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추행' 논란 남궁연, "명예훼손 고소" 전 피해자 회유
by장병호 기자
2018.03.02 17:30:00
남궁연 측 1일 밤 피해자와 17분간 통화
"만나서 마음 풀어주고 싶다" 회유 시도
성추행 의혹 제기는 '오해'로 답변 피해
만남 불발에 변호사 통해 고소 입장 발표
[이데일리 장병호 기자] 음악인 남궁연이 자신을 성추행 가해자로 지목한 피해자를 회유하려고 시도한 정황이 드러났다. 회유 시도가 실패하자 법률대리인을 통해 사실무근을 주장하며 명예훼손으로 고소하겠다는 입장을 밝혀 논란이 커질 전망이다.
남궁연에 대한 성추행 의혹을 제기한 피해자 A씨가 2일 언론에 공개한 남궁연 측과의 통화 내용에 따르면 남궁연 측은 전날 “A씨의 마음을 풀어주고 싶다”는 이유로 A씨에게 만남을 요구했다.
A씨는 1일 오후 11시25분 남궁연의 아내 B씨의 전화를 받았다. B씨는 A씨에게 “우리가 무엇을 실수했고 서운하게 했는지 알고 싶다”며 “만나서 마음을 풀어주고 싶다”고 요구했다. 그러나 A씨는 남궁연이 잘못을 인정하는지 물었고 이에 B씨는 “우리 남편도 같은 마음이다”라며 답변을 피했다.
B씨가 A씨의 집을 찾아간 사실도 확인됐다. B씨는 “아까 A씨 집 앞에 갔었다. 문 앞에서 울고 왔다”면서 “A씨의 말 한마디에 우리 인생이 달려 있으니 우리를 불쌍하게 봐줘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A씨가 지적한 남궁연의 성추행 의혹에 대해서는 “내가 그날 현장에 없어서 잘 모르겠다” “무엇이 어떻게 서운한 건지 궁금하다”는 식으로 인정하지 않았다. 또한 “A씨의 오해를 풀어주고 싶다”며 의혹을 부인하는 모습도 보였다.
A씨는 B씨에게 “글에 쓴 것은 있었던 일을 그대로 쓴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B씨는 “우리 선에서 빨리 해결하면 좋겠다” “만나서 마음을 풀어주고 싶다” 등의 말을 반복하며 회유를 시도했다.
통화는 약 17분 간 이어졌다. 결국 A씨가 만남을 거부하자 남궁연 측에서는 2일 법률대리인을 통해 “사실무근으로 허위사실 적시 명예훼손으로 고소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남궁연 측 법률대리인 진한수 변호사는 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피해자가 올린 글 중 성적인 내용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며 “고소장은 다음주에 제출할 것”이라고 밝혔다.
| 음악인 남궁연의 성추행 의혹을 제기한 A씨와 남궁연의 아내 B씨의 통화내역(사진=A씨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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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는 지난달 28일 디씨인사이드 연극·뮤지컬 갤러리에 ‘Metoo 힘겹게 고백합니다. 저는 전통음악을 하고 있는 사람입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올려 남궁연에게 성추행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가해자를 ‘대중음악가이며 드러머인 ㄴㄱㅇ’으로 표기해 남궁연임을 암시했다.
해당 글에 따르면 A씨는 지난해 2월 국악방송 작가 C씨를 통해 남궁연이 진행하는 전통음악 프로젝트에 참여하지 않겠냐는 제안을 받았다. A씨는 대중음악가인 남궁연이 참여하고 C씨가 국악방송 작가라는 점에 믿음을 갖고 작업에 참여했다.
9월 13일 연습을 위해 연습실을 겸하고 있는 남궁연의 집을 간 자리에서 성추행을 당했다. A씨에 따르면 남궁연은 “몸이 죽어 있다”며 “몸을 고쳐줄 테니 옷을 다 벗어봐라”고 말했다. “남자 애들한테도 고쳐준 적 있고 막상 고쳐주면 감사하다고 한다”고도 했다.
다음날에는 A씨에게 노래 ‘난봉가’를 언급하며 남자친구와의 관계 등에 대한 질문과 함께 “음악하는 사람들은 자신의 하드웨어로 경험들을 저장해 놓아야 한다”고 말했다. 10월 7일에는 C씨가 있는 자리에서 다시 한 번 옷을 벗어보라고 요구했다. C씨도 A씨에게 “잘난 척하지 말라”며 이를 권했다. 다음날에는 공연 영상에 쓸 CG를 만든다는 이유로 “가슴만 보여달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국악계는 남궁연이 말하는 발성법에 대해 “말이 안 된다”는 의견이 나온다. 서울 소재 대학의 국악 전공 교수들은 “옷을 벗고 하는 발성법 같은 교육법은 듣도 보도 못한 방법” “몸이 릴랙스되면 발성에 도움이 되는 것은 사실이지만 운동이나 워밍업을 하라고 하지 옷을 벌거벗으라고는 하지 않는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유춘오 국악지 라라 편집장은 “피해자의 글이 사실이라면 이는 국악을 떠나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파렴치한 행동”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방송작가 C씨에 대해서도 입장을 듣기 위해 전화를 시도했으나 연락이 되지 않았다. 진 변호사는 “남궁연에 대해서만 법률대리를 할 뿐 C씨의 건은 해당되지 않는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