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고 출신 금융지주 회장·검정고시 출신 금감원장.."그들은 희망을 쐈다"

by김영수 기자
2014.11.18 15:18:16

[이데일리 김영수 기자] 금융감독원 설립후 처음으로 검정고시 출신의 원장이 탄생했다. 국내 굴지의 금융지주사 회장에도 상고 출신 회장이 선임됐다. 바로 진웅섭 금감원장 내정자와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 내정자가 그 주인공이다.

한 금융권 고위 관계자는 “진 내정자와 윤 내정자는 관피아·모피아·정피아를 배척하는 정치·사회적 분위기에서 실력과 능력으로 수장까지 오른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며 “우리 사회가 이제는 학연, 지연 등이 아닌 능력과 실력을 우선 순위로 사람을 평가하는 인사시스템이 정착되는 초석이 됐으면 바란다”고 말했다.

▲진웅섭 금융감독원장 내정자
18일 최수현 금감원장의 후임으로 진웅섭 현 정책금융공사 사장이 내정되자 금융권은 크게 환영하는 분위기다. 진 내정자는 금융당국 내에서도 입지전적인 인물로 평가된다.

그는 포항 동지상고를 다니다 집안 형편이 어려워지자 중퇴하고 고졸 검정고시를 봤다. 7급 공무원에 합격한 후 법무부에 근무하던중 건국대 법학과에 진학했다. 재학 중 28회로 행정고시에 합격했으며 졸업 후에는 30회와 같이 연수를 받고 공직에 입문했다.

공직 생활에서도 꼼꼼한 일처리로 인정을 받았으며 겸손하고 소탈한 성품으로 선후배로부터 두터운 신망을 받았다.

그는 재무부 장관비서관을 시작으로 국제관세과, 중소금융과, 산업금융과, 회계제도과, 재정경제원 대외경제국 경제협력과를 거쳐 재정경제부 장관비서관, 공보과장, 금융감독위원회 기획과장, 혁신행정과장, 금융위 공적자금관리위원회 사무국장, 금융위 대변인, 자본시장국장 등을 역임했다. 이후 2012년 MB정부 말 새누리당 수석전문위원으로 자리를 옮겼으며 그 해 금융위 금융정보분석원장(FIU)에 취임했다.



올해 2월는 정책금융공사 사장에 취임해 본격적인 홀로서기에 나섰다. 올해말 산업은행과 합병을 앞둔 정금공에는 아무도 오지 않아 진 내정자가 총대를 맺다는 후문까지 나돌았다.

하지만 그는 실망하지 않았다. 정금공 사장 취임후에는 홍기택 산은지주 회장과 함께 통합산은 출범을 위해 힘을 실어줬다. 당장 눈 앞의 이익보다는 국익을 위해 일하는 모습이 주변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였다는 평가가 이어지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일희일비하지 않는 진 내정자의 우직하고 헌신적인 노력의 결과물인 셈이다.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 내정자
윤종규 회장 내정자도 진웅섭 정금공 사장이 금감원장에 내정되면서 새롭게 회자되고 있다. 윤 내정자는 광주상고 졸업후 외환은행에 입사후 성균관대학교 경영학과를 야간으로 졸업했다.

대학 재학 중이던 1980년 공인회계사 시험에 합격했으며 이듬 해엔 25회 행정고시 2차에서 차석으로 합격했다. 하지만 학생운동 전력 때문에 행시 3차 면접에서 탈락했다. 윤 내정자는 공무원의 꿈을 접고 회계사 시험에 합격한 후 삼일회계법인에서 능력을 인정받으며 부대표 자리까지 올랐다.

윤 내정자는 고 김정태 국민은행장의 권유로 국민은행에 합류한 후 금융당국으로부터 징계를 받는 등 우여곡절을 겪은 후 최근 KB금융지주 회장후보추천위원회에서 회장 내정자로 선정됐다.

현대차와 KB국민카드가 복합할부금융수수료를 놓고 평행선을 달리고 있는 상황에서 현대차 고위 임원을 만나 협상을 깔끔히 마무리하면서 회장으로서의 능력을 보여주기도 했다. 윤 내정자는 국민은행 노조가 반색할 정도로 온화한 인품뿐만 아니라 실력도 뛰어나 내부 직원들의 신망이 두텁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