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깡통주택' 속출에 불안한 신축빌라·오피스텔 세입자

by강신우 기자
2021.08.18 15:04:42

서울 신축빌라 10집 중 3집이 ‘깡통주택’
오피스텔 전셋값, 매매가 웃돈 곳도 많아
전세보증보험 가입액 전년比 58.6% 증가
“전세가율 높으면 반전세 전환도 검토해야”

[이데일리 강신우 기자] 서울 시내 신축빌라(연립·다가구)와 오피스텔 등을 중심으로 ‘깡통주택’이 속출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연합뉴스)
깡통주택은 전셋값이 매매가격과 비슷하거나 오히려 더 비싼 집으로 갭투자나 경매로 넘어가면 세입자가 전세금을 제대로 돌려받기 어렵다.

18일 부동산 정보업체 다방이 운영하는 스테이션3가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자료를 바탕으로 올해 지어진 서울 신축 빌라의 상반기 전세거래 2752건을 전수 조사한 결과 전체의 26.9%(739건)가 전세가율 90%를 웃돈 것으로 집계됐다. 이중 전셋값이 매매가와 같거나 더 높은 경우도 19.8%(544건)에 달했다.

자치구별로 보면 강서구가 전세 351건 중 290건(82.6%)이 전세가율 90%를 넘었다. 10가구 중 8가구가 깡통주택인 셈이다. 이어 도봉구 55%, 금천구 51.2%, 양천구(48.7%), 은평구 42.5% 순으로 깡통주택이 많았다.

신축빌라에서 깡통주택이 많은 것은 건설 사업자의 마케팅 전략과 빌라의 특성 때문이다. 빌라 건설 사업자는 준공 후 집주인보다 세입자를 먼저 구하는 경우가 많고 제값을 다 주고 빌라를 매수하려는 수요가 없는 상황에서 세입자를 먼저 입주시키면 매수자를 찾기가 훨씬 수월해서다. 이를테면 세입자의 전세보증금을 보태면 매수자가 최소한의 자기자본으로 집을 장만할 수 있다.

다방 관계자는 “전세 수급 불균형과 시세 급등으로 신축 빌라를 중심으로 깡통주택이 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빌라는 아파트만큼 매매가 쉽지 않고 시세도 들쭉날쭉하기 때문에 최악의 경우 전세보증금을 떼일 가능성도 있다”고 했다.



빌라뿐만 아니다. 오피스텔은 이미 전셋값이 매매가와 같거나 훌쩍 넘은 곳도 있다. 이들 물건은 강남구와 관악구, 영등포구 등 오피스텔이 밀집해 있는 지역에 몰려 있다.

강남구 역삼동 강남역서희스타힐스(전용면적 25㎡) 오피스텔 전셋값은 최근 실거래 기준 1개월 평균가가 2억1000만원이지만 매매값은 1억8550만원으로 전세가율이 113.2%다. 관악구 신림동 삼모더프라임타워(전용24㎡)는 매매가와 전셋값이 1억6000만원으로 같다.

상황이 이렇자 세입자들은 전세금 떼일 우려에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청와대 홈페이지 국민청원 게시글에는 지난 5월말 전세계약이 종료됐지만 여태 이사를 못가고 있다는 청원도 올라왔다. 청원인은 “집주인이 전세보증금을 줄 수 있는 형편이 안되 보증금을 못 받고 있다”며 “전세반환보증보험도 집 주인이 대출이 많아서 가입이 안된다”고 하소연했다.

전세보증보험 가입액 역시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지난16일 보험연구원이 발표한 ‘전세보증보험 현황과 시사점’ 리포트를 보면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전세보증금 반환보증 가입금액(보증실적)은 올해 2분기 기준 13조6000억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58.6% 증가했다.

집주인이 세입자에게 보증금을 돌려주지 않는 사고 금액은 지난달 554억원(259건)으로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집주인이 계약 기간 만료 후에도 전세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하면 HUG 등의 기관이 가입자(세입자)에게 대신 보증금을 지급 해주고 추후 집주인에게 구상권을 행사한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 랩장은 “전세가율이 100%를 넘으면 보증금 반환 리스크가 커지기 때문에 세입자들은 주의할 필요가 있다”며 “전세권 설정등기나 반환보증상품에 가입하고 주소이전과 확정일자를 받아서 대항력을 갖출 필요가 있다. 전세가율이 너무 높으면 일부 보증부 월세도 검토해봐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