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루쌀 라면·빵' 나온다는데…기존 쌀과 뭐가 다른가요?[궁즉답]

by김은비 기자
2023.05.11 14:49:19

전분 구조 밀과 유사해 공정 과정 줄어
재배방식 쌀과 같아…농가 작물전환 부담 ↓
활용도 높이려면 가격 경쟁력 확보 등 숙제

[세종=이데일리 김은비 기자]

정황근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지난달 27일 서울 서초구 aT센터에서 열린 가루쌀 산업 활성화 미래 비전 선포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가루쌀은 돌연변이에서 탄생한 가루용 쌀 품종입니다. 쌀밥용으로 쓰이는 일반적인 멥쌀과 달리, 밀처럼 바로 빻아서 가루로 만들 수 있습니다. 쌀 농가의 어려움이 쌀소비 감소 탓이 큰 만큼 밀가루처럼 손쉽게 빵으로 만들수 있는 가루쌀을 재배해 쌀소비량을 늘려보자는 것이 정부의 주장입니다.

쌀을 빵, 떡 등의 원료로 사용하려면 먼저 가루로 만들어야 합니다. 밀은 통밀을 도정하면 바로 가루가 되지만, 멥쌀은 전분 알갱이가 치밀하게 배열돼 있어 딱딱하기 때문에 바로 가루를 내면 세포가 다 깨져서 쓸 수가 없습니다. 따라서 멥쌀은 물에 불린 뒤 빻는 습식제분을 거쳐야 합니다. 통밀을 제분하는 건식제분 방식보다 습식재분 방식은 공정 비용이 2배 가량 더 비싼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쌀가루가 기존 밀가루보다 우선 가격 경쟁력에서 밀릴 수 밖에 없는 이유입니다.

반면 가루쌀은 밀가루와 전분 구조가 거의 유사해 물에 불리는 과정 없이 가루로 만들어 쓸 수 있습니다. 식품업계에서는 케이크, 과자류, 밀가루 함량이 낮은 어묵, 소시지 등은 쌀가루만으로 제조할 수 있을 것으로 봅니다. 또 △소면 등 면류 △식빵 등 발효빵류 △튀김가루 등 분말류 △만두피 등은 분질미 쌀가루와 밀가루를 혼합해 제조할 수 있습니다.



가루쌀이 멥쌀처럼 글루텐이 없다는 점도 기회 요인으로 꼽힙니다. 글루텐은 호밀·밀 등에 들어있는 불용성 단백질 혼합물입니다. 빵을 부풀게 하고 빵과 면에 특유의 풍미와 쫄깃한 식감을 더합니다. 발효가 필요하지 않은 제품은 첨가물 없이 쌀가루로도 만들 수 있습니다. 일부 사람에게 알레르기나 소화장애를 일으킬 수 있어 최근 ‘글루텐 프리’(Gluten Free)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시장조사기관인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전세계 글루텐 프리 시장 규모는 작년 기준 78억5890만 달러 규모로 매년 7.7%의 성장률을 보이고 있습니다.

농가 입장에서도 가루쌀은 벼의 일종이니 기존 쌀농사를 짓던 방식대로 농사를 지을 수 있어 수월합니다. 그간 쌀 수급 불균형 문제가 해결되기 어려웠던 가장 큰 이유는 소비가 급격히 줄어드는데도 벼 재배가 다른 작물보다 재배하기 훨씬 쉬워 농가에서 작물 전환을 하기 쉽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가루쌀은 생육기간이 일반 벼보다 20~30일 정도 짧습니다. 멥쌀은 보통 5월 중순~6월 중순 모내기를 하는데, 가루쌀은 6월 하순~7월 초순 모내기가 가능해 밀, 보리 등과의 이모작을 하기에도 쉽습니다.

가루쌀이 기존 쌀가루보다 장점이 많은 건 분명하지만, 실제 시장에서 활용되기 위해선 수입 밀가루와의 경쟁력 확보 방안 등 풀어야 할 숙제도 많습니다. 우선 가격적인 측면입니다. 제분용 밀 수입가격이 1톤(t)에 449달러(약 59만3578원, 2월 기준) 수준인 반면, 국내 쌀 가격은 20kg에 4만4902원으로 단순 계산해도 쌀이 수입밀 보다 3.6배 비쌉니다.

전문가들은 차별화·고급화를 통해서 수입 밀과 경쟁력을 확보해야 된다고 조언합니다. 문경선 유로모니터 코리아 총괄은 “세계적으로 돈을 더 내더라도 건강한 음식을 소비하려는 분위기가 커지고 있다”며 “국내에서도 ‘제로슈거’ 등이 유행을 하고 있는데 기업에서 우리쌀로 만들어서 맛있으면서도 건강한 제품을 만들어 프리미엄으로 마케팅을 해 소비자를 이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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