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후보 선택까지 영향 미치는 포털…사회적 책무져야”

by노재웅 기자
2021.12.22 14:07:00

22일 ‘공론장으로서 포털의 사회적 책임’ 정책토론회
언론 기능에 일상 영향력 갖춘 포털의 역할 논의 강조
“공기화된 편리함과 언론의 종속관계로 문제제기 어려워”
“강한 규제보단 ESG 측면에서의 분석·접근 우선” 반론도

디지털혁신정책포럼이 22일 오전 국회의사당에서 ‘미디어플랫폼과 공론장으로서 포털의 사회적 책임’이라는 주제로 개최한 정책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이 토론하고 있다. 화면 갈무리
[이데일리 노재웅 기자] 네이버(035420)와 카카오(035720) 등 포털의 영향력이 거대해진 탓에 오히려 지배력과 권력이 눈에 보이지 않게 됐음을 경계해야 한다는 학계 및 법조계 전문가들의 문제 제기가 나왔다. 특히 데이터 독점에 따른 힘의 집중과 정보 제공 알고리즘의 편향성을 견제하지 않을 경우, 포털(플랫폼)이 모든 경제·사회의 정점에 군림하는 피라미드식 종속화를 피하지 못할 것이라고 이들은 경고했다.

디지털혁신정책포럼이 22일 오전 국회의사당에서 ‘미디어플랫폼과 공론장으로서 포털의 사회적 책임’이라는 주제로 개최한 정책토론회에서 발제자로 나선 원용진 서강대 교수는 포털의 개념부터 재정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과거에는 네이버나 카카오(다음)가 인터넷으로 들어가는 관문의 역할로써 포털로 불렸다면, 이제는 콘텐츠 생산부터 언론 기능, 쇼핑, 방송, 교통, 금융 서비스까지 일상의 모든 부분을 수직통합한 ‘메가플랫폼’으로 변모했다는 게 원 교수의 설명이다. 미국에서는 일찍이 구글과 메타(옛 페이스북) 등을 단순 포털이나 SNS 사업자가 아닌 ‘빅테크’ 기업이라고 불러왔다.

원 교수는 네이버와 카카오의 성장 배경에는 각사의 기술적 혁신과 더불어 네 가지 사회적 동력이 작용했다고 분석했다. ①‘산업화는 늦었지만, 정보화는 앞서가자’는 정부의 구호 아래 이뤄진 대규모 통신망과 인터넷, 컴퓨터 보급에 대한 공적기금의 투여 ②뉴스를 보기 위해 포털로 들어가는 습관을 만든 언론의 기여 ③지식인이나 사용자제작콘텐츠(UGC)로 대표되는 이용자 노동 ④구글·야후 등과 대항하는 토종 포털에 대한 보호 여론 등이다.

원 교수는 “이러한 성장 배경 속에서 약탈적 가격 정책과 수직통합 전략으로 몸집을 불린 국내 포털의 불공정 거래나 뉴스 관련 알고리즘 문제에 대해 집단 행동으로 성토하거나 논의의 장이 열린 적이 없었다”며 “일상 자체가 플랫폼 중심으로 움직이게 될 정도로 영향력이 커진 시점에, 지금부터라도 포털의 사회적 책무에 대한 연구와 논의가 지속적으로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재국 성균관대 교수도 “우리 사회에 일종의 신화처럼 형성된 네이버, 카카오의 성공담과 외세에 굴하지 않는 민족주의적 영웅이라는 서사 속에 숨겨진 여러 문제를 끄집어내고 공론화할 필요가 있다”고 동의했다.



이 교수는 특히 네이버와 카카오의 권력이 ‘보이지 않는 환경화’되고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포털의 지배력은 마치 공기나 배경처럼 개개인이 느끼지 못하는 수준까지 커졌다”며 “이념이나 후보를 선택하면서도 네이버, 카카오의 메커니즘을 통해 움직여졌음에도 온전한 자신의 선택이라고 믿게 되며, 경제적으로 상품을 선택할 때도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또 “우리 국민의 80% 가까이가 뉴스나 정보를 포털을 통해서 얻는다고 답변한 여론조사 결과나 정보 제공에서의 지배적인 위치, 헌재의 판결 등을 종합했을 때 포털은 언론의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에, 여론 형성 과정에서 결정적 영향을 미치는 포털은 사회적 책무를 져야 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용성 한서대 교수도 포털이 ‘준언론’의 기능을 하고 있다는 점에서 사회적 책무가 있다고 봤다. 그는 “포털의 뉴스서비스는 이미 인터넷뉴스서비스의 이름으로 신문법의 규율을 받는 준언론”이라며 “사회적 공론장에서 주요한 역할을 하는 언론의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최근 연합뉴스 퇴출 등 네이버, 카카오가 자율규제하는 뉴스제휴평가위원회(제평위)의 징계 수준은 커지면서도, 거대 언론 유통 사업자로서 그에 걸맞은 사회적 책무는 없다는 점에서 입법을 통한 규제가 필요하다고 이 교수는 주장했다.

심미선 순천향대 교수 역시 “과거 방송의 영향력이 확대될 때는 신문이 경쟁관계로서 비판적 견제 역할을 해왔고 그 결과 방송에 대한 책무가 강화됐다. 그런데 포털과는 종속관계에 놓이다 보니 포털의 사회적 책무를 언론이 공론화하기 어려운 구조가 됐다”며 “사적 영역에 대한 최소규제라는 대명제에 예외를 두고, 이제는 사회적 영향력에 따라 규제해야 한다”고 동조했고, 원 교수도 “포털(플랫폼)을 수도나 전기처럼 공공인프라로 규정하고 영향력을 규제해야 한다”고 강도 높게 주장했다.

반면 무조건적인 규제가 능사가 아니라는 반론도 제기됐다. 한승혁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는 “준언론으로서 포털에 대한 견제가 필요하다는 논의는 당연하나, 글로벌 빅테크 대비 강한 국내 규제를 적용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바람직한지 역차별적인 부분도 고려해야 한다”며 “규제 이전에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측면의 성과를 분석·접근하는 것도 하나의 해결책이 될 수 있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