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릿지바이오 ‘BBT-401’ 임상 실패…다음 전략은

by김새미 기자
2023.02.20 15:07:41

유효성 입증 실패에도 제형 개선 통해 임상 재도전
“개발기간 1년 이상 지연…신약가치 50%가량 하락”

[이데일리 김새미 기자] 브릿지바이오테라퓨틱스(288330)의 궤양성대장염 신약후보물질 ‘BBT-401’이 임상 2a상 결과 유효성 입증에 실패했다. BBT-401은 임상 단계가 가장 앞선 단계의 파이프라인이었던 만큼 신약개발 전략 변경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브릿지바이오는 BBT-401의 제형을 개선한 후 추가 임상에 진입한다는 계획이다.

브릿지바이오테라퓨틱스 로고(사진=브릿지바이오)
브릿지바이오는 지난 17일 저녁 BBT-401의 임상 2a상 결과를 공시했다. 이번 임상의 일차 평가지표는 투약 57일차의 임상적 반응률(Clinical Response)로, 총 메이요 점수(Total Mayo Score)가 기저 시점 대비 3점 이상 감소 및 30% 이상 개선된 피험자의 비율이다. 임상적 반응률 결과는 중용량군 54.5%, 고용량군 54.5%, 위약 대조군 63.6%로 각각 집계됐다. 투약군보다 플라시보 효과가 더 크게 나타나면서 유의미한 약물 효과 결과를 확보하지 못했다.

BBT-401의 임상 2a상은 중·고용량군으로 나눠서 5개국(한국, 미국, 뉴질랜드, 폴란드, 우크라이나) 37개 기관의 중등증·중증의 궤양성 대장염 환자 38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모수가 적은 것은 소수의 피험자를 대상으로 단기간에 걸쳐 실시되는 탐색적 임상이기 때문이다. 브릿지바이오의 임상시험계획 승인 공시에도 해당 임상이 ‘약물의 유효 용량과 효력을 탐색하기 위한 중-고용량 시험’이라고 명시돼 있다.

탐색적 임상시험이기 때문에 해당 임상의 결과만으로 신약 개발 가능성에 대해 단정지을 수는 없다. 그러나 개발 가능성을 높이기 위한 임상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아쉬운 점이 많다는 게 임상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한 임상 전문가는 “(해당 임상 결과를 살펴봤을 때) 아직 용량, 용법을 어떻게 해야 할지 정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며 “더 다양한 단서를 얻기 위해 투약기간을 늘리고, 더 자주 투약해서 약효가 언제 가장 높은지를 판단할 수 있게 임상 디자인을 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브릿지바이오는 BBT-401의 제형 변경을 포함한 임상 재디자인을 고려해 개발을 지속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번 임상 2a상을 통해 제형 개선을 통한 약물 전달능 강화 측면에서 소기의 성과를 달성했다고 판단한데 따른 결정이다. 브릿지바이오 관계자는 “임상시험에서의 결과들을 반영해 환자의 대장내 최적 방출형 제형 개발 전략을 수립 중”이라고 말했다.



BBT-401는 위에서는 녹지 않고 장에서 녹도록 만든 장용정으로 개발되고 있다. 앞서 브릿지바이오는 지난해 2019년 4월부터 2020년 7월까지 미국 임상 2a상 이후 BBT-401의 제형 개선을 실시한 바 있다. 2021년 10월에는 직장투여 제형(좌약형)으로도 개발했다 중단하기도 했다.

BBT-401의 제형 변경(개선)으로 인해 최소 1년의 개발 기간이 지연될 전망이다. 한 임상 전문가는 “제형을 개선한다고 하면 신약개발 기간이 1년 이상 지연될 것은 분명하다”고 언급했다. 그는 “제형 이슈가 있다면 약동학적인 부분에서 최적화가 안돼있을 것”이라며 “애초에 해당 임상의 접근 방식이 잘못됐다”고 지적했다. 그의 말에 따르면 제형 개선으로 개발 기간이 지연되면 신약 출시에 따른 특허 기간이 1년~1년 6개월 줄어들게 된다. 따라서 신약 가치가 50%는 떨어진 것이라는 게 그의 주장이다.

아울러 가장 앞선 임상 단계의 파이프라인이었던 BBT-401 임상 2a상 결과로 인해 신약개발 전략에 차질이 생기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된다. 브릿지바이오는 지난달 2025년까지 글로벌 임상 파이프라인 7개 이상 확보하겠다는 계획을 내세웠다. 회사 측은 이러한 신약개발 계획은 변동 없이 추진할 예정이다. 또한 이번 제형 변경에 대해 브릿지바이오 측은 “다음 임상에 진입하기 전에 여러 가지 전략을 수립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기 때문에 전략 변경이라고 말하긴 어렵다”고 말했다.

한편 BBT-401는 대웅제약(069620)과 아시아 기술이전 계열을 체결했던 신약후보물질이기도 하다. 대웅제약은 지난해 말 BBT-401 중국 임상 1상 완료에 따른 150만달러(약 19억원)의 마일스톤을 지급했다. 브릿지바이오는 대웅제약과 파트너십 관계에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브릿지바이오 관계자는 “대웅제약과 공조는 긴밀히 이어지고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