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대반격 시작됐나…러 "우크라 대공세" 우크라 "진군 중"(종합)

by장영은 기자
2023.06.05 18:21:14

러 국방부 "우크라군 도네츠크 5개 전선서 대규모 공세"
우크라 사령관 "러 진지 파괴…바흐무트 인근서 진군"
직접 언급 없지만 대반격 시작 관측…젤렌스키 "준비됐다"

[이데일리 장영은 기자] 우크라이나가 말만 무성했던 ‘봄철 대반격’에 나섰다는 관측이 나온다. 러시아가 남부 도네츠크 지역에서 우크라이나군의 대공세가 있었다고 발표한 데 이어, 우크라이나군은 러시아와 격전지인 바흐무트 인근에서 계속 진군하고 있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군은 러시아와 격전지인 바흐무트 인근에서 진군 중이라고 밝혔다. (사진= AFP)


5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올렉산드르 시르스키 우크라이나 지상군 사령관은 이날 소셜미디어(SNS) 텔레그램에 우크라이나군이 바흐무트 근처 러시아 진지 한 곳을 파괴하는 데 성공했다며, “우리는 계속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고 적었다.

우크라이나 동부에 있는 바흐무트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10개월 넘게 대치하고 있는 최대 격전지다. 지난해 2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래 우크라이나에서 러시아군과의 전투가 가장 오래 이어지고 있는 곳으로, 러시아측은 지난달 21일 이 지역을 점령했다고 주장했다.

앞서 러시아 국방부는 전날(4일) 우크라이나군이 도네츠크 남부 전선 5개 구역에서 감행한 대규모 공세를 격퇴했다고 발표했다. 이날 성명을 통해 “우크라이나군이 4일 아침부터 남부 도네츠크 지역의 5개 최전선에서 6개 기계화 대대와 2개 전차 대대를 동원해 대규모 공세에 나섰지만 실패했다”면서 “적군의 목표는 가장 취약한 전선에서 우리의 방어선을 뚫는 것이었지만, 적군은 임무를 수행하지 못했고 성공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이어 러시아 국방부는 “우리 군대의 동부군이 숙련되고 능숙하게 대응해 적군은 군인 250명과 전차 16대, 보병 전투 차량 3대, 장갑 전투 차량 21대를 잃었다”고 덧붙였다. 여러 대의 우크라이나 장갑차가 폭격을 당해 파괴되는 장면이 담긴 영상을 공개하기도 했다. 우크라이나측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의 사기를 떨어뜨리기 위해 거짓말을 하고 있다며 피해 내용을 부인했다.

시르스키 사령관의 메시지가 사실이라면 우크라이나군은 도네츠크 공격에 이어 북쪽(바흐무트 방향)으로 전선을 확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다만, 시르스키 사령관은 대반격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았으며, 우크라이나 총참모부는 우크라이나 동부 도네츠크와 루한스크 지역에서 29차례의 전투가 벌어졌다고만 밝혔다.



우크라이나측이 대반격의 성공을 위해 정보를 차단하고 나섰을 가능성도 거론된다. 우크라이나 국방부는 이날 텔레그램에 올린 영상에서 “(작전) 계획은 침묵을 좋아한다. 작전 개시 선언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최근 대반격이 임박했다는 언급을 해왔다. (사진= AFP)


우크라이나군은 전날 도네츠크주 남부와 인접하지 않은 크림반도와 러시아 벨고로드 지역에 드론(무인기) 공격을 가하기도 했다. 같은 날 러시아 친우크라 성향 러시아인들로 구성된 ‘러시아 의용군단’ 등이 벨고로드를 급습했다.

드론 공격은 러시아군의 주의를 분산시키는 동시에 기반시설(인프라)을 타격해 전력을 떨어뜨리려는 의도로 분석된다. 양측은 최근 들어 상대측에 빈번하게 드론 공격을 가했다.

우크라이나는 수개월 동안 러시아군에 대한 반격을 준비해 왔다. 올해 봄에는 러시아가 점령한 자국 영토를 되찾기 위해 대대적인 반격에 나설 것으로 전망됐으나 대내외적인 이유로 지연됐다. 지난 4월까지 예년보다 많은 비가 내리면서 우크라이나의 땅이 진흙탕이 돼 탱크 등이 다닐 수 없는 상황이었고, 서방으로부터 지원받은 무기를 배치하고 훈련할 시간도 필요했다.

그러다 최근 들어 대반격을 지연시키던 요인들이 해결됐다. 연초부터 유럽 각국이 약속했던 주력 전차가 속속 도착하고 영국은 장거리 미사일 ‘스톰 섀도’를 지원했다. 우크라이나가 꾸준히 미국과 유럽에 요청했던 현대식 전투기 F-16도 지원받게 됐다. 우크라이나가 서방에 요구했던 무기 대부분이 지원된데다 5월 들어 건조한 날씨가 이어지면서 땅도 굳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지난달 말에 대반격 시점을 결정했다고 밝힌 데 이어, 지난 3일 월스트리트저널(WSJ) 인터뷰에서는 “그동안 임박했다는 관측이 무성했던 러시아에 대한 대반격 작전을 시작할 준비가 됐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