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양지혜 기자
2021.06.15 14:41:06
신분당선 노인 무임승차 폐지... 노인 무임승차 찬반 논란 재점화
고령화→초고령화 사회 되면서 무임승차 논란 커질 듯
미국?영국 등 해외 경우 무조건적 무임승차 사례 없어
소득 수준·시간대 제한 등 다양한 요건에 따라 운영 中
지난 6일 서울 강남과 경기 수원·광교를 연결하는 신분당선이 운영 적자를 이유로 ‘노인 무임승차’ 폐지 방안을 추진한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누리꾼들 사이에서도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누리꾼들은 “노인 연령을 70세 이상으로 해야 한다”는 의견부터 “출퇴근 시간 등 혼잡시간에만 유료화를 해야 한다”, “교통비 지원으로 변경해야 한다” 등 다양한 의견을 제시했다.
특히 대체로 무임승차 제도 폐지에 대한 찬성 의견이 많았다. 일부 누리꾼들은 '전 세계 어디에도 없는 노인 무임승차 제도는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노인 무임승차 제도는 신설 이래로 꾸준히 논란이 되어왔다. 이에 따라 '노인 무임승차제, 전 세계 어디에도 없다'는 주장이 맞는지 사실을 확인해보았다.
노인인구 비율 증가→지하철 운영 손실액도↑
노인 무임승차제도는 지난 1980년 5월 70세 이상 고령자에게 요금 절반을 할인해주는 것을 시작으로 시행했다. 이듬해인 1981년 노인복지법을 제정하면서 노인의 기준이 65세로 하향 조정된 뒤 1984년 당시 전두환 대통령 지시에 따라 노인 지하철 요금 100% 할인을 적용해 현재까지 이른다.
노인 무임승차에 관한 논란이 지속하는 이유는 고령화 사회에 접어든 우리나라의 현실과 맞닿아 있다.
전체 인구에서 차지하는 65세 이상의 고령자 비율에 따라 그 나라의 고령화 정도를 알 수 있다. 일반적으로 7%가 넘을 경우 '고령화 사회', 14%가 넘으면 '고령 사회', 또 20%를 넘으면 '초고령 사회'라고 부르고 있다.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10년 전인 지난 2011년 우리나라 65세 이상 고령인구는 인구의 11.0%를 차지했다. 이후 고령인구는 꾸준히 증가해 2020년에는 비율이 15.7%까지 늘어났다.
향후에도 계속 증가하여 2025년에는 20.3%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즉 약 4년 후에는 초고령화사회로 진입한다는 것.
실제로 통계청이 발표한 '2020 고령자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가구주 연령이 65세 이상인 고령자 가구는 전체 가구의 22.8%로, 2047년에는 전체 가구의 약 절반인 49.6%가 고령자 가구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반면 서울교통공사 측의 적자는 나날이 늘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공사의 당기순손실은 1조 1137억 원으로 전년 5865억 원보다 약 2배 가량 늘었다. 특히나 한 해 동안 벌어들인 수익은 4448억 원 감소한 반면, 비용은 824억 원 증가했다.
서울교통공사 관계자는 '공사의 손실에 무임승차가 관련 있는지'와 관련된 취재진의 질문에 "무임승차에 따른 손실금은 매년 늘고 있다"고 답했다. 그는 "이러한 손실은 무임승차 운임을 수익 실현으로 예상했을 때의 수치인 무인손실금을 통해 알 수 있다"며 "공사의 무인승차에 따른 손실금은 2017년 3506억원, 2018년 3540억원, 2019년 3710억원으로 지속 증가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지난 2019년 서울 지하철을 이용한 무임승차자수는 2억 70000만명으로, 이를 운임 수입으로 환산하면 3700억 원이다.
서울교통공사 관계자는 "2020년 가장 최근 자료를 기준으로 운임 요금은 1250원인 것에 비해 수송 원가는 2067원"이라며 "한 번 운임 때마다 1113원의 손실이 생기고 있다"고 말했다. 즉 아이러니하게도 운영할수록 손실이 더 커진다는 것. 여기에 무임승차로 인한 손실이 누적되고 있는 것 또한 하나의 문제점이다.
그는 "가장 큰 문제는 수익 구조에 있다"며 "서울교통공사가 가격을 결정할 수 있는 권한이 없고 나날이 늘어가는 무임승차를 지원할 수 있는 국가의 보조금도 없기에 손실을 면할 수 없는 상황"이라 설명했다.
노인 무임승차제, 전 세계 어디에도 없다? → ‘대체로 사실’
우선 '노인 무임승차제가 전 세계 어디에도 없다'는 누리꾼의 주장은 크게 두 가지로 해석할 수 있다.
첫째로 '해외에서는 노인 무임승차 제도를 아예 운영하지 않고 있다'는 것과 둘째로 '노인 무임승차 제도가 존재하긴 하지만 우리나라와 같은 방식으로 운영하고 있지 않다'는 것.
이 때 두 번째 관점인 '우리나라와 같은 노인 무임승차제도는 전 세계 어디에도 없다'는 주장을 토대로 사실을 확인해 보았다.
결론적으로 세계 각 국의 노인 무임승차 제도를 확인한 결과 우리나라처럼 100% 무료로 교통 복지 혜택을 제공하는 나라는 찾기 어려웠다.
대부분의 국가에서는 요금 할인 제도를 시행하거나 노인들도 일정 금액을 지불하고 지하철을 이용토록 하고 있다. 또한 이용 시간 및 소득 분위 등 조건을 두고 운영하는 경우도 찾아볼 수 있었다.
