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개발, ‘역사 속으로’…수년간 흉물로 남나?

by김경원 기자
2013.04.08 20:15:45

[이데일리 김경원·양희동·박종오 기자]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사업이 청산 절차를 밟게 됐다. 단군 이래 최대 규모의 개발사업이라던 용산 사업이 건국 이래 최대 소송전으로 전개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한국철도공사(코레일)가 고속철도부채 4조5000억원을 해결하기 위해 추진한 이번 용산 사업은 지난 2006년 8월 사업계획이 확정된 이후 7년 만에서 역사 속으로 사라질 운명에 놓였다.

▲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 지역 (사진제공=드림허브)
◇ 용산 사업 터, 수년간 공터로 남을 수도

사업 무산 책임을 놓고 코레일과 민간 출자사, 용산 서부 이촌동 주민간 대규모 소송전이 벌어질 전망이다. 민간 출자사들은 코레일 측에 3조원 대 손해배상 소송을 청구할 것으로 보인다. 서부 이촌동 주민들도 최대 6000억 규모의 소송전을 준비 중이다.

이처럼 소송이 진행되면 용산 사업 터는 수년간 개발이 묶이게 된다. 소송전에 발목을 잡혀 사업 재개는 힘들어진다.

박합수 국민은행 부동산팀장은 “(용산 사업은) 단순하게 정리할 사안이 아니다”며 “참여 기업이나 국가 전체적으로 영향력 있는 사업이기 때문에 사업이 지체되는 것과 청산되는 것은 차원이 다르다”고 말했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소송전 때문에 개발이 늦어질 수도 있지만 용산 개발 토지 규모만 당시 8조원이었다”며 “민간 차원에서 8조를 마련할 수 있는 곳이 별로 없다는 점에서 사업 추진 주체가 사라진 점이 더 타격이 크다”고 말했다.

◇ 일부 작년 손실처리…국민연금 1250억 투자

코레일은 시행사인 드림허브프로젝트금융회사(이하 드림허브)에 투자한 지분(25%) 2500억원의 손실이 불가피하다. 코레일을 제외한 다른 29개 출자사들은 75%의 지분인 7500억원의 손실을 볼 예정이다.

삼성물산과 GS건설, 현대산업개발 등 건설 투자사(CI) 17개사는 2000억원을 투자했다. 이중 금호건설과 두산건설은 지난해 드림허브 투자금액을 회계상 손실(감액) 처리했다. 금호건설의 한 관계자는 “지난해 이미 대손충당금을 설정해 놔 올해 추가적인 손실은 없다”고 설명했다.



KB자산관리와 푸르덴셜, 삼성생명, 우리은행 등 재무적투자자(FI)가 출자한 2365억원도 사라지게 됐다. 롯데관광개발과 미래에셋맵스 등 전략적 투자자(SI)도 2645억원을 출자했는데 역시 손실이 불가피하다. 여기에는 국민연금이 부동산 펀드로 투자한 1250억원이 포함돼 있다.

이들 중 삼성생명과 삼성화재도 지난해 손실 처리했다. 미국 푸르덴셜 본사도 일부 금액을 감가상각 처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 남은 절차…청산 후 소송 뿐

코레일은 9일쯤 사업시행사인 드림허브에 토지대금 2조4000억원 중 5400억원을 먼저 반납할 예정이다. 토지대금을 모두 반환하면 드림허브는 시행사 자격을 잃고 청산절차를 밟아야 한다. 오는 6월까지 나머지 땅값을 모두 갚고 용산 철도정비창 부지의 소유권을 되찾아 올 방침이다.

이와 함께 코레일은 이달 말까지 드림허브에 협약이행보증금 2400억원을 청구할 계획이다.

용산 사업이 청산 절차를 밟음에 따라 책임 소재를 두고 투자금 회수를 위한 대규모 소송전이 불가피해졌다.

서부 이촌동 주민들도 이주비 명목으로 빌린 은행대출과 상가의 매출감소, 개발 계획 발표 뒤 상승한 공시지가에 따른 재산세 인상분 등을 따져 손해배상 청구를 제기할 계획이다.

이촌2동 11개 구역 대책협의회 관계자는 “생활비와 이삿집 마련 등을 위해 대출을 받았지만 개발이 지연돼 파산자가 속출하고 있다”며 “주민들이 받은 정신적, 물질적 고통을 산정해 소송을 제기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용산 사업은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주도하지 않으면 진행하기 힘든 구조”라며 “인허가권을 갖고 있는 서울시가 주도하는 게 좋을 것 같다”고 토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