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불법파견·심야근로 논란` 해결 나섰다

by이진철 기자
2012.08.16 19:19:54

[이데일리 이진철 기자] 현대자동차(005380)가 16일 사내하도급 근로자의 정규직 채용과 주간연속2교대제 시행에 대한 계획을 공식 발표했다.

이는 고용 유연성과 관련, 노사관계의 뜨거운 감자였다는 점에서 앞으로 산업계 전반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는 지난 2월 ‘사내하청은 불법파견’이라는 대법원 최종 판결이 나왔지만 “개인에 대한 판결로 전체에 적용할 사안은 아니다”라는 입장을 보여왔다. 따라서 이번 사내하도급 근로자 정규직 채용계획 발표는 그동안 논란이 되어온 사내하청 불법파견 문제의 해결방안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현대차는 “도급과 파견을 구분 짓는 제도적 판단 기준이 모호하고, 사법기관들 조차도 사내하도급 근로자들 각각의 상이한 업무특성과 근로조건으로 인해 제각기 다른 판정을 내리고 있다”면서 “불가피하게 사내하도급 근로자 개개인에 대한 법적 판단에 의지할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노동위원회 등 정부 산하의 준사법기관도 동일한 사안에 대해 적법도급과 불법파견의 엇갈린 판정을 내리고 있고, 관련 법적 소송이 진행중인 상황이다.

현대차는 “불법파견 논란으로 인한 노사갈등과 혼란을 더 이상 방치할 수 없었다”면서 “그동안 파견과 도급을 두고 법적 논란을 불러 일으킨 직영과 하도급의 혼재 문제를 원천적으로 해소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현대차는 정년퇴직, 신규인력 소요 등을 감안해 2016년까지 해당 근로자들의 불법파견 여부에 대한 사법적 판단에 관계없이 사내하도급 근로자 3000여명을 신체검사 등 사내 채용기준에 맞춰 신규 채용할 예정이다. 전체 6800여명의 사내하도급 근로자 중 올 연말까지 1000여명을 우선 채용키로 했다.

향후 합법적인 사내하도급 운영을 위해선 공정분리 등 작업공정의 합리적 개선을 실시하고, 신규 채용시 사내하도급 근로자를 지속적으로 선발하는 방안도 마련키로 했다.

정규직화 대상이 아닌 사내하도급 근로자들에 대해선 처우개선에 나서기로 했다. 현대차는 사내하도급 근로자의 급여를 대폭 상향 추진해 직영 근로자들과의 임금격차를 최소화 하기로 했다. 이와 관련 현대차 노사는 별도 협의를 진행해 나갈 계획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민법에서 정당하게 보장하고 있는 사내하도급을 공정 개선 등을 통해 법적 테두리 내에서 보다 안정적으로 운영해 나갈 수 있는 토대를 마련했다는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현대차는 내년중 주간연속 2교대제를 전격 시행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3000여억원의 설비투자도 단행할 계획이다.

특히 현대차의 주간연속 2교대제가 본격 시행되면 부품업체 등 자동차산업 전반에 걸쳐 심야근무 축소와 실질적인 근로시간 단축 등 획기적인 근무환경의 변화가 이뤄질 전망이다.

주간연속 2교대제는 1조가 8시간(오전 6시40분~오후 3시20분), 2조가 9시간(오후 3시20분~밤 1시10분, 잔업 1시간 포함) 연속으로 조업하는 근무형태다. 현대차는 1967년 울산공장 준공 이후 45년간 주야 2교대제(주·야간조 10+10시간 근무)를 시행해 왔다.

현대차 노사는 지난 2005년 주간연속 2교대제 도입에 최초 합의한 이후 시행안 마련을 논의해 왔다. 그러나 생산성 향상과 임금보전이란 두 전제를 놓고 노사는 시각차를 보여왔다.

주간연속 2교대제가 도입되면 근무시간은 ‘8+9시간’으로 바껴 기존 주야2교대의 ‘10+10시간’보다 3시간 줄어든다. 현대차는 시간당 생산대수를 늘리고, 조회, 안전교육, 법정 외 휴일 등 기존 비가동시간 일부를 작업시간으로 조정하는 등 공장별 인력 운영을 개선해 기존의 생산능력을 유지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아울러 노조는 임금체계를 월급제로 전환하면서 기존 ‘10+10시간’ 근무형태에서 받던 임금수준을 유지할 수 있게 됐다.

특히 사회적으로 이슈화된 연장근로 한도 위반 등 장시간 근로 문제도 사실상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 주간연속 2교대가 시행되면 현재 주야 맞교대 근무자를 기준으로 연간 근로시간이 총 470여시간 줄어들게 된다.

현대차 관계자는 “그동안 불가피하게 잔업과 특근 위주의 고비용 저효율 장시간 근로에 의지해 왔다”면서 “근로시간 단축을 통한 직원들의 삶의 질 향상을 도모하는 한편, 생산성과 인력운영의 유연성을 제고하는 계기를 마련해 국내공장의 경쟁력을 높여 나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