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재판, 임원성과급 외장하드 증거채택 안 될듯
by김현아 기자
2013.06.03 18:47:47
원심서 무죄판결 받은 IB추가지급건, 검찰 측에 증거 특정 요구
[이데일리 김현아 기자]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항소심 공판에서도 전 SK(003600)그룹 재무실 소속 박 모 씨가 작성한 임원성과급(IB) 관련 문서는 증거로 채택되지 않을 전망이다.
앞서 원심 재판부도 최 회장에게 징역 4년을 판결하면서 SK계열사들이 만든 펀드 출자금 중 일부를 횡령했다고 판단했지만, 임원성과급(IB) 추가 지급을 통한 부외자금(139억 5000만원) 횡령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 판결을 했다.
서울지방법원 형사4부(부장판사 문용선) 심리로 3일 열린 공판에서도 최 회장이 IB추가지급을 지시하거나 인지했는가를 두고 공방이 치열했다. 2004년 SK투자회사관리실에서 해당 자금을 마련해 부외자금으로 활용하기 시작했을 때 이 계획을 만드는데 관여한 조 모 씨(현 SK그룹 계열사 사장)가 증인으로 출석했지만, 원심 때와 똑같은 논란이 진행된 것이다.
특히 문용선 재판장은 박 모 씨가 작성한 외장하드 문서 중 ‘FY 09년 회계연도 IB 지급검토안’와 ‘IB관련 조치 요망사항’ 등의 문서에 대해 원심 때와 마찬가지로 증거로 채택하기 어렵다는 뜻을 밝혔다.
해당 문서는 검찰 압수수색때 박 모 씨 후임인 SK재무실 소속 직원 손 모 씨 집에서 발견된 것으로, 회사가 지급한 임원성과급(IB)으로 2차 계좌를 통해 최 회장 자금을 마련하는 걸로 돼 있다. 읽고 찢어버리라는 의미의 ‘독후파기(讀後破棄)’라고 적힌 문서(IB관련 조치 요망사항)도 있다.
문 재판장은 “검찰이 제시한 압수수색 영장에 적시된 범죄사실은 펀드자금 관련인데, 이 문건은 IB추가지급에 대한 건이어서 디지털증거의 경우 압수수색 영장 범위 내에서 출력해야 하는 부분과 다르다”면서 “현재로서는 (증거수집이) 적법하다고 보기 어렵지 않느냐”고 말했다.
검찰은 이에 대해 “해당 문건에는 회장의 개인재산을 관리했던 관제팀의 존재가 드러나는데 이는 펀드 유용의 간접증거가 될 수 있다”면서 “압수수색은 공소유지를 위한 것이니 재판과정에서 입증이 요구되는 증거들은 모두 인정돼야 한다”고 반박했다.
하지만 변호인 측은 “간접증거와 간접사실을 모두 연관시킨다면 삼라만상이 모두 연결돼야 한다”며 “관제팀의 존재여부가 범죄를 구성하는 핵심요건이 돼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니 증거가 될 수 없다”고 재반박했다.
한편 이날 증인으로 출석한 조 모씨는 SK그룹이 계열사 고위 임원들을 대상으로 IB를 추가지급한 뒤 이를 되받아 임직원 경조사비와 격려금 등으로 쓴 것에는 동의했지만, 부정한 목적이 아니라고 항변했다.
문용선 재판장은 검찰 측에 증거논란이 있는 부분을 제외하고, IB추가지급을 통한 공소사실을 입증할 증거를 특정해 달라고 요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