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52시간 예외’ 막힌 정부, 주64시간 연장근로 활용 확대 추진
by김형욱 기자
2025.03.11 11:30:00
산업·고용장관, 반도체 근로시간 간담회 열어
''연장근로 제도 개선이라도…'' 경영계 요구에,
"기술 전쟁은 시간 싸움" 조속 조치 마련 약속
반도체 연구직군 맞춤형 인가 기준 추가할듯
[이데일리 김형욱 기자] 더불어민주당의 반대로 반도체특별법 내 주 52시간 예외조항 포함이 사실상 어려워진 가운데, 정부가 반도체 연구직군에 대한 주 64시간 특별연장근로 제도 활용 확대 방안을 추진한다.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은 11일 경기도 판교 동진쎄미켐 연구개발(R&D) 센터에서 열린 반도체 연구개발 근로시간 개선 간담회에서 특별연장근로 제도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 인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지난 2월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반도체특별법 주52시간제 특례제도 도입을 위한 당정협의회에서 모두발언하고 있다. 오른쪽은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 (사진=이데일리 노진환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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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여당은 반도체 산업의 국제 경쟁력을 위해선 연구개발 분야에 한해 주 52시간 근로제한 규정을 완화해야 한다는 판단 아래 이 조항을 담은 반도체특별법 제정을 추진해 왔다. 그러나 국회 의석 과반 이상의 민주당이 노동계 반발과 타 산업 확산 우려 속 주 52시간 예외 조항 포함에 반대하면서 이를 포함한 반도체특별법법 제정은 사실상 어려워진 상황이다.
이날 간담회에 참가한 기업과 경제단체들은 주 52시간 근로제한을 연구개발 직군의 특성을 반영하지 못한 ‘규제’라며 현 상황에 대한 답답함을 전했다. 한 기업 관계자는 “연구개발 성과가 떨어지는 것은 물론 부서 간 협업 저해와 연구 몰입 문화 약화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간담회에는 삼성전자(005930)와 SK하이닉스(000660), 동진쎄미켐(005290), 주성, PSK, 솔브레인(357780), 원익IPS(240810), 리벨리온, 텔레칩스(054450), 퓨리오사 등 기업과 대한상공회의소, 한국경영자총협회, 중소기업중앙회 등 경제단체 관계자가 참석했다.
경제단체들은 당장 주 52시간 예외조항을 담은 특별법 제정이 어렵다면 현행 특별연장근로 제도 개선이라도 서둘러야 한다고 제언했다. 중기중앙회 관계자는 “근로시간 규제는 대응 여력이 약한 중소·중견기업의 연구개발 역량에 더 큰 타격을 주는 만큼 긴급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경총 관계자는 “앞선 국정협의체에서 반도체 특별법 내 근로시간 특례 합의가 불발돼 아쉽다”며 “우선 반도체 연구개발에 대한 특별연장근로 제도라도 조속히 개선돼야 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현행 근로기준법에는 이미 고용부 인가를 전제로 주간 근로시간을 52시간에 12시간을 더한 64시간까지 늘릴 수 있는 규정이 있다.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을 비롯한 많은 기업이 이를 활용 중이다. 그러나 노사 간 합의와 불가피한 사유, 고용부의 사전 승인을 전제한 제도인 만큼 반도체 연구개발직군에서 보편적으로 활용되기는 어렵다는 게 경영계의 판단이다. 고용부는 2021년 기준 총 6477건의 특별연장근로를 인가했으나 연구개발 분야는 14건에 그쳤다.
| 이재명(왼쪽)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박찬대 원내대표가 지난 2월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반도체특별법 노동시간법 적용제외를 주제로 열린 정책 디베이트에서 대화하고 있다. (사진=이데일리 노진환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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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도 특별연장근로 활용 확대에 대해선 반대하지 않는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앞선 7일 민주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주 52시간 예외 조항이 불필요한 근거로 특별연장근로를 제시했다. 이 제도의 활용도를 높인다면 정부와 경영계가 바라는 반도체 연구직군 근로의 특수성을 충분히 반영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정부는 서둘러 관련 근로기준법 시행규칙 개정에 착수한다. 특별연장근로 신청 요건에 반도체업계 연구직을 명시하거나, 사전 신고 원칙을 사후 신고도 가능하도록 바꾸는 등의 방안이 고려된다. 현재 인가 사유에도 연구개발은 들어 있으나 그 분야가 소재·부품·장비로 제한돼 있다.
안덕근 산업부 장관은 “반도체 전쟁은 기술 전쟁이고 기술 전쟁은 결국 시간 싸움”이라며 “현장 목소리가 잘 반영된 근로시간 제도 개선을 통해 우리 반도체산업 경쟁력이 더 높아지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문수 고용부 장관은 “불과 몇 개월 사이에 반도체 산업의 상황이 더 어려워졌다”며 “관계부처와 협력해 정부 차원의 조치를 조속히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