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시각)역발상이냐 순응이냐

by양미영 기자
2004.04.29 17:21:13

[edaily 양미영기자] 말그대로 `쇼크`였다. 외국인은 뒤 돌아볼 틈 없이 주식을 팔았다. 하루 동안 현물시장에서 빠져나간 외국인 자금만 8000억원에 이른다. 어닝 모멘텀 둔화에 삼성전자 자사주 매입 마무리, 노텔 회계부정과 중국 총리의 긴축 시사 발언, 그리고 미 증시 급락, 유가 상승과 반도체값 하락에 더한 경기선행지수 하락까지 이날 악재는 마치 종합선물세트 같다. 그러나 그 위에는 지수 상승에 따른 가격 부담이 군림하고 있었다. 그다지 새로울 것 없는 재료에 호들갑을 떨 이유가 분명 있었다는 것. 이미 엎질러진 물을 감내한다면 이제부터가 문제다. 지수는 4일간 무려 60포인트가 빠졌다. 분명 기술적 반등에 대한 기대가 나올 법하다. 이를 반영하듯 이날 외국인과 개인 모두 적지않은 규모의 선물을 순매수했다. 반면, 추가매물 가능성이 남아있고, 딱히 기술적인 이유 외에 반등을 이끌 모멘텀이 부족하다. 고점 매도에 대한 권고도 솔솔 흘러나온다. 결국 역발상과 순리의 갈림길에서 투자자들의 고민도 크다. 역발상..지금처럼 싸게 살 기회는 없다 동원증권 장재익 연구원은 "일단 오늘 급락이 과도하다는 것이 대체적인 생각같다"며 "조정을 받을 시기에 중국 총리가 다소 때이른 발언을 하면서 낙폭을 키웠다"고 말했다. 장 연구원은 "이날 일부 외신에서 지적했듯이 중국이 긴축으로 돌아선다해도 완전히 경기를 가라앉히지는 않을 것"이라며 "이날 빠져나간 외국인 자금의 성격도 짚어 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최근 과도한 변동성을 볼 때 한국의 외국계 자금 가운데 포트폴리오보다는 헤지펀드가 많은 것으로 보인다"며 "이를 헤지성 자금으로 규정한다면 매도세는 어느정도 일단락된 것으로 보이며 오늘처럼 자금이 빠져나가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아차피 머물다 갈 자금들이 빠져나갔다는 것은 결국 지금처럼 싸게 살 기회는 없음을 의미한다는 것. 동부증권 장화탁 연구원은 "향후 외국인이 얼마나 더 파느냐가 관건"이라며 "악재들이 섞이면서 급락했고, 화학과 철강주의 경우 손절매가 나오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내일정도는 추가로 빠질 수 있지만 펀더멘털은 아직 양호한 만큼 바닥권에 근접한 것으로 보인다"며 "하루이틀 더 지켜보는 것이 좋지만 지수가 빠졌을 때는 매수 관점에서 접근하는 것이 옳다"고 말했다. 그는 "손절매는 결국 기계적인 매매에 불과하며 일단 급락에 따른 기술적 반등이 가능한 만큼 가장 많이 하락한 저가 종목을 매수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으로 권고했다. 순리를 따르라..매수 모멘텀이 없다 그러나 반등의 강도는 아직 누구도 가늠할 수 없다. 가격이 오르는 것 만큼 얼마나 먹을 수 있느냐도 중요한 투자의 잣대라는 것. 대우증권 한요섭 연구원은 "반등 가능성은 있지만 문제는 반등의 강도"라며 "반등을 길게 이끌만한 모멘텀이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어닝 시즌이 마무리된 후 미국의 IT주들이 상당히 하락하고 있다"며 "전고점을 뚫고 가기에는 부담스럽다"고 지적했다. 그는 "그나마 IT주의 경우 PC에 집중된 미국과 달리 한국의 경우 디지털 가전 쪽에 집중되며 미국과는 다른 IT주들의 강세 가능성이 있었지만 중국 모멘텀 둔화가 이 마저 퇴색시키는 모습"이라며 "비중을 줄이는 리스크 관리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설명했다. 혹 경기에 둔감한 방어주들을 사들이면 되지 않는가. 그러나 이 역시 큰 손들에게 국한된 얘기라는 것이 한 연구원의 설명이다. 그는 "유틸리티 등 경기방어주의 경우 절대수익률이 크지 않다는 단점이 있다"며 "펀드매니저들의 경우 포트폴리오 비중을 유지하기 위해 종목을 교체할 수 있지만 개인 투자자들의 경우 저가매수를 통해 손실률을 만회할 만큼의 수익률을 내기는 힘들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