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둔형 외톨이도 장애 대상 포함 논의 추진

by이지현 기자
2023.03.09 15:30:01

제6차 장애인정책종합계획(2023~2027) 발표
5년간 31조원 투입 장애 폭 넓히고 서비스 다양화
장애 미등록 아동 연령기준 만 6세→만 8세 확대
윤 대통령 공약 장애인 개인예산제 2026년 도입

[이데일리 이지현 기자] 정부가 사회생활을 거부하고 집에만 틀어박혀 있는 은둔형 외톨이 등과 같은 사회적 장애도 장애 대상에 포함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장애인이 맞춤형으로 일상 지원 서비스를 선택할 수 있게 하는 ‘개인 예산제’를 도입한다.

9일 서울 광화문 정부서울청사 대회의실에서 한덕수 국무총리 주재로 열린 제24회 ‘장애인정책조정위원회’에서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이같은 내용의 제6차 장애인정책종합계획(2023~2027)을 확정 보고했다.

장애인정책조정위원회는 장애인복지법에 따라 장애인 종합계획을 수립하고 관계부처 간 의견을 조정하는 최상위 의결 기구로, 1998년부터 5년마다 장애인정책종합계획을 심의·발표하고 있다.

이번 제6차 계획은 ‘맞춤형 지원으로 장애인의 자유롭고 평등한 삶을 실현하는 행복사회’를 비전으로, △·복지·서비스 △건강 △보육·교육 △경제활동 △체육·관광 △문화예술·디지털미디어 △이동·편의·안전 △권익증진 △정책기반 등 9대 분야, 30대 중점과제, 74개 세부 추진과제로 구성됐다. 이번 계획은 장애의 범위를 확대하고 서비스를 다양화해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살아가는 더 좋은 사회로의 방향을 모색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우선 장애인의 정의 범위를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현재 장애인복지법상 장애 개념은 의학적 장애 모델에 국한돼 있다. 하지만 사회 구성원의 태도나 환경적 장벽으로 사회 참여가 저해되는 일명 히키코모리라고 부르는 은둔형 외톨이 등도 사회적 장애로 확장해 봐야 한다는 주장이 꾸준히 제기됐다. 이에 복지부는 국회와 논의를 통해 장애 개념을 확장한다는 방침이다.

염민섭 장애인정책국장은 “은둔형 외톨이, 임산부 등도 상황에 따라 장애 서비스가 필요하다면 일시적으로라도 서비스를 받게 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장애아동 발달재활서비스 대상은 현재 7만9000명에서 2027년 10만명까지 확대한다. 발달장애로 재활이 필요한 미등록 지원 대상 아동 연령기준도 만 6세에서 만 9세 미만으로 상향 검토한다. 장애 등록을 미루더라고 8세까지는 안정적으로 치료 서비스를 받을 수 있게 한 것이다. 관련법이 개정되면 1만6000여명의 아동이 혜택을 받을 전망이다.

‘장애인 개인예산제’가 도입 추진된다. 현재 장애인은 의료비 지원, 활동지원사 지원, 생계수당 등 각 분야에서 받은 보조금 혹은 바우처(이용권)를 다른 용도로 사용할 수 없다. 또 장애인이 지원금을 받으려면 항목별로 각각 다른 관공서에 신청을 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었다. 이 제도는 장애인이 맞춤형으로 일상 지원 서비스를 선택할 수 있어 장애인이 복지 사각지대에 놓이는 일이 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미 호주와 독일, 영국 등에서 시행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 공약으로 제시한 바 있어 복지부에서도 역점 사업으로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올해 △급여유연화 모델 △필요서비스 제공인력 활용 모델로 나눠서 모의적용 연구를 추진한다. 급여유연화 모델은 활동지원 평균 급여인 월 202만원 중 10%(월 최대 20만2000원) 내에서 발달재활, 발달장애인 긴급돌봄, 의료비, 보조기기 등과 같은 공공서비스와 장애인 자가용 개조, 주택개조, 주거환경 개선 등과 같은 민간서비스를 구매, 활용할 수 있다.

필요서비스 제공인력 활용 모델은 활동지원 급여 중 20% 이내에서 개인별 지원계획에 따라 간호사와 간호조무사, 언어·물리치료사, 보행지도사, 촉수화통역사 등과 같은 활동지원사 자격을 보유한 특수자격자를 선택해 활동지원을 받을 수 있다. 이를 통해 구체적인 사업 모델이 도출되면 정부는 2024년 지방자치단체 시범사업을 거쳐 2026년 모든 장애인에게 적용한다는 방침이다.

내달부터 발달장애인 보호자가 경조사, 입원, 소진 등으로 부재 시, 일주일 이내 24시간 돌봄을 제공하는 긴급돌봄 서비스가 전국 17개 시·도에서 시행된다. 2024년 6월부터 최중증 발달장애인 통합돌봄 서비스가 시작된다. 장애인 활동지원 지원 대상을 현재 14만명에서 2027년 17만명으로 확대한다. 장애아가족 양육지원서비스 이용시간은 현재 연간 960시간(월 80시간)에서 2027년 1440시간(월 120시간)까지 확대한다.

영유아 발달 정밀검사 지원 기준은 소득 80% 이하로 했던 것을 아예 없애 전체에게 지원키로 했다. 장애아전문, 통합 어린이집은 현재 1650개소에서 5년간 320개소 더 늘리기로 했다.

장애인일자리는 5년간 1만개 더 늘려 2027년 4만개까지 확대키로 했다. 중증장애인생산품 공공기관 우선구매비율은 1%에서 2%로 상향 추진한다. 장애인 고용장려금 단가를 인상하고 장애인 고용의무 미이행기관에 대해서는 올해부터 100% 명단을 공표한다.

장애인 건강주치의 참여대상을 중증장애에서 장애인 전체로 확대하고, 공공보건의료기관 86개소를 장애친화 검진기관으로 의무지정 추진한다. 장애인 보조기기 지원 품목을 현재 38개에서 2027년 46개로 늘리고 보조기기의 건강보험 급여도 확대키로 했다. 시군구 단위 장애인형 생활체육시설인 반다비 체육센터를 현재 91개소에서 2027년 150개소로 늘리기로 했다.

장애인 이동 편의를 위해 노후 버스 대·폐차 시 저상버스 도입을 의무화해 시내 저상버스 도입률을 현재 34%에서 5년 후 65%로 끌어올린다는 방침이다. 장애인 편의시설 의무설치 대상은 현행 50㎡ 이상 시설에서 50㎡ 미만 시설로 확대 추진한다.

이같은 종합계획 기간(2023년~2027년) 동안 필요한 총 소요 예산은 약 31조3000억원(잠정치)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조규홍 복지부 장관은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차별 없이 살아갈 수 있는 자유롭고 평등한 사회를 실현하도록 노력하겠다”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