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 車시장, 현대차엔 `늦었지만 꼭 필요한 도전`

by문주용 기자
2011.02.25 23:00:05

브라질, 세계 4위 시장…2015년에는 5백만대로 3위
글로벌 車업체, 잇따라 증설계획 발표…세계의 각축장
현대차, 혼합연료형 신차 투입…브라질내 4위 목표

[상파울루= 이데일리 문주용 특파원] 현대차(005380)가 25일(현지 시각) 브라질 공장을 착공한 것은, 세계4위 자동차 시장인 브라질이 중국에 이어 자동차 수요가 가장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국가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현대차는 이번 브라질 공장 기공식을 계기로, 하반기 신형 아반떼와 신형 그랜저, 벨로스터 등을 현지 시장에 투입할 계획이다.

또 대대적인 홍보와 이벤트를 전개해 브랜드 현지화를 강화하고 현지 전략형 소형차를 생산, 시장에 성공적으로 진입시킨다는 계획이다.
 
중남미 지역본부 김기태 이사는 "공장완공 이후 2013년에는 브라질 시장에 30만대(현지생산 15만대, 수입판매 15만대)를 팔아 시장점유율 10%를 달성, 포드를 제치고 시장점유율 4위 업체로 도약하겠다"고 밝혔다.

중남미 시장은 현대차에 특별한 인연이 있는 곳이다. 현대차가 지난 1976년 처음으로 포니 7대를 수출했는데, 첫 시장이 바로 중남미 에콰도르였다.

현대차는 지난 1976년 첫 수출이후 지난 2006년 수출 누계 100만대를 돌파했다.

연간으로는 ▲2007년 17만3000대 ▲2008년 18만2000대 ▲2009년 19만2000대 ▲2010년 24만6000대로 가파른 상승세를 보였다. 올해도 중남미에 24만 2000대를 수출해 수출 누계 200만대를 돌파할 계획이다.

이번에 공장을 기공한 브라질 시장은 지난해 자동차산업 수요가 324만대로 전년대비 8% 증가한 곳이다. 정치적 안정과 꾸준한 경제 성장으로 중산층의 구매심리가 강하고 공업세 감면 등 정부의 적극적인 자동차산업 부양책이 효과를 보고 있다.

최근 글로벌 인사이트에 따르면 2010년 브라질 자동차 수요는 중국, 미국, 일본에 이어 세계 4위 규모다. 특히 오는 2015년에는 500만대가 예상돼 일본을 제치고 중국, 미국에 이어 세계 3위의 자동차 대국에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브라질 시장의 특징은 에탄올 연료 자동차들이 높은 판매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는 점이다.

에탄올 연료 사용 촉진 정책에 따라 에탄올 혼합연료 자동차의 비중이 전체 자동차 시장에서 90%를 차지하고 있다. 에탄올 가격이 휘발유의 70% 수준이다.

또 소형차가 강세를 보이고 있는 것도 또다른 특징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도로가 좁은 이유로, 유럽 지역과 비슷하게 소형차를 선호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소형차인 B 세그멘트의 판매는 약 177만대로 전체 자동차 판매 324만대의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브라질 시장은 경제성장에 따른 가처분 소득 증가와 지난 2009년 정부의 공업세 감면 정책 실시에 따라 자동차 판매가 증가세를 보였다.

하지만 공업세(8%) 감면 정책이 지난해 3월 종료되고 인플레이션 압력에 따른 금리 인상으로 자동차 할부금용유 위축돼 판매 증가세는 점차 둔화되기 시작했다. 그렇지만 공업세 감면 혜택이 적었던 소형차는 상대적으로 판매가 늘었다.



브라질 승용차 판매는 올해 전년대비 4.7%가 증가한 265만대가 될 전망이다. 특히 일본, 미국, 유럽 등 각국 업체들이 신차 투입을 확대하면서 경쟁도 심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도요타가 에티오스, 닛산은 마이크라 등 신흥국 전용 저가 소형차를 투입, 소형차 시장을 본격 공략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 GM은 벡트라, 애자일을, 푸조는 308, 508 모델을 출시키로 하는 등 다양한 차급에서 신차들을 잇따라 출시할 예정이다.



각 업체들은 현지 생산도 확대하고 있다. 관세가 35%에 달하는 만큼 현지 생산이 가격경쟁력에 있어 필수적인 선택이 되고 있다.

브라질은 자국 브랜드는 없지만, 글로벌 자동차 업체의 공장 진출로 지난해 364만대의 생산대수를 기록, 세계 6위 자동차 생산국가로 올라서있다. 

