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진제 개편 이렇게]②누진제 3단계로 완화시 전기료 年 53만원↓

by최훈길 기자
2016.08.12 14:25:57

''6→3단계 누진제 완화'' 국회 검토보고서 예측치
4~6단계 月4060원~4만4804원↓, ''한시 할인''보다 7배 절감
전기 적게 쓰는 1~3단계 月2318~3695원 요금 올라
전문가들 "누진제 개편하되 저소득 지원 강화해야"

(출처=박주민 의원실·2012년 국회 지식경제부 전기사업법 일부개정법률안 검토보고서, 3단계-3.6배 완화 기준, 기금·부가세 제외한 요금)
[세종=이데일리 최훈길 기자] 여야가 제시한 개편안처럼 6단계 누진제를 3단계로 완화하면 연간 50만원 넘게 전기요금이 절감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전기를 적게 쓰는 가구는 현재보다 전기요금이 연간 2~3만원 증가했다. 누진제를 완화하더라도 부담이 느는 저소득층 지원 방안을 마련하고 형평성 논란을 해소할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12일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19대 국회 지식경제위원회(현 산업통상자원위원회)는 ‘전기사업법 일부개정법률안’ 관련 검토보고서(2012년)에서 주택용 누진제를 3단계로 완화할 경우 6단계(500kWh 초과) 가구당 월평균 요금이 19만5392만원에서 15만588원으로 4만4804원 인하된다고 밝혔다. 연간 52만7648원 규모다. 올해 정부가 추진하는 한시적 할인액(1가구 월평균 6000원 수준)보다 7배나 많은 수준이다.

4~5단계를 쓴 소비자도 인하 혜택을 받았다. 4단계(301~400kWh)는 월평균 4060원씩, 5단계(401~500kWh)는 월평균 5576원씩 내려갔다. 반면 1~3단계 월평균 요금은 증가했다. 1단계(100kWh 이하)는 2318원, 2단계(101~200kWh)는 3328원, 3단계(201~300kWh)는 3695원씩 요금부담이 생겼다.

이는 6단계, 11.7배로 가파르게 올랐던 누진율(최고·최저요금 비율)이 3단계, 3.6배(전력량요금 반영)로 바뀐 결과다. 이 결과 4~6단계로 전기를 많이 쓰는 가구(33.2%)는 요금이 줄었고 나머지 가구(66.8%)는 전기요금 부담이 늘어났다.

2012년 당시와 현재는 단계별 전력량 요금이 달라 요금 증감액이 서로 다를 것으로 보인다. 요금인하 혜택을 받는 가구 규모도 달라질 전망이다. 지난해 8월 4~6단계를 쓰는 가구는 약 1008만 가구(43.5%)에 달했다.



다만 누진단계·비율은 같기 때문에 전반적인 추세는 비슷할 전망이다. 전기를 많이 쓰더라도 전기요금 폭탄을 맞는 일은 줄어들지만 전기를 적게 쓰는 가구의 요금부담은 늘어난다는 사실이다. 누진제를 폐지하거나 급격하게 바꿀 경우 이 같은 경향은 더 뚜렷하게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보고서를 작성한 김호성 수석전문위원은 “가전기기 보급 확대 및 대형화 등에 따라 달라진 전력사용 패턴 및 가구 구성비의 변화(2인 이하 가구 증가)를 감안해 누진구간 및 구간별 요금조정 등도 고려할 필요성이 있다”면서 “서민층(전기 저소비 가구)의 부담이 증가해 형평성 문제를 야기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20대 국회에서는 국회 기획재정위원장인 조경태 새누리당 의원(3단계-1.4배),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3단계-2배), 국민의당(4단계) 등이 누진제 완화 개정 방안을 내놓았다. 현재까지는 누진제를 즉각 폐지하는 개정안은 발의되지 않은 상태다.

유승훈 서울과학기술대 에너지정책학과 교수는 “미봉책인 한시적 완화에 그칠 게 아니라 미국 등 선진국 수준으로 누진제를 개편하도록 사회적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며 “1단계를 쓰는 일부 기초생활수급자 등을 위해선 에너지 바우처나 요금 감면 등의 지원 제도를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2013년 감사원 감사결과 보고서에 따르면 한전의 실태조사 결과 1단계 요금 적용가구 중 기초수급자, 장애인, 독거노인 등 소외계층은 130가구(6.0%)였고 기초생활수급자는 18명(0.8%)이었다. 소득이 괜찮은 싱글 등 1인 가구가 1단계 요금에 많이 분포해 있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