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기사 델타항공 등장으로 한진그룹 경영권 새 국면(종합)

by피용익 기자
2019.06.21 16:06:46

델타항공, 한진칼 지분 4.3% 매입 발표
KCGI "이면합의 있었다면 한국 법 위배"

[이데일리 피용익 기자] 델타항공은 20일(현지시간) 한진그룹의 지주회사인 한진칼(180640) 지분 4.3%를 매입했다고 발표했다. 이로써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측과 행동주의펀드 KCGI의 경영권 분쟁은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됐다.

21일 업계에선 델타항공이 행동주의펀드 KCGI와 경영권 분쟁을 벌이고 있는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의 ‘백기사’로 나선 것으로 해석했다. 이에 대해 KCGI는 델타항공과 한진그룹의 이면합의 우려를 제기하며 경계했다.

에드 바스티안 델타항공 최고경영자(CEO)는 “아시아·태평양지역 항공산업이 지속적으로 발전하기 위해선 두 회사가 협력을 공고히 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규제당국의 승인이 이뤄지면 지분율을 10%까지 높일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진그룹 관계자는 “델타항공이 조인트벤처 파트너사인 대한항공의 경영권 안정을 위해 한진칼 지분을 매입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한진가(家)의 한진칼 지분은 고(故)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지분을 포함해 총 28.94%다. 강성부 대표가 이끄는 KCGI는 최근 한진칼 지분율을 15.98%까지 늘렸다.

이 때문에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과 조현민 한진칼 전무,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등이 2600억원에 달하는 상속세를 마련하는 과정에서 한진칼 지분을 매각할 경우 KCGI에 그룹 경영권을 빼앗길 가능성도 제기됐다.

하지만 델타항공이 한진칼 지분 4.3%를 매입하면서 조 회장의 경영권 방어가 수월해질 전망이다. 특히 델타항공이 한진칼 지분율을 10%까지 높일 경우 우호지분율은 38.93%에 달해 KCGI의 지분율을 2배 넘게 웃돌게 된다.



KCGI가 국민연금과 손을 잡더라도 경영권 분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국민연금은 7%가 넘던 한진칼 지분율을 최근 4.11%까지 크게 낮췄다.

델타항공은 조양호 회장 시절부터 대한항공(003490)과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해왔다. 두 회사는 지난 2000년 출범한 항공동맹체인 스카이팀 멤버로 활동하고 있으며, 지난해 5월엔 양사 조인트벤처를 설립했다.

조인트벤처의 결실로 대한항공은 18년 만에 인천~보스턴 노선에 재취항했으며, 델타항공은 인천~미니애폴리스 노선에 신규 취항했다. 이로써 대한항공과 델타항공은 인천∼미국 13개 도시로 주간 130여편 항공편을 제공하게 됐으며, 양사가 운영하는 한-미 간 직항 노선은 15개로 늘었다.

KCGI는 이날 ‘델타항공의 한진칼 지분 투자 결정에 대한 KCGI의 입장’을 통해 “우려되는 점은 델타항공이 경영권 분쟁 백기사로서 한진칼 지분을 취득한 것이라는 항간의 소문”이라며 “세계 1위 항공사 델타항공의 한진칼 투자 결정이 단지 총수일가의 경영권 방어를 위한 것이라면 델타항공이 그동안 쌓은 명예와 원칙에 위배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한진그룹의 총수일가 중 일부는 밀수, 탈세 등 다양한 불법적인 행위로 법원에서 유죄를 선고받거나 재판 진행 중”이라며 “델타항공이 KCGI와 함께 한진그룹 총수일가의 불법이나 편법 행위에 대해 세계 수준의 컴플라이언스를 적용하는 데 공조하기를 희망한다”고 요구했다.

KCGI는 이어 “만약 델타항공이 한진그룹 측과 별도 이면 합의에 따라 한진칼 주식을 취득한 것이라면 대한민국 공정거래법, 자본시장법 등 법률을 위반하는 것”이라며 “델타항공이 대한민국 법령을 철저하게 준수해 위법사항이 없어야 할 것”이라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