노력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