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은행 수석이코노미스트, '신흥국 부채' 경고…"전례없이 빠르게 증가"
by장영은 기자
2024.09.04 13:34:15
아이한 코제 세계은행 수석 이코노미스트 겸 개발전망국장
2010년부터 4차 부채의 물결…"규모·증가속도 전례없어"
세계 경제성장 둔화…금리, 팬데믹 전보다 높은 수준 유지
[이데일리 장영은 기자] 신흥·개도국(EMDEs)을 중심으로 부채의 규모와 증가 속도가 전례 없이 크고 빠르다며, 부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국제사회의 대응이 필요하다는 세계은행(WB)의 진단이 나왔다.
아이한 코제 WB 수석 이코노미스트 겸 개발전망국장은 4일 한국은행·기획재정부·한국개발연구원(KDI)·브레튼우즈개혁위원회(RBWC) 주최로 서울 플라자호텔에서 열린 ‘2024 세계경제와 금융안정 컨퍼런스’에서 2010년부터 현재까지 ‘제4차 부채의 물결(Wave of Debt)’이 진행되고 있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코제 국장은 “근대 세계 경제에서 보면 부채의 물결이라고 할 수 있는 움직임이 네 차례 있었다”며 “2010년부터 현재까지가 네번째 물결인데, 전세계 국내총생산(GDP)대비 부채 비율이 250% 정도다. 과거 어느 때보다 부채의 증가 속도가 빠르고 그 규모도 크다”고 말했다.
특히 신흥·개도국의 부채 증가 속도가 더 빠르다는 점에 주목했다. 그는 “과거와 비교했을 때 선진국은 부채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지만 4차 물결에서는 그 속도가 많이 완만해졌다”며 “신흥·개도국은 이제까지 본 적이 없는 빠른 속도로 (부채가) 증가하고 있고, 저소득 국가는 더 심각하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WB에 따르면 2010년에 120% 정도였던 신흥·개도국의 GDP대비 부채 비율은 최근에 180%를 웃도는 수준으로 가파르게 증가했다. (아래 오른쪽 그래프 참조) 부채 규모도 과거 세 차례 부채의 물결 때에 비해 훨씬 크다.
| (자료= 2024 세계경제와 금융안정 컨퍼런스) |
|
세계 경제의 성장세는 둔화되는 가운데 금리 수준은 높게 유지되면서 신흥국의 부채 문제를 더 키울 것이란 전망이다. 코제 국장은 “(미국과 유럽 지역의) 금리는 평균 약 3% 정도로 안정될 것”이라며 “팬데믹 이전은 물론 지난 20년 평균보다 높은 수치”라고 했다. 이어 “실질금리는 1~1.5% 정도가 될 것으로 보이는데 이 역시 팬데믹 이전 실질금리가 마이너스였던 점을 감안하면 높은 수치”라고 덧붙였다.
그는 “신흥·개도국 5개국 중 1개국 꼴로 소버린 스프레드가 10%포인트가 증가했다”며 “이들 국가들의 차입 비용이 그만큼 높아졌다는 뜻이다. 많은 국가들이 신용등급이 낮은 상황이고, 이런 국가들은 국채 발행이 불가능하고 시장 접근성이 차단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부채 문제는 심각한데 자금 조달과 커다란 갭이 있다”며 “국제사회에서 이 문제를 인정해야 한다. 이런 문제가 있고 광범위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을 직시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코제 국장은 “실용적이고 적극적인 해법이 도입돼야 한다”면서, 재무 구조조정, 부채탕감, 유동성 지원 등을 예로 들었다. 일부 국가들에 대해선 무상 원조나 장기·저리의 양허성 차관에 대해서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