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수진 친 손학규, 여론조사 배제 현장투표 안되면 경선 불참… 안철수와 강대강

by선상원 기자
2017.03.08 12:06:24

전화로 하는 투표나 조사는 옳지 않아, 공론조사도 반대
손학규, 탈당에 선 그어… 이후 상황 봐야 한다며 여지 둬
안철수 “명부 없는 투표 존재할 수 없어”… 기존 합의도 깨져

[이데일리 선상원 기자]전날 김종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만나 새로운 개혁세력 구축에 뜻을 모은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가 대선 경선룰 합의가 안 되면 국민의당 경선에 불참하겠다는 뜻을 표명했다. 선거인단 모집없이 현장투표로 대선후보를 선출하는 방식이 반영되지 않으면 굳이 경선에 참여할 이유가 없다는 의지로 읽힌다.

손 전 대표는 8일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경선룰 합의가 안 되면 어떡하겠느냐. 뭘 할 수 있겠느냐. 박지원 대표에게 그렇게 얘기를 했다”고 밝혔다. 손 전 대표는 “모바일이건 여론조사건 전화로 무엇을 하는 게 정치에선 배제돼야 한다는 생각”이라며 안철수 전 대표 측이 주장하는 여론조사 공론조사를 반영할 수 없다는 입장을 명확히했다. 현재 손 전 대표는 현장투표 80% 숙의배심원제 20% 주장하고 있고, 안 전 대표는 현장투표 40%에 여론조사 30% 공론조사 30%를 경선룰로 제시하며 대립하고 있다.

국민의당은 대선기획단장과 사무총장, 선거관리위원장 등이 참여해 중재안을 마련중이지만 양측이 이를 수용할 수 있을지 미지수이다. 당 지도부는 이날 저녁에 최고위를 소집해 경선룰 절충을 시도할 것으로 알려졌다. 당 일각에서는 중재안으로 여론조사 대신 공론조사와 숙의배심원제를 결합해 현장투표와 실시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다. 공론조사는 조사대상자를 선정한 후 대선주자간 TV토론을 시청하게 한 다음에 선호도나 지지도를 조사하는 방식이다. 공론조사도 여론조사의 한 형태다. 숙의배심원제는 지난해 총선 때 국민의당이 광주지역 선거구에서 후보 선출에 사용했던 것으로, 배심원들이 한 곳에 모여 대선주자 토론회를 보고 투표를 통해 후보자를 결정하는 방식이다. 공론조사 10%에 숙의배심원제를 20%를 배합하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 여론조사 방식을 거부하는 손 전 대표측의 강경한 태도가 변수다.

손 전 대표 측근은 “공론조사와 여론조사는 같다. 전화로 하는 투표나 면접조사는 (민심을 오도할 수 있어) 옳지 않다고 본다. 현장투표 100%가 안되면 숙의배심원제를 하자는 거다. 숙의배심원제를 30% 하더라도 그게 맞다”고 전했다.



안 전 대표가 선거인단 모집을 얘기하는 것도 협상을 더 어렵게 하고 있다. 안 전 대표는 이날 오전 이데일리 퓨처스포럼 특강에 참석한 후 기자들과 만나 “선거인 명부 없는 투표는 존재할 수 없다. 그건 합리적인 이야기이다. 선거인명부가 있는 상황에서 현장투표하는 게 원칙이다. 원칙을 말씀드리는 것”이라며 선거인단 없는 현장투표에 부정적인 시각을 드러냈다.

다만 선거인단 모집없는 현장투표는 대선주자 대리인들이 참여한 경선룰 협상초기에 합의했던 완전국민경선제를 뒤집는 얘기라 논란이 예상된다. 손 전 대표 측근은 “(선거인단 모집없는) 현장투표를 하기로 해놓고 지금와서 선관위가 위탁을 받느니 마느니 하면서 하는 것은 옳지 않다. 이중투표 방지만 하면 되기 때문에 당에서 관리하면 된다. (경선룰 협상 때) 완전국민경선제로 한다고 대원칙을 합의했다. 왜 다시 얘기하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양측이 팽팽히 맞서면서 8일까지 마무리하겠다는 경선룰 협상도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결국 안 전 대표와 손 전 대표 중 한 사람이 결단하는 수 밖에 없다. 이대로 가면 국민의당은 경선룰도 마련하지 못하고 조기대선에 직면할 수도 있다.

한편 손 전 대표 측은 경선 불참이 탈당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고 선을 그으면서도 여지를 뒀다. 여론조사 배제와 현장투표 원칙이 관철되지 못해 경선에 참여하지 않는 것이지, 그것 때문에 당을 떠날 수는 없다는 것이다. 손 전 대표 측근은 “일부 언론보도는 앞서 나갔다. 탈당은 아니다. 우리가 주장했던 원칙이 합리적 대안이기 때문에 그것을 받지 않으면 경선에 참여할 생각이 없다. 다만 대통령 후보로 나올지는 이후에 상황을 봐야 한다”고 말했다.

악수하는 김종인-손학규 (서울=연합뉴스) 정하종 기자 = 7일 오전 서울 중구 한 음식점에서 김종인(왼쪽) 더불어민주당 전 비대위 대표와 손학규 민주당 전 대표가 만나 악수를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