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억 무자본 갭투자' 전세사기 사촌형제 2심서 감형
by최오현 기자
2024.10.15 15:00:09
''사촌'' 김씨와 이씨 빌라 수십채 전세사기
1심보다 감형…法 "피해자 피해회복 노력 인정"
[이데일리 최오현 기자] 무자본 갭투자 방식으로 80억원대 전세사기를 일으킨 사촌 형제가 항소심서 감형받았다.
서울중앙지법 제9형사부(부장판사 이성복)는 15일 오후 사기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김모 씨와 사촌동생 이모 씨에게 각각 징역 4년6개월과 징역 2년을 선고했다. 공범으로 함께 재판을 받게 된 중개보조원 장모 씨에겐 징역 4년을 선고했다. 3명 모두 1심 판결에 비해 형이 줄었다.
2심 재판부는 “이들이 책임을 인정하고 있고 피해자의 금전적 피해가 많이 회복됐으며 피고인들이 당심에서 피해회복을 위해 노력한 점 등을 들어 원심의 형을 다소 감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이들은 자본 없이 임대차 보증금으로 빌라 수십채를 분양·매수해서 피해자를 기망했고 피해액도 매우 크다”며 “피해자가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서 대위변제 받았다고해도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고 그 사이 정신적 고통을 겪는 등 죄질이 나쁘다”고 지적했다.
1심 재판부는 지난 5월 김씨와 장씨에게 징역 5년, 이씨에게 징역 3년형을 내린 바 있다. 1심 재판부는 “임대차 보증금이 재산의 전부 혹은 대부분이었던 피해자들은 이를 돌려받지 못해 주거 안정을 위협받았고 큰 정신적·물질적 고통을 겪었다”며 “김씨와 이씨는 범행 초기 임대차 목적물을 여러 채 매수한 후 추후 파산신청까지 계획하는 등 다분히 고의적으로 범행했다”고 판단했다.
중개보조원으로 일하던 김씨는 2019년 3월부터 12월까지 사촌동생 이씨의 명의로 서울 양천구와 강서구 일대 빌라 36채를 갭투자 방식으로 분양·매입했다. 다른 세입자의 전세 자금으로 또 다른 세입자의 전세보증금을 반환하는 ‘돌려막기’ 방식으로 사기행각을 벌여온 이들은 결국 이를 감당할 수 없게 되면서 범죄사실이 드러나 구속기소됐다.
김씨와 이씨가 피해자 32명으로부터 편취한 전세보증금은 81억원에 달한다. 이들에게 무자본 갭투자 방식을 가르친 공범 장씨 역시 55억원의 피해를 일으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