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보고서 사태에도…"동의합니다" 조용히 끝난 아시아나항공 주총

by이소현 기자
2019.03.29 11:13:52

특별한 문제제기 없이 안건 원안대로 모두 통과
박삼구 사임..이사회 후 한창수 대표이사 선임 전망
대표이사 물러난 김수천, 주식 2만주까지 늘어나
"30년간 아시아나항공에서 일한 사람, 힘 되고자"

아시아나항공 정기 주주총회가 열린 29일 오전 서울 강서구 오쇠동 아시아나항공 본사에서 주주들이 총회를 마치고 회의장을 나서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이소현 기자] “동의합니다, 재청합니다.”

감사보고서 ‘한정’→주식 매매거래 정지→최고경영자(CEO) 퇴진 등 일주일새 격랑에 휩싸인 아시아나항공의 주주총회는 29일 차분한 분위기 속에서 마무리됐다.

2018년도 감사보고서 ‘한정’ 논란과 재무에서 영업이익이 3분의 1 수준으로 줄어드는 등 시장의 불신을 키워 책임론이 불거질 것으로 예상했지만, 상정된 안건은 모두 원안 가결됐다.

주총 현장에서 주주들은 이런 사태를 일으킨 경영진에 대해 크게 문제를 제기하지 않았다. 전날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 “이 모든 것은 전적으로 제 불찰이고 책임”이라며 그룹 회장직과 아시아나항공, 금호산업 등 2개 계열사의 대표이사직과 등기이사직에서 전격 퇴진을 결정하면서 회사 안팎으로 어수선한 점을 우려했지만, 대부분 주주는 ‘채찍’보다 ‘당근’을 택했다.

주주 가운데 아시아나항공 지분의 11.98%를 쥐고 있는 2대 주주인 금호석유화학은 위임을 통해 사내이사 선임 건에 반대표를 행사했다. 금호석유화학은 회장인 박찬구 회장이 형 박삼구 회장과 ‘형제의 난’을 겪어 갈등의 골이 깊다.

이날 회의의 주요 안건은 △제31기 재무제표 및 연결재무제표 승인의 건 △정관 변경의 건 △이사 선임의 건 △감사위원회 위원 선임의 건 △이사 보수 한도 승인의 건이었다.

사내이사로는 한창수 아시아나항공 사장과 안병석 아시아나항공 경영관리본부장이 선임됐다. 사외이사로는 박해춘 전 국민연금공단 이사장만 선임됐다.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사위인 곽상언 법무법인 인강 대표변호사의 사외이사 선임이 눈길을 끌었으나 곽 변호사가 일신상의 사유로 후보직을 철회하면서 해당 안건 역시 상정되지 못했다. 감사위원은 박 전 이사장과 이형석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이 선임됐다. 이외 다른 안건은 모두 원안 가결됐다.

이날 주총에 참석한 주주는 1785명, 주식 수는 1억3300만주로 의결권 있는 주식의 64.87%를 차지했다.



아시아나항공은 이날 주주총회 이후 이사회를 열어 대표이사 선임을 논의한다. 박삼구·김수천 대표이사 사임으로 인해 한창수 아시아나항공 사장이 대표이사로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29일 오전 서울 강서구 오쇠동 아시아나항공 본사에서 열린 주주총회에서 한 주주가 준비한 의견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아시아나항공은 주총장에서 거듭해 고개를 숙였다. 2018년 감사보고서와 부진한 실적에 대해 송구스러운 마음을 전하며 신뢰회복을 다짐했다.

기내식 사태에 책임지고 사장직에서 물러난 김수천 아시아나항공 대표이사(금호아시아나그룹 상임고문)는 이날 주총에서 의장 자격으로 단상에 올라 “지난 한해 미래 성장동력을 확보하고 경영체질을 개선하는 등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두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음에도 불구하고 주주 여러분의 기대에 부응하는 경영성과를 달성하지 못한 점에 대해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거듭 사과했다. 이어 그는 “올해는 반드시 기업가치를 높이고 주주이익을 극대화해 기업으로서의 사회적 책임과 역할을 다하는 ‘아름다운 기업’이 될 수 있도록 전 임직원이 각고의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약속했다.

주총이 마무리된 후 기자들과 만난 김 상임고문은 “한창수 아시아나항공 사장이 어려운 상황에서도 주총에서 보여주신 주주님들의 뜻을 잘 완수하도록 믿어 의심치 않는다”며 “책임감을 느끼고 다시는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고, 주주나 여러 이해관계자, 고객들 신뢰를 완벽하게 회복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상임고문은 이날 주총을 마지막으로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나지만, 주가 부양을 위해 아시아나항공 주식을 2만주까지 늘렸다. 아시아나항공은 이날 김 상임고문이 지난 26일 2956만원 규모 보통주 8823주를 장내 매수했다고 공시했다.

김 상임고문은 “주식이 떨어지다 보니 개인적으로라도 힘이 됐으면 좋겠다는 마음에서 그랬다”며 “퇴임하지만 2만주 정도라면 아시아나항공에서 30년 일한 사람으로 면이 좀 서지 않겠나”고 웃어 보였다. 그러면서 “반드시 현역에 있는 임직원들이 경영 정상화해서 주주 가치를 기업가치를 크게 끌어올릴 것 믿고 희망한다”며 “밖에서 격려하고 응원할 것”이라고 독려했다.

29일 오전 서울 강서구 오쇠동 아시아나항공 본사에서 열린 주주총회에서 의장을 맡은 김수천 대표이사가 인사하고 있다. 김 이사는 감사보고서로 불거진 회계 사태에 대해 사과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