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KAI 수사 영장청구 2승 4패…하성용 구속 안갯속

by이재호 기자
2017.09.22 15:39:59

22일 영장심사 진행, 이르면 밤늦게 결정
法, 주요혐의 관련 보수적 판단으로 일관
하성용 구속영장 기각시 대립 격화할 듯
구속 땐 朴정부 정·관계 로비 수사로 확대

경영비리 의혹을 받는 하성용 전 KAI 사장이 지난 19일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돼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 청사로 들어서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이재호 기자] 하성용 전 한국항공우주산업(KAI) 사장의 구속 여부가 이르면 22일 결정된다.

앞서 분식회계와 채용비리 등 혐의를 받는 KAI 임원들의 구속영장이 법원에서 잇따라 기각돼 하 전 사장의 영장 발부 가능성을 예단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기각된다면 KAI 경영비리 수사 관련 구속영장 심사 결과에 대한 검찰과 법원의 갈등이 격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반면 검찰이 하 전 사장의 신병확보에 성공할 경우 박근혜 정부 시절 정·관계 인사를 상대로 한 연임 로비 의혹 등으로 수사를 확대할 동력을 얻게 된다.

서울중앙지법은 이날 오민석 영장전담 부장판사의 심리로 하 전 사장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진행했다.

영장 발부 여부는 이르면 밤 늦게, 늦어도 23일 새벽께 결정된다. KAI 경영비리를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방위사업수사부(부장 이용일)는 전날 외부감사법 위반, 자본시장법 위반, 특정경제가중처벌법상 횡령·사기·배임, 업무방해, 뇌물공여, 배임수재, 범죄수익은닉, 상법 위반 등 10개 혐의를 적용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혐의가 많지만 핵심 쟁점은 크게 분식회계 지시, 비자금 조성, 채용비리 관여 등 세 가지다.

하 전 사장의 영장 발부를 단언하기 어려운 이유는 지난 7월 검찰이 KAI 수사에 본격적으로 나선 이후 제시한 주요 혐의에 대해 법원이 보수적 판단을 유지해 왔기 때문이다.

검찰은 지난달 초부터 피의자 5명에게 6건의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하 전 사장이 7번째 영장 청구 사례다. 앞서 6건 중 4건이 기각됐고 2건이 발부됐다.

분식회계의 경우 관련 증거의 인멸을 시도한 혐의의 박모 상무에 대한 영장은 기각됐다. 다만 부품 원가를 부풀려 100억원대 부당 이익을 얻은 것으로 의심받는 KAI 생산본부장 공모씨는 구속됐다.



비자금 조성과 관련해 협력업체로부터 수억원의 금품을 받은 배임수재 혐의의 윤모 전 본부장은 영장이 기각됐다.

하 전 사장의 지시를 받아 15명을 부당 채용한 혐의를 받는 KAI 경영지원본부장 이모씨에 대한 구속영장은 두 차례나 기각됐다. 나머지 영장 발부 사례는 KAI 경영비리와 연관이 없는 협력업체 대표의 사기 대출 사건이었다.

결국 하 전 사장의 구속 여부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혐의에 대한 법원의 구속영장 발부는 한 건에 그친다. 검찰은 수사를 시작한 뒤부터 법원의 잦은 영장 기각에 공개적으로 불만을 드러내 왔다. 이에 법원도 무의미한 비난을 자제하라며 불편한 심기를 내비쳤다.

KAI 경영비리 의혹의 몸통으로 지목된 하 전 사장의 영장마저 기각된다면 양측의 대립은 더욱 첨예해질 수 있다.

서울 서초동의 서울중앙지검 청사. (사진=이재호 기자)
검찰 입장에서는 채용비리 혐의와 관련해 법원이 “다툼의 여지가 있다”고 판단한 대목이 뼈아프다. 전직 군 장성과 언론사 간부, 지자체 고위 공직자의 자녀 등을 부정하게 입사시킨 혐의다.

실무를 담당한 경영지원본부장 이모씨는 “재량에 해당하는 사안”이라고 강변했고 법원도 이를 받아들여 검찰이 청구한 구속영장을 연속으로 기각했다.

검찰 관계자는 “신입사원 공채는 공적 영역이며 중요한 신뢰 인프라로 봐야 한다”며 “수사당국이 가만히 있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고 격앙된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검찰은 청탁자 중에 박근혜 정부 시절 실세로 분류됐던 정·관계 인사들이 포함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이에 따라 검찰이 하 전 사장 신병확보에 성공할 경우 집중적인 보강 조사를 통해 윗선으로 수사를 확대할 여지가 생긴다.

사정당국 관계자는 “검찰이 관련자 소환 조사를 통해 부정 채용 과정에서 하 전 사장의 지시가 있었다는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안다”며 “하 전 사장의 구속 여부가 KAI 경영비리 수사의 최대 분수령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