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發 자금이 코스피로 몰려온다

by김인경 기자
2014.09.01 14:17:19

TLTRO 기대에 유동성 확보..저금리 이용 캐리트레이드
"中 영향 받는 업종 보다 내수주·중소형주로 유입될 것"

[이데일리 김인경 기자] 유럽이 몰려온다. 유럽의 추가 부양이 초읽기에 들어간 가운데 이자 비용이 낮은 유럽의 자금을 빌려 신흥국 증시로 투자하는 ‘유로캐리트레이드’가 나타나고 있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 한달간 일본 제외 아시아펀드(Asia ex Japan Fund)로 69억 달러가 순유입됐다. 이들 펀드는 비교적 유럽 자금 비중이 높은 펀드로 분류된다.

증권업계는 18일 1차 목표 장기대출프로그램(TLTRO) 입찰을 앞두고 유럽의 유동성이 한국으로 들어오고 있다고 평가한다. TLTRO가 시행되면 최대 4000억 유로가 대출되며 유럽의 유동성이 풍부해 진다.

오승훈 대신증권 시장전략팀장은 “장기대출프로그램(LTRO)이 실시됐던 지난 2012년 1월부터 3월까지 유럽계 자금은 한국 주식을 6조7000억원 어치 순매수한 바 있다”며 “TLTRO 시행을 앞두고 이미 유럽계 자금의 이동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지난달 말 잭슨홀 컨퍼런스에서 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 (ECB)총재가 추가 양적 완화 조치 가능성까지 언급한 상황이다. 이에 시장에서는 유럽이 은행의 재무건전성을 판단하는 스트레스테스트를 마무리한 후 11~12월께 자산매입 카드를 꺼내들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에 유럽의 유동성 효과가 일시적 흐름이 아닌 추세를 만들 것이라는 의견이다.



뿐만 아니라 현재 마이너스대인 유로존의 시중 금리가 더욱 낮아지며 더 높은 수익을 추구하는 ‘유로 캐리 트레이드’도 나타나고 있다.

이재만 하나대투증권 주식전략팀장은 “실제로 2010년 이후 ECB가 통화 확대 정책을 실행했을 때 캐리 트레이드가 증가하며 신흥국 증시로 자금을 넣었다”며 “ECB 추가 통화 확대정책 기대가 높아지는 상황에서 유럽계 자금 유입에 관심을 높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특히 지난 2010년 이후 유럽 자금이 매수세를 늘리던 종목에 주목해야 한다. 이재만 팀장은 “미국계 자금이 순매도를 하는 와중에도 유럽계 자금이 순매수했던 시기 호텔신라(008770)나 메리츠종금증권(008560) 등의 비중을 확대한 바 있다”며 “이 외에도 외국인 시총 비중이 고점보다 크게 차이나는 삼성SDI(006400), 삼성증권(016360), 녹십자(006280) 등에 주목한다”고 말했다.

다만 중국 경기에 대한 우려가 나오는 만큼, 중국의 영향을 많이 받는 종목은 이번 유럽계 자금의 ‘바이코리아’ 열풍에서 제외될 것으로 보인다. 최근 중국의 8월 HSBC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가 시장 기대치를 하회하며 중국에 대한 우려는 더욱 커지고 있기 때문.

박승영 KDB대우증권 연구원은 “유로캐리자금으로 추정되는 외국인의 액티브펀드 매수세가 유입되고 있지만 중국 경기 둔화 우려 탓에 순매수 종목은 많지 않다”며 “대형주 보다는 내수주, 중소형주 위주로 자금 유입이 일어나며 이들 종목으로 자금 쏠림 현상이 계속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