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금 타려고 원양어선에 불지른 사장…양초 이용해 알리바이 조작

by최정훈 기자
2018.08.08 12:00:00

고의로 불을 낸 후 사고로 꾸며 67억 상당의 보험금 타내
현주건조물방화·보험사기방지특별법 위반
"냉동공장 설립자금 마련 위해 범행" 진술
"해외보험사기 방지 위해 수사기관 통보 의무화해야"

지난 2016년 11월 2일 남아프리카공화국 케이프타운 항구에서 발생한 원양어선 화재 당시 선박 사진.(사진=서울지방경찰청)
[이데일리 최정훈 기자] 수십억원의 보험금을 받기 위해 해외에 있는 자사 원양어선에 불을 지른 업체 대표가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지방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는 현주건조물방화와 보험사기 특별법 위반 등 혐의로 원양어선업체 대표이사 A(78)씨 등 3명을 구속하고 범행에 관여한 회사 관계자 등 5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8일 밝혔다.

A씨 등은 업체가 소유한 원양어선에 고의로 불을 낸 후 사고로 꾸며 67억원 상당의 보험금을 타낸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A씨는 지난 2013년 6월쯤 40년된 원양어선을 약 180만불(한화 약 19억원)로 사들인 후 국적을 바누아투공화국으로 변경해 조업하려고 했다. 바누아투공화국은 대표적인 조세피난처로 해당 원양어선은 선박에 붙는 세금 혜택과 기타 편의를 제공해주는 바누아투 공화국에 선적을 등록했다.

그러나 각국의 자국어장 보호정책과 어황부진 및 채산성 문제로 매년 6억원씩 적자가 발생하자 A씨는 자신의 계열사 대표인 김모(72)씨와 고향 후배인 이모(60)씨 등과 배에 불을 질러 화재보험금을 타내기로 공모했다.



같은 해 10월 이씨는 A씨의 선박 승선 허가를 받고 10일간 배에서 생활하면서 선박의 구조를 파악하는 등 범행 준비를 거쳐 11월 2일 불을 질렀다.

경찰 조사 결과 이씨는 불이 난 시각에 자신이 현장에 없었다는 알리바이를 만들기 위해 양초 3개를 1개 묶음으로 만들고 주변에 인화성 물질을 뿌려 양초가 다 타들어 간 5시간 후 불이 나게 하는 등 치밀함을 보이기도 했다.

경찰은 국내 보험사가 해당 화재사건의 의심스러운 부분을 발견했지만 증거를 확보하지 못해 보험금을 지급한 후 관련 내용을 수사 의뢰해 수사에 착수해 이들 일당을 붙잡았다.

A씨는 경찰 조사에서 “화재 보험금으로 국내에 냉동공장 설립자금을 마련해 김씨 등과 공동 운영하거나 성공사례비로 보험금의 10%를 주기로 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관계자는 “해외에서 사고가 발생할 경우 국내 수사기관이 현장에서 수사할 권한이 보장되지 않아 보험사기 입증이 어렵다”며 “직접 수사가 어렵더라도 우리나라의 이익과 연관된 사안이라면 수사기관 등에 통보 등의 조치가 의무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