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 영내 뚫렸는데 '쉬쉬'…7개월 째 모르다 '늑장 처분'
by김관용 기자
2021.02.04 11:00:20
[군사경찰 논란 그후] 3회
軍부대 잇딴 경계실패로 논란 일 때
국방부 영내도 뚫려, 상황보고 누락
7개월 후 직무감찰서 경고 주의 처분
'블랙박스' 안지우고 퇴거 의혹 여전
[이데일리 김관용 기자] 국방부 근무지원단 군사경찰대대(옛 헌병대대)는 국방부 청사 등 서울 용산구에 위치한 군 시설 경계 임무를 전담하는 부대다. 국방장관·합참의장·한미연합사부사령관·육군참모총장 등 군 수뇌부 공관을 지키는 것도 이들이다.
군사경찰대대의 임무 소홀로 국방부 영내가 민간 차량에 뚫리는 사건이 발생한 적이 있다. 하지만 국방부나 합동참모본부(합참) 등 상급 부대에 보고도 하지 않고 자체적으로 종결 처리했다는 제보를 받았다. 민간 차량 무단진입 사건 관련 의혹과 이를 지적한 본지 보도에 대한 국방부 감사관실의 직무감찰 결과를 정리했다.
작년 초 해군 기지와 육군 방공진지 등에서 민간인이 무단으로 침입하는 사건이 잇따라 발생했다. 이를 파악도 못한 해당 부대들의 늑장 조치에 군 경계작전 문제가 대두됐다. 이에 당시 박한기 합참의장은 2020년 3월 19일 긴급 작전지휘관회의에서 모든 부대를 대상으로 경계태세에 대한 강도 높은 훈련과 불시검열을 실시하는 등 엄정한 작전기강을 확립하도록 지시했다.
그 후속조치로 국방부 근무지원단 역시 ‘근무지원단 경계작전 보강 결과’를 합참 합동작전과에 보고했다. ‘국방부 및 합참 청사와 지휘부 공관 경계작전 보강 결과’ 문서에 따르면 △적 상황 조기 인지 및 사전 경고 준비를 위한 감시전력 정비 △현장차단 및 침투세력 진압작전 수행을 위한 시스템 보완 △경계시설물의 제 기능 발휘 및 유지를 위한 점검 및 보강 등의 내용이 담겨 있다.
이같은 보고는 2020년 4월 13일 이뤄졌는데, 불과 3일 전인 10일 밤 국방부 서문으로 외제차 1대가 무단 진입해 영내를 휘젓고 다닌 사건이 발생했다. 사건의 경과는 이렇다.
당일 오후 10시 20분께 신원 미상의 벤츠 차량이 국방부 서문으로 근무지원단 관용차량 뒤에 붙어 출입증 인식 없이 들어왔다. 이에 차단병은 이를 잡기 위해 쫓았고 근무지원단 건물 입구에서 해당 차량을 발견했다.
운전자는 ‘드라이브 중이었다. 들어오지 못하는 곳이냐’고 물었고 차단병은 ‘출입승인 없이는 불가하니 왔던 길로 되돌아 나가야 한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해당 차량은 딴 길로 이동해 근무병은 다시 뛰어 이를 추적했지만 찾지 못했다. 그런데 근무병들은 이를 보고하지 않고 임무 교대 후 생활관으로 돌아왔다고 한다. 그러다 불안감에 관련 내용을 사건 발생 3시간이나 지난 다음 날 새벽 1시30분께 당직사관에게 보고했다.
이후 당직사령에게 알려졌고, 곧 해당 시간 대 CCTV를 확인했다. 또 특수임무대(특임대)가 전원 출동해 해당 차량을 수색했다. 30분 후 CCTV를 통해 해당 차량이 국방부 후문으로 나가는 것을 확인하고서야 상황이 종료됐다. 이 사건은 당일 새벽 6시께 군사경찰대대장에게 보고됐고 이후 근무지원단장과 참모장에게 각각 알려졌다.
국방부 영내 민간 차량 무단 진입 사건은 두 달 후 또 일어났다. 택시 한 대가 영내로 들어와 국방부 본관 지하주차장 쪽으로 이동하자 차단병들이 추격했다. 당시에는 ‘번개조’와 기동순찰대, 특임대도 출동했다. 군사경찰대대장까지 현장을 찾아 상황을 조치했다.
이같은 기지 경계 소홀 의혹은 국방부 감사관실의 직무감찰을 통해 어느 정도 사실이 확인됐다. 우선 벤츠 차량 무단진입 사건의 경우 지휘·감독 책임이 있는 근무지원단장과 군사경찰대대장, 50군사경찰대장, 1소대장, 위병사관 등 5명에게 ‘경고’ 처분이 내려졌다.
또 국방부에 상황 보고를 하지 않은 책임을 물어 근무지원단장과 근무지원단 당직사령, 군사경찰대대 당직사령 등 3명을 경고 처분했다. 지휘통제실 운영에 대한 책임이 있는 근무지원단 참모장과 정작처장에게는 ‘주의’ 조치했다.
이에 대해 감사관실은 “상급부대에 대한 상황보고를 하지는 않았지만, 근무병의 보고 지연에 따른 초동조치 미흡에 원인이 있었다는 점을 감안한 처분”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당시 잇딴 부대 경계 실패로 군이 뭇매를 맞고 있었던 시기였다는 걸 감안하면 엄중히 책임을 물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게다가 서울 시내 한복판에 있는 국방부 영내에서 특임대까지 출동했지만, 국방부 등에 보고되지 않은 사건이었다. 부대가 ‘쉬쉬’하고 있다가 7개월 후 본지 보도 이후 알려지게 된 것이다. ‘은폐’ 정황이 있는데도 처분이 관대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되는 이유다.
이와 함께 택시 무단진입 사건의 경우에는 초동조치가 비교적 원만히 이뤄졌다는 게 인정돼 근무지원단장과 군사경찰대대장, 50군사경찰대장, 3소대장, 위병사관 등 5명에게 ‘주의’ 처분이 내려졌다.
그러나 영내에 무단진입한 차량에 대해서는 ‘블랙박스’ 녹화 영상을 삭제하고 내보내야 한다. 이같은 조치가 없었다는 게 당시 부대원들 전언이다. 감사관은 “택시의 블랙박스 삭제 조치를 확인했다”고 반박했다. 하지만 초 단위로 뭘 했는지까지 기재 돼 있는 상황일지 상에는 관련 기록이 없다.
한편, 국방부가 지난 해 4월 하달한 ‘국직부대/기관 상황보고체계 정립 및 경계작전태세 점검체계 구축’ 공문에 따르면 16개 국방부 직할부대에 대한 경계작전태세 점검 부대 및 기관이 지정돼 있다.
국방부 근무지원단에 대한 점검 책임 기관은 국방부 감사관실이다. 근무지원단의 경계소홀 사건을 언론 보도를 통해 이제서야 문책한 감사관실 역시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