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장 바뀐 롯데케미칼, 수익 개선 사활…생존 전략은

by김은경 기자
2023.12.13 17:10:57

이훈기 대표 ‘사업 재편·먹거리 발굴’ 중책
석화 시황 악화에 2년 연속 연간 영업손실
불황에도 ‘닥공 투자’…내년 설비투자 3兆
‘전지소재·수소·리사이클’ 3대 신사업 속도

[이데일리 김은경 기자] 7년 만에 새 수장을 맞은 롯데케미칼(011170)이 사업 구조 재편에 속도를 낸다. 신임 대표에게는 기존 석유화학 사업 운영 효율화를 통한 수익성 개선과 미래 먹거리 발굴이라는 중책이 동시에 주어졌다. 롯데케미칼은 내년 고부가 제품 확대를 통해 수익성을 끌어올리는 한편 이차전지(배터리) 소재·수소에너지 등 신사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들 계획이다.

이훈기 롯데그룹 화학군 총괄대표.(사진=롯데그룹)
13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주 롯데그룹 정기 임원 인사에서 김교현 부회장에 이어 롯데케미칼 신임 대표를 맡게 된 이훈기 롯데지주 ESG경영혁신실장(사장)은 11일부터 새 회사로 출근해 업무보고를 받기 시작했다. 롯데케미칼은 이달 중 조직개편과 후속 인사를 단행할 예정이다. 이 대표가 롯데지주에서 인수합병(M&A)과 미래 신사업 발굴을 총괄한 전략 ·기획 전문가인 만큼 신사업에 초점을 둔 대대적인 조직 변화가 감지된다.

롯데케미칼은 롯데쇼핑과 함께 롯데그룹의 양대 캐시카우(현금창출원)로 꼽힌다. 하지만 최근 중국의 공격적인 증설과 글로벌 경기 침체에 따른 석유화학 시황 악화로 실적 부진을 겪고 있다. 올해 3분기 영업이익 281억원을 기록하며 6분기 만에 흑자 전환에 성공했으나 한 분기 만에 적자 전환이 예상된다.

증권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롯데케미칼의 4분기 실적 전망치는 매출 5조1185억원, 영업손실 72억원이다. 이에 따른 연간 실적 전망치는 매출 19조9830억원, 영업손실 925억원으로 2년 연속 연간 영업손실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롯데케미칼은 올해 3분기 석유화학 시황이 저점을 찍고 점차 되살아날 것으로 전망했으나 중국을 중심으로 대규모 증설이 지속되며 회복 시기를 늦추고 있다.

신사업 성과도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롯데케미칼은 올해 동박 제조업체인 일진머티리얼즈(현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를 인수하며 이차전지 소재 분야 수익성 강화를 노렸으나 전기차 수요 부진과 중국발 저가 제품 공급 과잉 유탄을 맞았다.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의 올해 1~3분기 누적 영업이익은 106억원이다. 연간 영업이익 전망치는 196억원으로 전년(848억원) 대비 실적이 크게 악화할 전망이다.



롯데케미칼 전남 여수공장 전경.(사진=롯데케미칼)
롯데케미칼은 수익성이 낮은 범용 제품 비중을 축소해 석유화학 위기를 돌파하고 ‘전지소재·수소·리사이클’ 등 3대 신사업 투자를 가속해 수익성을 끌어올린다는 목표다. 이를 위해 내년 설비투자(CAPEX)는 인도네시아에 대규모 석유화학단지를 조성하는 ‘라인 프로젝트’를 포함해 약 3조원을 대거 투입할 예정이다.

전지소재사업 중 양극박은 롯데알미늄이 담당한다. 롯데알미늄은 2020년 안산 1공장의 배터리용 양극박 생산라인 증설을 완료했다. 같은해 7월에는 헝가리에 연산 1만8000톤(t) 규모의 양극박 생산공장을 준공했다. 미국 켄터키주에는 롯데케미칼과 합작해 2026년 완공을 목표로 연산 3만6000t 규모의 미국 내 최초 양극박 생산기지 건설을 추진한다. 미국 공장이 완공되면 롯데알미늄은 연산 8만4000t의 생산량을 갖추게 된다. 1만8000t 규모의 1단계 공장은 내년 하반기, 같은 규모의 2단계 공장은 2026년 상반기 준공을 목표로 한다.

전기차 배터리 전해액 유기용매사업은 3500억원을 투입해 올해 충남 대산에 11만8000t 규모의 공장의 기계적 준공을 완료하고 내년 상반기 상업 생산을 진행할 계획이다. 전해액 유기용매는 국내 배터리 업체뿐 아니라 글로벌 전기차 업체들과 장기 공급 계약을 추진 중이다.

5000t 규모의 대산 수소출하센터는 2025년 상반기 내 준공할 계획이다. 수소 발전사업도 추진한다. SK가스, 에어리퀴드코리아와 설립한 합작법인 롯데SK에너루트는 20MW(메가와트)급 친환경 수소연료전지 발전소를 롯데케미칼 울산공장 내에 설치해 2025년부터 20년 동안 운영할 예정이다. 롯데케미칼은 수소 사업에서 2030년까지 누적 3조원의 설비투자를 통해 3조원의 매출을 달성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롯데케미칼 관계자는 “급격한 국제 정세와 화학산업 변화에 맞춰 기존 사업은 고부가 스페셜티 제품 확대 등 수익성 최대 확보와 효율성 최적화를 추진하고 전지소재, 수소에너지 및 리사이클 사업 등은 계획대로 속도감 있게 진행할 예정”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