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육지책’ 선택한 배민…자영업자는 반발(종합)

by김정유 기자
2024.07.10 15:01:45

배민1 수수료 6.8%→9.8%로 인상…내달부터 적용
멤버십 업은 쿠팡이츠 추격에 정면돌파 선택
자영업자 부담 상쇄 위해 배달료 인하 등 추진
가게배달도 배민클럽 가능, 지속 투자 약속
자영업자는 “앱 개편은 환영, 수수료는 이해 안돼”

[이데일리 김정유 기자] 배달 애플리케이션(앱) 시장 1위 ‘배달의 민족’이 다음 달부터 자체 요금제(배민1플러스)의 수수료율을 기존 6.8%에서 9.8%로 3%포인트 인상한다. 최근 배달앱 시장의 출혈경쟁이 점차 심화하자 쿠팡이츠 수준으로 수수료율을 올리는 ‘고육지책’을 선택한 것인데 예상대로 자영업자들의 반발이 거세다.

이에 배민은 자영업자 부담 경감을 위해 배달료를 지역별로 최대 900원 낮추고 정액 요금제 ‘울트라콜’ 비용도 20%를 환급하는 등의 정책을 추진하기로 했다. 또 자사배달우대 논란 해소를 위해서도 앱 화면에 ‘음식배달’ 탭을 신설하는 등 일부 정책에도 변화를 줬다. 자영업자들의 반발을 각종 지원책으로 해소할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된다.

피터얀 반데피트 우아한형제들 대표가 10일 배민 요금제 개편안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우아한형제들)
피터얀 반데피트 우아한형제들 대표는 10일 사내 구성원들을 대상으로 이 같은 내용의 요금제 개편 내용을 발표했다.

반데피트 대표는 “앱 개편을 통해 가게배달 업주는 더 많은 성장기회를 얻고 고객은 최고의 할인 혜택과 다양한 식당 선택권을 가질 수 있다”며 “궁극적으로 배민을 사용하는 모든 사람에게 앱 내에서의 경험을 원활하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새로운 요금 정책은 업주들이 앱을 이용해 사업을 성장시킬 수 있는 더 많은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며 “우리 목표는 고객을 위해 지속 가능하고, 가게의 성장을 지원하며, 지역 경제에도 기여하는 배달 생태계를 만드는 일”이라고 덧붙였다.

가장 관심을 모은 건 수수료율 인상이다. 배민은 ‘배민1’이라는 주문 중개부터 배달까지 수행하는 요금제를 확대하고 있는데 기존 수수료율은 6.8%였다. 하지만 이를 경쟁사인 쿠팡이츠 수준(9.8%)으로 3%포인트 인상키로 했다. 수수료 인상은 다음 달부터다.

배달의민족 요금제 개편 주요 내용.
최근 배달앱 시장에 대한 상생 요구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배민이 이처럼 수수료율 인상이라는 고육지책을 선택한 건 시장 상황이 녹록지 않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현재 쿠팡이츠는 ‘와우 멤버십’이라는 유료 구독제를 등에 업고 배달앱 시장에서 배민을 무섭게 뒤쫓고 있다. 쿠팡이츠는 멤버십으로 고객을 잡아놓는 ‘록인’ 효과를 톡톡히 누리고 있지만 배민은 중개 수수료가 쿠팡보다 3%포인트가 낮아 경쟁에 애를 먹고 있던 것으로 전해졌다. 최근 정부·국회 등에서 배달앱에 대한 상생 압박이 거세지고 있지만 수수료율을 인상할 수 밖에 없던 배경으로 풀이된다.

업계 한 관계자는 “배민은 쿠팡이츠 와우 멤버십처럼 강력한 고객 ‘록인(lock-in) 기제’가 없다”며 “중개이용료도 3%포인트가 낮아 수익성도 약화한다는 판단을 했을 것”이라고 했다. 이어 “업계 유일의 정액제 상품 운영과 최저 수수료율 등으로 버텼다”면서도 “이대로는 선두 자리를 지키기 어렵다고 보고 정면돌파를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자영업자들은 배민의 이번 정책에 대해 앱 화면 개편 등은 환영하지만 수수료율 인상 자체에 대해 민감히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자영업자 커뮤니티 ‘아프니까 사장이다’에서 활동 중인 한 자영업자는 “자사배달우대 노출 논란을 조금 해소한 것 같아 반갑다”면서도 “단순 화면 개편만 하면서 수수료율만 3%포인트 더 올리겠다는 건 이해가 안 된다”고 했다. 이어 “배민이라는 플랫폼에 혼돈을 야기시키는 것 중 한 가지가 더 늘어난 셈”이라고 꼬집었다.

다른 자영업자는 “자영업자들에게 공식적으로 전면전을 선포한 것이나 다름없는 것”이라며 “자영업자들이 분노를 넘어 궐기해야 하는 수준까지 왔다”고 비판했다.

(사진= 우아한형제들)
배민은 최근 자영업자들의 경영상황이 녹록치 않은 점을 고려해 수수료율 인상을 일부 상쇄할 수 있는 방안도 함께 내놨다. 우선 2500원~3300원으로 책정되던 업주 부담 배달비를 전국적으로 1900원~2900원 수준으로 인하한다. 배민은 지역별 배달비를 고려해 추가 할인도 고려한다는 계획이다.

또 배민이 유일하게 운영하는 정액 요금제인 울트라콜의 월 요금(8만원)도 20% 환급을 추진한다. 배민은 향후 포장시 적용되는 수수료율(6.8%)도 내년 3월까지 절반 수준인 3.4%로 낮출 방침이다. 배민 관계자는 “포장 주문이 늘면 업주의 배달비 부담이 줄어들 것”이라며 “포장 주문 활성화, 마케팅 지원 등에 더 신경쓸 것”이라고 고 밝혔다.

앱 화면에 음식배달 탭도 신설한다. 기존 배민배달 매장만 우선 노출한다는 자영업자들의 불만을 해소하기 위한 대응이다. 음식배달 탭에 배민배달과 가게배달을 모두 넣어 차별 논란을 없애겠다는 전략이다. 기존 가게배달 탭은 그대로 유지하는 것을 고려하면 가게배달 노출도는 이전보다 더 높아질 전망이다.

배민은 최근 시범운영 하고 있는 유료 구독 멤버십 ‘배민클럽’에도 변화를 꾀할 계획이다. 지금까지 배민클럽의 무료배달 주문은 배민1 가입 업주만 받을 수 있었다. 앞으로는 가게배달 업주도 배민클럽 주문을 받을 수 있게 했다. 배민클럽은 다음 달부터 무료배달 혜택뿐만 아니라 구독자 전용으로 주요 외식 브랜드에 대한 추가 할인, B마트 장보기쇼핑 할인 등 혜택을 추가할 계획이다.

향후 배민은 업주 성장과 배달 매출 확대를 위해 업주, 고객, 라이더를 대상으로 한 투자도 지속할 계획이다. 배민 관계자는 “배민은 업계 최저 수준의 수수료율과 업계 유일 정액제 상품 운영 등을 통해 사장님 가게 운영에 보탬이 돼 왔다”며 “사장님의 배달비 부담을 최소화하면서도 고객 혜택을 강화, 시장을 선도하는 플랫폼이 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