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김정남 기자
2013.12.30 18:15:40
국회 조세소위, 소득세 최고세율 구간 1.5억원으로 조정
[이데일리 김정남 기자] 올해 임원의 꿈을 이룬 국내 최대 대기업의 A 상무. 그가 상무로 승진하면서 받게 될 연봉은 어림잡아 2억5000만원(성과급 포함)이다. 부장 시절 1억3000만원가량을 받던 그에겐 너무 큰 돈이다. 그런데 A 상무에게는 생각지도 못한 돈이 나가게 됐다. 정치권이 소득세 최고세율(38%) 과표구간을 ‘3억원 초과’에서 ‘1억5000만원 초과’로 낮췄기 때문이다.
각종 공제를 감안하면 2억3000만원 정도가 A 상무의 과세대상 소득이다. 이 중 1억5000만원을 초과한 8000만원가량의 세율이 3%포인트 오르게 됐다. 연 250만원 안팎을 더 내야 하는 것이다. A 상무의 상사들은 더 당황스러워하는 눈치다. 연봉 3억원이 넘는 그들은 내년부터 450만원 정도의 세금을 추가로 내야 한다.
박근혜정부 들어 ‘부자증세’가 현실화됐다. 여야가 소득세 최고세율 구간을 대폭 낮추면서 소위 억대 연봉의 고소득 봉급생활자들이 예외없이 세 부담을 더 안게 됐다. 소득세법이 이같이 개정되면서 내년 최고세율을 적용받는 납세자는 12만4000여명으로 늘고, 세수는 3200억원가량 증대될 것으로 추산된다.
결과적으로 ‘증세 없는 복지’를 주장하던 정부와 여당의 당초 원칙은 깨졌다. 이는 정부와 여당이 당초 계획보다 늘어난 세수 차질을 메울 방법을 찾지 못했기 때문이다. 비과세·감면 법안들은 국회 논의과정에서 차질을 빚어 3000억~4000원가량 세수가 부족해질 것으로 추산된다. 부족한 세수를 고소득자에게서 더 걷어야 한다는 야당의 주장이 강하게 반영된 결과이기도 하다.
여야가 대기업의 법인세 최저한세율은 기존 16%에서 17%로 1%포인트 높이고, 대기업의 연구개발(R&D) 투자세액공제를 당초 10%에서 3%로 축소하기로 한 것도 부자증세의 일환으로 볼 수 있다.
법인세 최저한세율이 1%포인트 오르면 내년에는 1495억원의 증세효과(국회 예산정책처 추산)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국내 대기업들이 투자의 중심을 R&D 쪽으로 잡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R&D 공제율을 7%포인트 낮춘 것에 대한 증세 효과는 더 클 것으로 전망된다. 예컨대 삼성전자(005930)는 연 10조원 이상을 R&D에 쏟아붓고 있고, 최근 10년새 R&D 인력을 3배 가까이 늘렸다.
이번 개정을 기점으로 증세 논쟁은 사회 전반에 퍼질 가능성이 크다. 복지수요가 증가하면서 재정악화는 불가피한데, 이를 건전화할 방법이 증세 외에는 뾰족한 수가 없기 때문이다. 다만 증세는 고소득 봉급생활자 등을 중심으로 조세저항을 키울 우려가 있다. 국내 대기업들의 경우 R&D 투자에 대한 유인이 더 떨어질 수 있고, 이럴 경우 경기침체로 이어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