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업의도 아닌 대학병원 전공의 의료파업 동참…왜?
by김재은 기자
2014.01.20 17:16:37
3월 시행 수련환경 개선안 시정 요구
원격진료·영리 자회사 철회 별도 논의 안해
복지부 "합리적 대안 제시하면 논의해 개선"
[이데일리 김재은 기자] 1만7000명 대학병원 전공의(인턴, 레지던트)들이 3월3일로 예정된 대한의사협회 총파업에 참여하기로 했다. 그러나 전공의들은 원격진료, 의료법인 영리자회사 허용 등 의협 요구안과 별개로 3월 시행 예정인 ‘전문의 수련 및 자격인정 등에 관한 규정 개정안’의 철회 및 주 80시간 근무에 따른 보완을 요구하고 나섰다. 전공의들은 의협과 정부가 타협안을 찾더라도 수련의 관련 내용 개선이 이뤄지지 않으면 당직비 소송을 제기하고 별도 파업을 강행할 방침이다.
대한전공의협의회(이하 전공협)는 지난 19일 임시대의원총회를 열고 의사협회가 3월 3일 총파업에 돌입하면, 전공협도 비대위를 구성해 동참하기로 결정했다. 전공협은 복지부가 3월 1일부터 시행할 예정인 수련환경 개선 시행령을 수정하고 유급제도 도입을 전면 철회하라고 요구했다.
장성인 전공협 회장은 “전공의 주당 80시간 근무를 TF에서 제안하긴 했지만, 모든 부담을 전공의에게만 전가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주장했다. 복지부가 주당 80시간 근무시간 제한을 레지던트 1년차부터 적용하기로 하면서 부족한 근무시간을 2~4년차들이 메워야 하는 구조가 됐다는 것이다. 장 회장은 “통상 1~2년차때 주당 100~120시간을 일한다”며 “1년차 근무를 80시간으로 줄이면 부족한 주당 30~40시간을 2년차 이상이 채워야 하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또 복지부가 전문의 자격시험 부담을 줄이겠다며 도입한 ‘연차수련평가’에 대해선 전면 철회를 요구했다. 연차수련평가는 연차별 평가를 도입해 특정연차에서 평가가 미달하면 이를 재수련하도록 하는 제도다. 전공의들은 사실상의 ‘유급제’라며 강력 반발하고 있다. 반면 이번 임시대의원총회에선 의협이 요구하는 원격의료, 의료법인 영리자회사 허용 등은 구체적으로 논의하지 않았다. 현재 대학병원 등 종합병원이 원격의료와 의료법인 영리자회사 허용을 환영하고 있어 대놓고 반대하기는 어렵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전공의들 또한 대학병원을 떠나게 될 경우 일반병원이나 개원을 하게 되는 만큼 개업의들이 요구하는 의료수가 인상과 원격진료 반대 등에 대한 암묵적 동조가 파업 동참에 한몫을 한 것으로 보인다.
전공의들은 각 병원에서 근무한 기록인 ‘당직표’를 수집, 이를 근거로 각 당직비 정산을 요구하는 소송을 벌일 계획이다. 전공협은 당직비 정산을 요구할 경우 각 병원이 지급해야 할 비용이 최소 1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보고 있다.
장 회장은 “전공의 1만명만 계산해 당직비 소송 규모는 1조원 대”라며 “주당 40시간이상의 근무에 대해서는 통상임금의 50% 가산 등 기존 판례에서 승소한 전례가 있다”고 설명했다.
대전지방법원은 지난해 K대병원에서 인턴으로 일한 최씨가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밀린 연장, 야간, 휴일근로수당 3000여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이는 최씨가 10개월간 일하며 받은 급여 3297만원과 비슷한 수준이다.
이에 따라 전공의 연봉을 평균 3300만원으로 추산해 1만명이 임금채권 소멸시효인 3년 이내 당직비를 모두 받아낼 경우 총액이 1조원은 넘어선다는 게 전공협 측의 계산이다.
고득영 복지부 의료자원정책과장은 “전공협에서 대안을 가져오기로 한 만큼 내용을 봐서 검토할 예정”이라며 “아직까지 관련 시행령이 법제처 심사단계에 있는 만큼 전공협이 합리적 대안을 제시한다면, 병원협회, 의약회, 의협 등과 논의해 개선할 것”이라고 말했다. 고 과장은 “입법예고기간은 이미 지난해 10월부터 6주간 진행됐지만, 개정되는 부분이 다른 권익을 침해하는 게 아니고, 당사자가 합의한다면 변경이 가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