뿔난 삼성바이오 "금감원, 미확인정보 공개 심히 유감"(종합)

by강경훈 기자
2018.05.08 11:37:45

"보안 유의" 금감원 통보 지키느라 소극 대응
금감원발 미확인 정보 기사화로 불안 커져
"행정소송 불사하겠다" 의지 밝히기도
업계 "바이오산업 전반에 대한 불신은 막아야"

인천 송도 삼성바이오로직스 본사(뒤)와 자회사인 삼성바이오에피스 본사.(사진=이데일리DB)
[이데일리 강경훈 기자] 삼성바이오로직스(207940) 회계부정 의혹과 관련, 당사자인 삼성바이오로직스가 답답한 입장을 토로하며 적극 대응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8일 오전 자사 홈페이지를 통해 입장문을 공개해 무분별하고 확인되지 않은 정보공개에 대해 유감을 표명했다. 입장문에 따르면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지난 1일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조치사전통지서를 전달받으며 그에 대한 보안에 유의하라는 내용도 함께 통보받았다. 2일 열린 긴급기자간담회에서 윤호열 삼성바이오로직스 상무는 “금감원이 내용에 대해 보안유지를 당부해 구체적인 내용은 언급하기 곤란하다”고 말하기도 했다. 기자회견 다음날인 3일 금감원은 금감원과 사전 협의 없이 조치사전통지서 내용을 언론 등 외부에 공개해서는 안된다는 공문을 삼성바이오로직스에 전달했다. 그 이후 다양한 내용이 공개됐지만 삼성바이오로직스의 해명이나 입장표명은 없었다. 금감원의 보안유의 통보 때문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입장문에서 △1일 조치사전통지서 발송에 대해 이례적으로 언론에 미리 공개 △2일 ‘고의적인 분식회계로 결론내렸다’는 금감원 결론 공개 △6일조치사전통지서 게재 내용 공개 등이 회사에 대한 확인절차 없이 금융감독원 취재 등을 바탕으로 기사화돼 시장과 투자자들의 불안을 가중시키고 있다고 주장했다. 공식적으로 언급하지 않았을 뿐 금감원이 정보를 유출했다고 불만을 표출한 것으로 읽힐 수 있다. 회사 측은 “감리절차가 진행 중인 민감한 사안에 대해 이처럼 관련 정보가 무분별하게 공개·노출되고 있는 현 상황에 대해 크나큰 우려와 유감을 표한다”며 “앞으로 정해진 감리절차에 따라 최선을 다해 입장을 소명하겠다”고 마무리했다.

금감원은 지난 1일 출입기자들에게 “삼성바이오로직스에 대해 감리를 완료하고 조치 사전통지서를 회사 및 감사인에게 통보했다”는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통상적으로 조치 사전통지 사실은 미공개하는데 금감원이 자체 감리사안에 대해 사전통지 여부를 공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금감원이 구체적인 내용은 제외한 채 통지서 발송사실만 공개하다 보니 시장은 혼란에 휩싸였고 삼성바이오로직스 주가는 사흘 새 30% 가까이 급락했다. 금감원 발표 직전 공매도 물량이 증가하면서 정보가 사전에 유출된 게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이에 대해 금감원 관계자는 “조치사전통지서의 언론 공개는 금융위원회와 사전에 협의가 됐을 뿐 아니라 자본시장 특성상 관련 정보가 공개되지 않았을 경우 미공개 정보 이용 공매도 등이 대량 발생하는 등의 사태가 나타났을 것”이라며 “자본시장의 특성을 고려해 공개하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2일에는 금감원이 삼성바이오로직스의 회계처리에 고의성이 있다는 감리결과를 도출했다는 내용이 공개됐고 6일에는 금감원이 삼성바이오로직스에 과징금 60억원과 대표해임, 검찰 고발 등 최고수위 중징계안이 포함된 감리결과를 금융위에 보고했다는 내용이 언론을 통해 공개됐다. 이에 대해 금감원은 “감리결과 주요내용을 금융위에 보고하고 향후 감리위 일정 등을 논의했지만 주요내용 보고 시 구체적인 조치 내용은 보고한 사실이 없다”며 “최종 조치는 증권선물위원회에서 결정할 예정”이라는 해명자료를 배포했다. 이에 대해 한 업계 관계자는 “공개된 내용들이 모두 조치를 받은 삼성바이오로직스 측이 공개하기는 곤란한 것들”이라며 “당사자의 입은 틀어막은 채 일부 언론을 통해 정보를 흘리는 것이 공정하게 보이지는 않는다”라고 말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2012년 미국 바이오젠과 공동투자해 바이오시밀러 개발을 전문으로 하는 삼성바이오에피스를 설립했다. 당시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바이오젠에 올해 6월말까지 삼성바이오에피스 지분을 50%-1주까지 늘릴 수 있는 권리(콜옵션)를 부여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2014년까지 삼성바이오에피스를 종속회사로 회계처리하다 2015년 지분법 관계회사로 전환했다. 삼성바이오에피스가 바이오시밀러 개발에 연이어 성공하면서 회사 가치가 올라갔고 바이오젠의 콜옵션 행사 가능성이 커져 관계사로 전환했다는 것이다. 금감원은 이 과정에서 삼성바이오에피스의 지분가치를 장부가액이 아닌 공정시장가액으로 정한 게 의도적이었고 보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국제회계기준(IFRS)를 만드는 국제회계기준위원회(IASB)로부터 회계처리에 기준 위반 소지가 있다는 의견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위원회는 17일 임시 감리위원회를 열어 이 안건을 처리한 뒤 증권선물위원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증권선물위원회는 23일이나 다음달 7일 최종 제재 수위를 결정하게 된다. 삼성바이오로직스 측은 이미 “국제회계 기준에 따라 적법하게 진행된 사안이기 때문에 제재가 결정된다면 행정소송까지 불사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행정소송으로 갈 경우 고등법원·대법원 상고까지 이어지면서 4~5년 간 논란이 이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회계 전문가는 “금감원이 어떤 부분에 대해 정밀감리를 진행하는지 알려진 바가 없는 상황에서 공개된 정보가 단편적이라 전체적으로 들여다 봐야 할 것”이라며 “삼성바이오로직스 입장에서도 적극적으로 소명하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업계에서도 이번 논란을 예의주시하고 있는 상황이다. 결과에 따라 파장이 업계 전반으로 퍼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서정선 한국바이오협회 회장은 “바이오가 국가의 중요한 미래 먹거리로 자리잡아가고 있는 상황”이라며 “성급하게 의견을 밝히기 조심스럽지만 내부적으로 다양한 경로를 통해 정보를 수집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 관계자는 “특정 기업 내부 이슈인 만큼 업계에 미칠 영향력은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하지만 어떻게 전개될지 모르기 때문에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며 “어떻게 되든 이로 인해 제약바이오산업 경쟁력이 훼손돼서는 안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논란이 명쾌하게 해소되지 않고 지지부진한 상태가 이어지면 바이오의약품 업계에 대한 시장에서의 불신이 있을 수밖에 없다”며 “가뜩이나 연구비 회계처리 논란이나 신약개발 위험성 등 부정적인 이야기가 떠도는 상황에서 신약개발 등 미래가치에 대해 올바른 평가를 받기엔 어려운 상황”이라며 우려를 드러냈다. 이어 “특히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 이슈에 정치적인 의도가 있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금융당국이 명쾌하게 입장을 표명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