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싱가포르 창업보육센터 벤치마킹 위해 방문"

by장영은 기자
2016.11.23 14:31:26

지난해 ''스타트업'' 배우기 위해 싱가포르 방문
"北 경제특구 개발에 참고하려 한듯"

[싱가포르= 외교부공동취재단, 이데일리 장영은 기자] 북한 인사들이 지난해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을 육성하는 싱가포르의 창업보육센터(BASH)를 체험하고 돌아간 것으로 알려졌다.

BASH 싱가포르 스타트업지원센터 관계자는 “지난해 9월에 북한 국가과학원소속이라고 밝힌 북측 인사 4명 다녀갔다”며 “4개월간 스타트업 전반에 대해 배우고 갔다. 북한에 경제특구가 있으니 배우러 온 듯하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북한 사람들은 하려는 의지와 기술 학습능력은 뛰어났다”면서도 “언어와 시장화 능력이 떨어졌다”고 평가했다.

BASH는 싱가포르 정부 산하 국영 벤처캐피털인 인포콤 인베스트먼트(Infocomm Investments)가 약 2년 전부터 운영해온 스타트업 양성 기관이다.

BASH는 ‘여기서 환상적인 스타트업을 만든다(Building Amazing Start-up Here)’는 의미다. 스타트업 기업들은 이 곳에서 3개월 정도 공간과 멘토링을 제공받으면서 사업 아이템을 구체화하고 자금을 조달한다. 이후 본격적으로 초기 사업 안착 과정인 인큐베이팅(Incubating)을 진행해 성공하면 따로 독립을 하게 된다. 성공률은 40% 수준이다.



북측 인사들은 BASH가 스타트업을 발굴·지원하는 노하우와 스타트업이 이를 통해 시장으로 진출하는 과정을 보고 배우려 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은 김정은 시대 들어 핵·경제 병진 노선을 기치로 경제 개발 또한 강조하고 있다. 싱가포르에 당국자들이 방문해 있던 기간 중인 지난해 11월에는 ‘나선(나진·선봉) 경제무역지대(경제특구) 종합개발계획’을 공개하는 등 경제특구 내에서 자본주의적 시장경제 모델을 적용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북한은 당시 나선 경제특구에서 활동할 북한 기업들에 대한 외국자본의 투자를 허용하겠다는 방침과 함께 투자가 가능한 북한기업과 관련 사업의 이름을 발표했다.

그러나 북한의 계획대로라면 18조원 규모의 투자 금액을 유지해야 하는데다, 올해 1월 4차 핵실험으로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 국면이 이어지면서 흐지부지된 상태다.

한편 현지 외교소식통에 따르면 싱가포르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제재 결의 2270호 이행 조치의 하나로 지난 10월부터 북한에 대한 비자 면제 프로그램을 중단했다. 싱가포르는 말레이시아와 함께 동남아시아 국가 중 북한에 비자 면제를 시행하던 주요국 2곳 중 하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