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수학자 대회]늦으막에 꽃 핀 '이탕 장'.."지금도 꿈이 많아요"
by이승현 기자
2014.08.19 17:15:09
수학 난제 '쌍둥이 소수' 해법 실마리 제공..무명강사에서 세계적 수학자로
"식당종업원 때도 수학 생각..늦은 나이에도 꿈꾸며 노력한다"
[이데일리 이승현 기자] 수학분야 최고 권위의 ‘필즈상’은 40세 미만만 가능하다는 생물학적 조건 때문에 통상 젊은 나이의 천재 수학자에게 주어진다.
| 이탕 장 미국 뉴햄프셔대 수학과 교수. 서울ICM 조직위원회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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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세계 수학역사를 다시 쓰는 것은 명석한 두뇌를 가진 젊은 수학자만의 몫은 아니다. 보통 사람처럼 돈과 외로움 등의 어려움을 겪으면서도 끈질긴 노력과 열정으로 인생 늦으막에 꽃을 피우는 수학자들도 적지 않다.
지난 2500여년간 수학의 난제로 존재했던 ‘쌍둥이 소수’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제공해 무명의 시간강사에서 정수론 분야의 스타로 변신한 이탕 장(59) 미국 뉴햄프셔대 수학과 교수가 대표적이다.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리는 ‘2014년 서울세계수학자대회’(서울 ICM)에서 초청강연을 하게 된 그는 19일 기자간담회에서 “(늦은 나이인) 지금도 많은 꿈을 갖고 있다”며 자신의 일생에 대해 얘기했다.
수학자가 꿈이었던 그는 지난 1978년 중국 최고 명문인 북경대 수학과에 입학해 학사와 석사학위를 받고 1991년에는 미 퍼듀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전문 수학자가 될 기본 조건을 갖췄지만 기쁨은 거기까지였다. 당시 구소련 붕괴로 뛰어난 학문적 업적을 가진 소련 수학자들이 대거 미국으로 넘어오면서 갓 박사학위를 얻은 그는 경쟁에서 완전히 밀려났다.
그는 이후 8년간 밥벌이를 위해 식당 배달부와 샌드위치가게 점원 등 밑바닥 생활을 전전했다. 회사 회계업무를 보조해주기도 했다. 그는 “돈이 없어 여성과 데이트도 못 했다”고 당시 시절을 떠올렸다. 그는 그렇지만 “그 시절에도 수학에 대해서는 계속 생각했다”고 밝혔다.
그러던 중 1999년 뉴햄프셔대에서 강사 자리를 제안받아 수학자로서 삶을 살 수 있게 됐다. 40대 중반에 강사가 된 그는 바로 결혼했지만 경제적으로 여유로운 삶을 누릴 수는 없었다. 아내는 “강사직을 그만두고 돈을 잘 벌 수 있는 금융계로 가라”고 종용했지만, 그는 “수학을 사랑해서 그럴 수 없다”며 버텼다고 한다.
평생 무명강사로 마칠 수 있었던 그의 삶에 전기가 찾아온 것은 50세이던 2005년. 당시 미국에서 소수(1보다 크면서 약수가 1과 자신 뿐인 자연수) 간극(차이)에 대해 상당히 진전된 성과의 논문이 발표되자 여기에 관심을 갖게 됐고 2008년부터 연구를 본격 시작했다. 연구를 계속하던 2012년 여름 지인들과 휴가를 즐기다 불연듯 이 난제에 대한 아이디어가 떠올랐다고 한다.
쌍둥이 소수는 ‘3과 5’, ‘5와 7’, ‘11과 13’ 등 두 수의 차이가 2인 소수 쌍을 말한다. 이러한 쌍둥이 소수가 무한한 지 여부는 고대 그리스 시절부터 지금까지 내려온 수학 난제이다.
그는 58세이던 지난해 4월, 차이가 7000만 이하인 소수 쌍이 무한하게 존재한다는 것을 수학적으로 엄밀히 증명해 쌍둥이 소수 문제의 해법을 찾을 실마리를 제공했다. 이후 티모시 가워스와 테렌스 타오, 제임스 메이나드 등 세계적 수학자들이 그의 증명방법을 기반으로 ‘폴리 매스’(Poly Math) 등의 온라인 공간에서 공동연구를 이어가 현재 소수 차이를 246까지 줄였다.
만약 수학자들이 소수 차이를 2까지 줄이는 데 성공하면 역사상 가장 오래된 수학난제 중 하나가 해결되는 것이다.
일개 시간강사는 이 증명을 통해 세계 수학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수학자가 됐다. 59세가 된 올해에는 15년간의 시간강사 생활을 마치고 뉴햄프셔대 정교수직 자리에도 올랐다.
장 교수는 “다른 일(식당 점원)을 할 때도 대학 도서관을 찾아 수학저널과 연구성과를 보며 동향을 익혔다”며 “나는 전혀 똑똑하지 않다. 다만 정말 수학을 사랑한다. 그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그는 “미 프린스턴 고등과학연구소에는 일흔이 넘었지만 매일 사무실에 출근해 리만가설에 대해 연구하는 늙은 수학자가 있다”며 “늦은 나이에도 꿈을 꾸며 노력하지 않을 이유는 전혀 없다”며 말을 마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