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마감]파월의 '매'도 무섭구나…환율, 13년 4개월래 1350원 돌파

by최정희 기자
2022.08.29 15:55:30

환율, 19.1원 올라 1350.4원 넘어
1380원이 다음 번 저항선 될 듯
외환당국 경계감 커졌으나 환율 급등세 못 막아
달러인덱스 109선 넘어 20년 2개월래 최고
달러·위안 6.92위안 넘어 연 고점 경신

사진=AFP
[이데일리 최정희 기자] 파월의 매(긴축 선호)도 무서웠다. 원·달러 환율이 저항선으로 불렸던 1350원을 돌파하며 13년 4개월래 최고치를 기록했다. 다음 번 저항선은 1380원이 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29일 서울외국환중개에 따르면 이날 환율은 전 거래일 종가(1331.3원)보다 19.1원 오른 1350.4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날 환율은 10원 넘게 급등한 역외 환율을 따라 1342.5원에 개장을 했으나 계속해서 우상향 하는 그림을 보였다. 거래가 뜸해지는 점심 때, 12시 32분께에는 1350.8원까지 급등했다.

환율은 종가 기준으로 2009년 4월 28일(1356.8원) 이후 최고치를 기록한 것이다. 장중 고가 기준으론 2009년 4월 29일(1357.5원) 올랐다.

환율 상승폭은 코로나19 팬데믹으로 경기침체 우려가 커졌던 2020년 3월 23일(20.0원) 이후 가장 크게 오른 것이다.

8월 29일 월요일 환율 흐름(출처: 서울외국환중개)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26일(현지시간) 잭슨홀 심포지엄에서 경제에 고통을 주는 수준까지 금리를 올리겠다고 발언한 이후 달러 강세 등 위험자산 회피 심리가 강해졌다. 그런 시장 분위기가 서울 외환시장에서도 고스란히 전해졌다. 장초반부터 달러인덱스가 109선을 돌파했다. 29일(현지시간) 새벽 2시 30분께 달러인덱스는 109.27로 최근 뉴욕증시 마감 당시보다 0.47포인트 올랐다. 2002년 6월 19일(109.63) 이후 20년 2개월래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코스피와 코스닥 지수도 2%대 급락했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코스피 시장에서 460억원 가량을 순매도했다. 나흘 만에 매도세로 전환됐다.



달러·위안 환율은 6.92위안을 기록해 연 고점을 경신하며 위안화 약세 강도를 키웠다. 이에 원화도 추가 약세를 보였다.

역외 환율이 10원 넘게 올라 환율이 연 고점 경신 가능성이 커 보이자 외환당국에선 환율 급등을 경계했다. 방기선 기획재정부 1차관은 개장 전부터 ‘시장상황점검회의’를 개최하고 “시장에서 과도한 쏠림현상이 나타날 경우에 대비해 시장 안정을 위한 정책적 노력을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마감 직전 이날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해 “외환건전성 문제는 없지만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며 “경각심을 갖고 대응책을 강구하겠다”고 말했다.

다만 환율이 1340원대를 기록하면서부턴 외환당국의 구두개입 등 적극적인 실개입이 나왔지만 이날 환율이 1350원을 돌파했음에도 예상보다 외환당국의 개입 규모는 크지 않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김승혁 NH선물 연구원은 “상단을 조절할 수 있는 정도의 속도 조절 차원에서 개입이 나올 만 했지만 그런 움직임은 크지 않았다”며 “1380원까지는 추가 상승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이어 “과거엔 50원 단위로 저항선이 형성됐으나 현재는 수준 자체가 높아지면서 10원, 20원 단위로 올라갈 때마다 당국의 스탠스를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여 30원으로 좁게 잡고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서울외국환중개와 한국자금중개에서 거래된 규모는 68억8300만달러로 집계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