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국악원 무용단 갑질 논란 문화예술계 문제로 번지나
by장병호 기자
2018.09.11 13:29:21
문화예술계 단체들 10일 공동대책위 구성
진상조사위 재구성, 관계자 파면·해임 요구
국악원·문체부 "진상조사 통해 대책 마련"
[이데일리 장병호 기자] 국립국악원 무용단 내 갑질 논란과 인권탄압 문제 해결을 위해 문화예술계가 동참하고 나섰다. 국립국악원은 진상조사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입장이지만 무용단은 진상조사위원회 구성부터 다시 해야 한다며 맞서고 있어 문제 해결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국립국악원 무용단 갑질·인권탄압 사태 진상규명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와 문화민주주의실천연대 등 30여 개 문화예술계 단체는 지난 10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립국악원 무용단 사태 공동대책위원회’(이하 공대위)의 출범을 알렸다.
이들은 “국립국악원 무용단 단원들은 감독 권한대행과 안무가의 일상적인 언어폭력과 출연 배제 등의 갑질을 견디다 못해 세상으로 나왔다”며 “단원들이 광장에 나오면서 문화예술인들이 하나둘 결합하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국립국악원 무용단 단원들은 전 예술감독 권한대행인 최모 씨 등이 자신의 지위를 악용해 특정 단원의 출연을 배제하고 단원들에게 외모 및 신체에 대한 인격 모독, 성희롱을 일상적으로 자행해 피해를 입었다며 지난 5월 국립국악원에 문제제기를 했다. 이후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리고 1인 시위와 집회 등을 열며 문제를 공론화해왔다.
국립국악원은 지난 8월 14일부터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 감사담당관실을 통해 진상조사위를 꾸려 조사를 진행하고자 했으나 무용단 단원들이 외부 전문가를 진상조사위에 포함시킬 것을 요구하며 이를 거부했다. 국립국악원은 이들의 의견을 받아들여 인권전문가와 노무사 등 외부 관계자 2명을 진상조사 위원으로 추가해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공대위는 “이번 사태는 국립국악원 무용단에 한정된 문제가 아니라 한국 무용계에 만연한 전근대적, 비민주적, 반인권적 적폐의 산물”이라며 “국악원과 문화체육관광부는 근본적인 문제 해결 의지 없이 형식적인 진상조사로 이 사태를 봉합하려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단원을 포함한 예술계 위원, 노동계 위원과 인권, 성평등, 법조 관련 시민사회계 위원, 문체부와 국악원 등 정부계 위원 등 3주체 10명 내외로 한 진상조사위 재구성 △단원들의 인권과 노동권 보호를 위한 가해자들의 파면 또는 해임 △단원이 참여하는 재발방지책 마련을 위한 TF 구성 등을 요구했다.
공대위는 “문체부는 이 사태의 엄중함을 깨닫고 조속히 해결에 나서야 하며 국립국악원은 이번 사태를 계기로 삼아 늦게나마 국립기관이라는 위상에 걸맞게 민주적인 기관으로 거듭나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비대위 관계자는 11일 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진상조사가 지금보다 더 투명하고 확실하게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국립국악원은 예정대로 진상조사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입장이다. 국립국악원은 11일 “진상조사위는 단원들이 동의해 외부 전문가 2명이 참여해 조사가 진행 중에 있으며 실제로 많은 단원이 외부전문가로부터 조사를 받았다”며 “향후 재발방지대책 수립 등 과정에서도 단원들의 의견을 충분히 들어서 마련할 계획이다”라고 밝혔다.
국악원과 문체부가 형식적인 진상조사로 사태를 봉합하려 하고 있다는 공대위의 주장에 대해서는 “외부 전문가 선정과정에서 단원들이 충분히 공감하는 분들을 조사에 참여시켰으며 조사 기간 역시 단원들이 충분히 사실을 밝힐 수 있도록 최대한 노력하고 있으나 외부 조사관들의 일정상 부득이 한 경우 단원들과 협의를 통해 일부 단원은 문체부 감사관실 조사관으로 하여금 조사하도록 진행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문체부도 같은 입장이다. 문체부 관계자는 “이번 사태는 단원 사이에 벌어진 문제라 양쪽 의견을 들어보고 객관적이고 종합적인 조사를 거치는 것이 맞다고 판단해 감사담당관실을 통해 진상조사를 진행하고 있다”며 “10월 중 조사결과가 정리될 것으로 보이며 곧바로 후속 조치를 마련하게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또한 “진상조사와 별개로 국립국악원과 단원 간의 의사 소통 자리를 만들어 단원들의 의견을 수렴하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