브라질 시장 점유율 1위인 피아트는 올해부터 2014년까지 총 100억 헤알(57억 달러)를 투자해 연산 20만대 규모의 완성차 신공장 건설을 짓고, 연구개발센티와 교육센터를 설립하고 기존 미나스 제라이스州에 위치한 제 1공장도 생산능력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판매 2위인 폭스바겐도 2014년까지 61억 헤알(35억 달러)를 투입, 현지 생산량을 확대할 계획이며, 포드도 올해부터 4년간 40억 헤알(23억 달러)를 투자해 생산능력을 확대할 예정이다.

일본 업체도 브라질에 대한 투자를 한층 확대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닛산은 최근 브라질 시장의 급성장을 견인하고 있는 소형차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소형차 현지생산을 검토중이다. 이 회사는 리우데자네이루 소형차 생산공장을 신설하거나 기존 핀하이스 공장을 증설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다.

도요타 역시 2012년 완공을 목표로 두번째 브라질 공장을 건설하는 등 생산능력을 대폭 확대할 계획이다.



현대차는 지난해 주력 모델인 i30 판촉을 강화하고, ix 35와 신형 쏘나타 등을 런칭해 판매 상승세를 지켜왔다.

브라질내 모델별 판매량은 i30가 125% 늘어난 3만 6510대를 기록, C세그먼트내 판매1위(점유율 22%)를 차지했다. 올 1월에도 한달간 3391대나 팔렸다.

지난 6월 판매를 시작한 ix35(신형 투싼)도 6802대가 판매됐다. 이밖에 아제라(구형 그랜저) 7270대, 싼타페 7303대, 베라크루즈 4184대가 판매됐다. 부가가치가 높은 고급차 시장에서도 자리매김하고 있다.

현대차는 이 같은 판매 신장에 따라 올해 브라질 시장의 판매 목표를 지난해 대비 18.2% 늘어난 9만2600대로 늘렸다.

6억달러를 투자, 건설하는 현대차 브라질 공장은 글로벌 업체들의 움직임에 비하면 늦은 감이 있다. 현대차 관계자는 "2008년 양해각서(MOU)를 체결했지만 금융위기가 닥치면서 브라질내 판매시장이 위축돼 공장착공을 늦출 수 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현지 전략형 소형차가 속한 B세그먼트는 지난해 브라질 전체 수요의 54.4%를 차지하는 가장 큰 시장으로, 폭스바겐의 골, 파이트의 팔리오, 포드의 피에스타 등이 각축을 벌이고 있다.

현대차는 이 시장에 가솔린/알코올 혼합연료, 100% 알코올로 가능한 혼합 연료차(FFV: Flexible Fuel Vehicle)를 내년말부터 투입할 계획이다. 이 차에 카파 1.0 FFV, 감마 1.6 FFV 엔진을 적용해 B세그먼트 뿐 아니라 전체 수요의 10%에 달하는 A 세그먼트 고객도 흡수한다는 계획이다.

앞서 현지 전략형 소형차 투입 전에 올 하반기부터 ix 35(신형 투싼)부터 FFV 엔진을 탑재해, 혼합 연료차 시장에 대응하기로 했다.

한편 판매 확대와 브랜드 이미지 제고를 위해 판매 및 정비까지 가능한 딜러점 확대에 나서 현재 브라질 5개주 176개인 딜러점을 2013년까지 22개주 300개로 확대할 계획이다.

브라질은 오는 2014년 월드컵, 2016년 올림픽을 개최한다. 현대차는 다양한 스포츠마케팅을 전개해 브라질은 물론 중남미 전역에 현대차 브랜드 이미지를 높여나간다는 계획이다.

중남미 지역본부 김기태 이사는 "완공후 1년만에 2013년에는 브라질 시장에 30만대(현지생산 15만대, 수입판매 15만대)를 팔겠다"고 밝혔다. 이렇게 되면 2.4%(2010년)인 시장점유율이 10%로 늘어난다. 포드를 제치고 시장점유율 4위 업체로 올라서겠다는 계획인데, 기공식에 참석한 브라질 관계자는 "매우 공격적"이라며 혀를 내둘렀다.  
 
하지만 걸림돌이 없는 것은 아니다. 기아차의 옛 계열사 아시아자동차 문제가 여전히 잠복해 있다. 이날 착공식 기자회견에서도 브라질 현지 기자들이 집중적으로 아시아자동차의 세금 문제를 거론했다. 과거 아시아자동차의 제품을 수입하던 현지 딜러가 공장 건설을 사전약속하며 세금 감면을 받았는데, 실제 공장 투자로 이어지지 않아 이를 둘러싼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있다.
 
현대차 관계자는 "이 프로젝트는 기아차와 별개 문제"라고 선을 그었지만 현지 언론의 관심은 높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