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재집권시 산업계 희비 갈려…"우려 과도" vs "전기차 위축 불가피"

by김경은 기자
2024.07.22 15:31:23

IRA 혜택 78%가 공화당…"전면 폐기는 어려워"
''연비규제'' 폐기 땐…전기차 속도조절 불가피
재생에너지 영향 제한적…美시장 정상화 기대도

[이데일리 김경은 기자] 인플레이션감축법(IRA) 세액공제를 받기 위해 미국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이 미국 대선 판세에 희비가 교차하고 있다. 화석연료 기반의 석유화학산업과 달리 그린 산업인 배터리·재생에너지 업계는 트럼프 재집권 시 시나리오를 염두에 둔 대응 방안 마련을 위해 예의주시하고 있다.

그러나 IRA 혜택이 공화당의 텃밭에 집중된 데다 이미 입법화되어 있는 만큼 “우려가 과도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오히려 신재생 산업은 중국산 저가 공세 대응이 강화하며 미국 시장 정상화 기대도 나온다.

미 공화당 전당대회 D-1…대회장의 트럼프 사진. 사진=연합뉴스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은 재선에 성공하면 IRA와 전기차 의무 규제 폐지, 화석연료 활용 확대 공약을 내세우고 있다. IRA에 따른 첨단제조생산세액공제(AMPC) 수혜가 내년부터 본격화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IRA 폐지는 미국 직접 생산에 나선 국내 배터리·신재생 업계에 직격탄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이같은 우려가 과도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전기차 전환이라는 대세 방향성은 유지될 것이고, 무엇보다 IRA가 폐지될 가능성을 낮게 보고 있다”고 전했다.

현재 IRA 혜택은 공화당의 텃밭인 미국 조지아주에 집중되고 있어 공화당 상·하원 의원들이 IRA 법안 폐기에 과감히 동의하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에서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IRA 발효 후 현재까지 집행된 203억 달러(약 28조원) 규모 프로젝트 중 공화당 지역구에 몰린 투자금만 161억 달러(22조원)에 달한다. 전체 79%다.

다만 행정명령과 IRA 부분 개정을 통해 전기차 업계 성장 속도는 둔화할 수 있단 분석도 나온다. 한병화 유진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트럼프 1기에도 오바마 정부 연비규제 폐기로 전기차 시장이 2년간 역성장했다”며 “IRA 보조금을 고려하면 역성장까진 아니라도 성장속도가 현저히 낮아질 수는 있다”고 전망했다.



전기차 시장을 움직이는 두 가지 축은 보조금과 자동차 업체에 대한 연비규제로, 연비규제가 높아지면 전기차 보급 확대에 큰 영향을 미친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오바마 정부에서 만든 연비규제를 폐기했고, 재집권시 이를 또다시 폐기하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재생에너지 산업계 역시 IRA 폐지 가능성을 낮게 보고 있다. 무엇보다 태양광 업계는 중국산 저가 패널 공세로 인해 미국 시장이 크게 위축된 상황에서 트럼프 재집권시 오히려 시장이 정상화할 수 있단 기대도 나온다.

한화솔루션 관계자는 “AMPC 수혜는 미국 시장 진출의 1차 목적이 아니다. 미국 시장 진출의 첫 번째 이유는 미국 시장 수요에 있다”며 “오히려 중국산 저가공세에 대한 트럼프 정부의 규제가 더욱 강화한다면 미국 태양광 시장 정상화가 앞당겨질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미국은 AI 산업 성장으로 인한 데이터센터 증설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는데, RE100(재생에너지 100% 사용)을 주도하는 IT 기업들은 데이터센터 증설에 앞서 재생에너지 수요를 선제적으로 확보하고 있다. 오히려 과거 트럼프 전 대통령 재임 당시 풍력과 태양광의 설치량은 현저히 늘어났으며, 미국의 전력 시장은 이미 민영화되어 있단 점도 재생에너지 수요에 미칠 영향은 높지 않단 분석이다. 트럼프 집권 1기(2017~2020년) 태양광 모듈 설치량은 총 51.3GW로 오바마 정부 2기(33.8GW) 때보다 높다. 또 현재 미국 내 발전원 가운데 풍력과 태양광이 발전단가가 가장 낮다.

전유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트럼프는 미국 내 일자리 창출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데 IRA 폐기는 일자리를 훼손시킬 수 있다”며 “중국 업체들을 AMPC 지급 대상에서 제외하는 등 세부 조건을 축소 또는 변경하는 형태가 될 가능성이 가장 크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