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명→2만5000명'…일본 코로나 폭증 미스터리[글로벌Q]
by방성훈 기자
2022.01.18 15:45:10
일본, 나흘 연속 확진자 2만명 넘어
주일미군, 검사없이 입출국·외출 자유 ‘방역 구멍’
기지서 오미크론 집단감염 후 지역사회 급속 확산
3차 접종(부스터샷) 1.1% 불과… 접종기간 단축 검토
아베·스가 반사효과에 기시다 총리 지지율 최고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일본 내 코로나19 신규 감염자 수가 올해 들어 폭증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일본에선 17일까지 최근 나흘 연속 하루 2만명 이상의 신규 감염자가 발생하는 등 누적 감염자 수가 190만명을 넘어섰다.
일본 내 코로나19 감염자 수는 ‘급감’과 ‘급증’으로 널뛰기 하고 있다. 도쿄올림픽 폐막 직후인 작년 8월 하루 2만5000명 이상의 확진자가 쏟아졌다. 이후에는 점차 줄어들어 10월 200명대를 찍고 11월엔 50명까지 떨어졌다. 이렇다 할 이유를 찾지 못하고 감염자 수가 급감해 전 세계적으로 ‘미스터리’라는 주목을 받았다.
올해는 정반대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 새해 첫 날인 1일 500명대에 불과했던 감염자 수는 사흘 만인 4일 1000명대로 치솟았고 지난 12일엔 1만명을 넘어섰다. 14일에는 2만명을 넘어서더니 15일과 16일은 2만5000명대를 기록했다. 17일까지 나흘 연속 2만명이 넘는 확진자가 발생했다.
외신들은 “한 때 코로나19 방역에 성공한 것처럼 보였던 일본이 또 한 차례 치명적인 겨울을 맞이하고 있다”고 평했다.
△ 오키나와의 주일미군 기지 집단감염이 방역에 구멍이 뚫리는 단초가 됐다. 일본은 오미크론 변이 확산에 비교적 빠르게 대응한 편이다. 확산 초기부터 외국인 신규 입국을 원칙적으로 금지하는 등 강도 높은 입국 규제를 시행했다. 하지만 주일미군은 미국에서 출국할 때, 그리고 일본에 입국할 때 코로나19 검사를 받지 않았다. 입국 후에도 기지 밖으로 별다른 규제 없이 자유롭게 외출이 허용됐고, 지역사회로 감염이 빠르게 번져나갔다.
△ 일본의 3차 백신 접종(부스터샷)이 여전히 시작 단계에 머물러 있다는 점, 원활하지 못한 백신 보급, 연말연시 연휴 기간의 대규모 유동 인구 등이 복합적으로 영향을 끼친 것으로 파악된다. 영국 옥스퍼드대학교의 통계 사이트인 아워월드인데이터에 따르면 지난 16일 기준 일본에서 2차까지 접종을 마친 비율은 79.1%, 10명 중 8명 꼴이다. 하지만 3차 접종률은 1.1%, 100명 중 1명 수준에 그치고 있다. 또 백신 전량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어 수급이 빡빡하다는 점, 지난 10일 성인의 날(매년 1월 둘째 주 월요일) 연휴 이후 검사 건수가 늘어난 것도 감염자 수가 급증한 원인으로 꼽힌다.
△ 2차 접종은 어느 정도 마무리된 만큼 3차 접종에 총력을 기울이겠다는 방침이다. 이에 따라 65세 이상 고령자 및 의료종사자 대상 3차 접종기간을 2차 접종 후 8개월에서 7개월로 줄였다. 이를 6개월로 한 달 더 단축하는 방암도 검토하고 있다. 65세 미만의 3차 접종 시기도 8개월에서 7개월로 줄이는 방안도 함께 논의되고 있다. 이외에도 오미크론 변이의 잠복 기간이 짧은 것을 고려해 밀접접촉자 격리 기간을 현재 14일에서 10일로 단축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
△ 일본 정부는 지난 9일부터 이달 말까지 오키나와·야마구치·히로시마 등 3현에 적용 중인 ‘만연방지 중점조치’를 도쿄·사이타마·지바·가나가와 등 수도권 1도 3현, 기후·미에·아이치 등 중부 도카이 지방 3현, 니가타·구마모토·미야자키·나가사키현 등 총 1도 10현으로 오는 19일부터 확대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기시다 후미오 총리는 18일 관계 각료와 협의한 뒤 19일 전문가 자문을 거쳐 대상 지역을 최종 결정할 계획이다.
△ 긴급사태에 준하는 방역대책으로 지자체장이 음식점 등에 영업시간 단축을 요청하거나 명령할 수 있다. 위반 시엔 과태료가 부과된다. 우리나라의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와 비슷하다.
△ 요미우리신문이 지난 14~16일 18세 이상 유권자 1057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기시다 내각 지지율은 한 달 전보다 4%포인트 상승한 66%를 기록했다. 지난해 10월 내각 출범 후 최고치다.
코로나19 확진자가 하루 2만명을 웃돌고 있지만 기시다 총리가 스가 요시히데 전 총리와 달리 ‘발 빠르게’ 코로나19 위기 사태에 대응한 것이 높은 평가를 받은 것으로 파악된다. 일종의 기저효과인 셈이다.
스가 내각은 출범 당시 70%대 높은 지지를 받았지만 국내여행 지원사업 ‘GoTo트래블’ 고집해 감염을 급속 확산시켰다는 비판을 받았고, 이후 지지율이 급락했다. 지난해 8월 하루 2만 5000명 이상의 감염자가 발생할 당시 스가 내각 지지율은 30% 전후로 출범 초반과 비교해 절반 이하로 떨어졌다. 코로나19 대응 실패는 스가 전 총리의 자진 퇴임의 계기가 됐다.
아베 신조 전 총리 역시 코로나19 초반 품질이 떨어지는 마스크(일명 아베 마스크)를 만들어 배포했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은 바 있다.
기시다 내각은 오미크론 변이 확산 초기부터 외국인 신규 입국을 금지했고, 올 들어 감염자 수가 급증하자 이를 2월 말까지 연장했다. 또 중점조치 적용은 물론 상황이 악화할 경우 행동제한 조치도 검토하겠다는 뜻을 내비치는 등 적극 대응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