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고령화의 역습..'쌀의 시대' 막내린다

by장순원 기자
2015.09.22 16:02:28

[이데일리 장순원 기자] 일본에서 쌀의 시대가 막을 내리고 있다. 고령화가 가져온 또 다른 단면이다.

일본내 쌀 수요량 추이 (단위:미터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일본에서 지난 20년간 쌀 소비량이 20% 급감했다고 2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주로 반주로 많이 먹는 쌀로 제조하는 일본 술 사케 수요도 2005년에 비해 10년만에 30% 감소했다.

일본의 쌀 소비가 급감한 것은 고령화 영향이 크다. 나이가 들수록 음식 섭취량이 줄면서 쌀 소비량도 덩달아 줄어드는 것이다. 일본인의 하루 평균 섭취칼로리는 지난 2006년 2670㎉에서 2014년에는 2415㎉로 255㎉(9.5%) 줄었다.

일본 농림부 대변인은 “노인 인구가 늘면서 먹는 양이 줄고 있다”면서 “2670칼로리가 최대 소비량이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수요 감소로 쌀값도 하향추세다. 2001년 기준 약 60kg당 1만 7000엔을 호가했던 일본산(産) 쌀 값은 2014년에는 미국 캘리포니아산 쌀과 비슷한 가격인 1만3000엔(약

12만7279원)대까지 내려갔다. 농사를 짓지 않는 논 역시 1970년 54만헥타르에서 250만 헥타르로 급증했다.



일본 쌀 시장은 전체 농산물 시장의 21%에 불과하지만 일본 농민 인구 64%가 쌀 농업에 종사하고 있다. 쌀 의존도가 높아 쌀 가격하락은 곧 일본 농가에 직격탄이 되는 셈이다.

게다가 아베 정부가 2012년부터 추진한 농업개혁 탓에 농민 입지는 줄어들고 있다. 아베 정부는 쌀 농가에 대한 보조금 지급도 점진적으로 철폐하고 과감한 구조조정을 통해 농업부문 경쟁력을 높일 방침이다.

FT는 농촌 지역 유권자와 영합했던 옛 정부와 달리 아베 정권은 강력한 기득권을 깨뜨렸다면서 “농업 개혁은 현재까지 아베 정권의 가장 큰 성과 중 하나”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특히 규제개혁의 저항이 강한 유통, 농업 부문에 대해서는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을 활용해 경쟁력을 높인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아베 정부가 추진하는 농업개혁과 TPP는 농촌 일자리와 생계에 타격을 줄 가능성이 높다. 농민의 반발이 클 것으로 예상되는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