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동진 사장 “갤폴드, 서두르지 않는다…소비자 만족이 중요”

by장영은 기자
2019.08.08 13:13:25

"삼성, ‘빨리’ 보다는 ‘잘했다’는 소리 들어야”
“좋은 제품과 의미있는 혁신 달성하면 시장과 고객은 외면 안해”
“시장점유율은 ‘생명’…중저가 제품 수익성도 개선될 것”

[미국(뉴욕)=이데일리 장영은 기자] 고동진 삼성전자 IT·모바일(IM) 부문장(사장)은 미국 뉴욕에서 현지시간으로 7일 ‘갤럭시 언팩 2019’ 행사를 마친 후 기자들과 만나, 삼성전자의 첫 폴더블 폰인 ‘갤럭시 폴드’(이하 갤폴드) 출시 시기에 있어 화웨이 등 경쟁사를 의식하고 있느냐는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고동진 삼성전자 IM부문 사장은 7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기자들과 만나 하반기 신제품과 최근 상황에 대한 질문에 답변했다. (사진= 삼성전자)
삼성전자는 폴더블 스마트폰 ‘갤럭시 폴드’의 디스플레이 결함 수정 이후 9월 출시를 확정했고, 화웨이는 6월 메이트X을 선보일 예정이었으나 출시일을 연기한데 이어 중국 공업정보화부가 메이트X로 추정되는 ‘TAH-AN00’를 시범 네트워크 접속을 허가(7월15일)해 출시가 임박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고동진 사장은 “개발실장 등 (다른 임원들은) 어디보다 먼저 해야 하고 이런 것도 신경 많이 썼던 것 같은데 저는 그렇지 않았다”며, 새로운 폼팩터(기기)인 폴더블 폰에 있어 최초라는 점을 앞세우려 하기보단 사용자 측면에서 제품을 갈고 닦아야 의미가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피처폰 때부터 먼저 내야 한다며 ‘월드 퍼스트’ 압박하는 거 옆에서 많이 보고 저도 드라이브도 걸어봤다”면서 “10년, 20년 해보니 결국 의미 있는 혁신으로 소비자에게 다가가고 그것이 ‘사용자 경험’ 측면에서 소비자에게도 혁신으로 다가가야 의미가 있다는 걸 제가 온몸으로 뼈저리게 느꼈다”라고 했다.

폴더블 스마트폰은 기술경쟁력 확보가 중요하기에 내구성 강화 및 품질 개선 등 기술적 완성도와 서비스 안전성을 높여 시장우위를 확보하겠다는 얘기다.

고 사장은 “가슴을 열어서 보여줄 수 있으면 굉장히 새까맣게 돼 있는 걸 보여줄 수 있을 텐데…”라며 “새로운 것, 혁신적인 것을 할 때 참 모르는 게 많이 나오는 것 같다”며 당시를 회고하기도 했다.

또 “폴드는 제일 신경을 많이 썼던 부분이 사용성이다. 새롭기만 하고 쓰기가 불편하거나 여러가지 사용성이 없으면 아무 소용이 없다”며 “외부·내부 디스플레이 사이즈나 두께 등을 정할 때도 내부적으로 무엇보다 사용성에 중점을 뒀다”고 설명했다.

갤폴드 판매 목표에 대해서는 “당초 3~4월에 (갤폴드) 론칭을 준비했을 때 우리가 예상했던 (판매)물량이 100만대지만 지연된 부분도 있고 그 사이에 여러가지 변경을 하면서 올해는 100만대에는 못 미칠 것 같다. 내년까지 하면 달라질 수 있을 것”이라고 부연했다.



세계 최초 타이틀보다 완성도를 높이고 사용자 경험을 중시하겠다는 고 사장의 언급은 갤럭시 폴드에 대한 입장인 동시에 삼성전자 스마트폰 제품 전체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언팩 행사를 통해 공개한 갤럭시노트10 역시 제품 개발 단계에서 어느때 보다 사용자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였다.

7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바클레이스 센터’에서 열린 ‘갤럭시 언팩 2019’에서 신작 갤럭시 노트10을 선보이고 있는 고동진 사장. (사진= 삼성전자)
일본 수출 규제 등으로 사장 자리에 오른 지 4년만에 위기감을 느낀다고 고백한 고 사장은 그러나 “아무리 어려워도 솟아날 구멍은 있다”며 돌파 의지를 다졌다.

그는 “어떤 경우라도 임직원들한테 강조하는 부분이 있다”면서 “좋은 제품과 좋은 사용자 경험, 의미 있는 혁신을 달성하면 시장과 고객은 우리를 외면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시장점유율에서는 1위 자리를 수성하겠다는 의지를 강하게 보였다. 그는 “사업을 하는 사람한테 시장점유율은 ‘생명’이고 수익은 ‘인격’이라고 할 수 있다”며 “생명과 인격은 둘 다 지키는 게 맞지만 어느 것이 우선순위냐고 하면 생명을 지키고 그리고 인격도 지켜야 한다”고 밝혔다.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판매량이 지난해 5년만에 3억대 밑으로 떨어진 것에 대해서는 “3억대라는 판매고를 지키고 싶은 것이 솔직한 심정”이라고 털어놨다.

시장조사기관들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상반기까지 1억4000만대 수준의 판매고를 올렸다. 연간 3억대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하반기에 더 좋은 성과를 보여야 한다.

이날 출시한 플래그십 모델 갤럭시노트10을 필두로 갤럭시A 시리즈 신작을 통해 글로벌 판매를 올려 나가겠다는 게 삼성전자의 계획이다. 갤폴드는 올해 출하량이 수십만대 그칠 것으로 전망돼 전체 판매량에 큰 도움이 되지는 못할 것으로 보인다.

고 사장은 “A시리즈의 경우 플래그십은 못 사지만 새로운 경험을 얻고자 하는 밀레니얼 세대에게도 다가가고자 하는 제품으로 전략적으로 새로운 기능을 많이 집어넣고 있다”며 “다양한 제품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면서 인도 같은 경우 (저가의) 온라인 모델들도 많이 선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보급형 모델인 갤럭시 A시리즈를 확대하면서 수익성이 악화 됐다는 지적에는 “(지난해 라인업 재편하면서) 새로운 A시리즈로 교체하는데 시간이 좀 소요가 됐고 그런 것들이 시장에 영향을 미친 건 사실”이라며 “올해 4월에 도입된 A시리즈에서 좋은 성적을 거뒀지만 수익 측면에서는 미진했다. 2~3개월은 마진이 빡빡해도 볼륨이 늘어나면 좋은 수익을 거둘 수 있다”고 낙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