한국교통연구원이 지난 2014년 발간한 ‘교통부문 복지정책 효과 분석(지하철 경로무임승차를 중심으로)’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영국, 프랑스, 일본 등에서는 노인의 적극적인 사회활동을 독려하는 방법으로 교통 요금의 할인 또는 무임제도 등을 운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지난 2017년 서울시의 ‘서울시 예산·재정 분석’ 보고서를 보면 비교적 최근의 해외 사례를 알 수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의 경우 각 주(州)에 따라 다르지만 65세 노인에 대해 50% 요금 할인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우선 메트로폴리탄 교통국(MTA, Metropolitan Transportation Authority) 홈페이지 및 워싱턴 메트로폴리탄 지역 교통국(WMATA, Washington Metropolitan Area Transit Authority) 홈페이지에는 65세 이상의 승객에 대한 할인 요금을 안내하고 있다.
WMATA에 따르면 '시니어 스마트 트립(SeniorSmarTrip)' 카드를 소지한 65세 이상의 승객은 철도는 물론 일반 버스 등도 할인된 가격으로 이용할 수 있다.
다음으로 뉴저지주의 운영 현황을 살펴보았다. 현재 뉴저지주는 '뉴저지 트랜싯(New Jersey Transit)'이라는 공영기업이 주체가 되어 노인 교통 복지 혜택을 시행하고 있다. 이에 따라 뉴저지 트랫싯은 뉴저지주 지방 정부의 지침에 따라 노인 교통 복지 사업을 운영 중이다.
뉴저지주는 62세 이상의 고령자 및 장애인에게는 특별 요금을 적용하고 있다. 이때 특별 요금이란 일반 편도 요금에서 50% 이상을 할인 받을 수 있는 것을 뜻한다. 실제로 홈페이지를 보면 62세 이상의 노인은 언제든지 할인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반면 시간 제약을 두고 교통 복지 혜택을 운영하는 나라도 있다. 영국의 경우 60세 이상의 런던 거주민은 월요일부터 금요일 오전 9시~9시 30분 이후 지하철, 철도, 버스 무료 이용이 가능하다. 이때 출·퇴근으로 사람이 몰리는 첨두시간대(peak time)는 이용을 제한하고 있다.
런던 의회 홈페이지에는 노년층을 위한 ‘시니어 프리덤 패스(Senior Freedom Pass)’에 대한 소개가 나와있다. 홈페이지에 따르면 이러한 연령은 국가 연금 수혜 기준에 따르며, 생일이 지났는지에 따라 다르나 60세 정도이다. 홈페이지에서는 직접 검색을 통해 해당 탑승권을 발급 받을 수 있는 정확한 연령 요건도 확인할 수 있다.
프랑스도 영국과 비슷한 형태로 운영하고 있다. 프랑스는 60세 이상 노인에 대해 철도 요금의 50%를 할인해 주고 있다. 다만 사람이 몰리는 시간대의 이용은 100% 유료로 운영하고 있다.
실제로 프랑스 파리는 지난 2018년 6월부터 '파리 시니어 패스(Pass Paris Seniors)'를 운영하고 있다. 이에 따라 65세 이상 혹은 일을 할 수 없는 60~64세 노인에게 교통 제공 혜택을 부여한다. 이때 몇 가지 조건이 필요한데 파리에서 3년 이상 거주한 것과 동시에 소득 규모를 따진다.
파리 홈페이지에 따르면 감세 전 소득세가 2028유로(첫 번째 신청, 약 275만원) 또는 2430유로(갱신 시, 약 330만원) 이하인 가구일 때 파리 시니어 패스를 사용할 수 있다. 다만 이는 재향 군인, 65세 이상의 전쟁 미망인 등에게는 적용되지 않는 조건이다.
마지막으로 일본은 도시별로 다르게 운영하고 있다.
먼저 일본의 수도인 도쿄의 경우 지난 1974년부터 70세 이상 노인에게 도에서 운영하는 교통수단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실버 패스(シルバ?パス)‘를 교부하고 있다. 다만 이때 주민세 납부 대상자는 2만 510엔(약 20만5000원)의 발급 비용이 발생하며, 주민세 면제 대상자는 1000엔(약 1만원)의 발급비가 필요하다.
반면 오사카시의 경우 ’경로 패스(敬老パス)‘를 운영하고 있다. 이에 따라 오사카 메트로 전 노선, 버스 등에서 1회당 50엔(약 500원)에 이용 가능하며 그 이외 노선을 이용할 경우 해당 구간 통상 운임의 차액을 정산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즉 우리나라와 달리 이용자 부담금이 있다는 것.
또한 나고야에서는 65세 이상 노인을 대상으로 소득 수준에 따라 다른 비용을 부담하게 한다. 부담금은 연간 1000엔(약 1만원), 3000엔(약 3만원), 5000엔(약 5만원)정도이며 이에 따라 시내버스 및 지하철 등을 이용할 수 있다.
해외사례를 살펴본 결과 우리나라처럼 65세 이상 모든 노인에게 무임승차혜택을 부여하는 경우는 찾아보기 어렵다. 연령 제한과 할인율을 병행 적용하면서 노인 무임승차에 따라 발생하는 여러 문제 등을 예방하고 있다는 것.
또한 ‘서울시 예산·재정 분석’ 보고서는 '(해외 사례의 경우) 이용자의 소득을 고려해 계층 간 형평성을 제고하고 있고, 요금 할인으로 인한 손실을 국가와 지방정부에서 보전하고 있는 것'이 국내 제도와의 차이점이라 명시했다.
실제로 현재 운영난을 겪고 있는 서울교통공사 관계자 역시 “노인 무임승차제 논란이 빚어질 때마다 공사 측이 주장했던 것은 제도의 폐지 혹은 연령 상향 등이 아닌 국가의 지원”이라고 말했다.
그는 “같은 1호선이라 하더라도 코레일이 운영하는 구간의 경우 국가 지원이 들어가지만 서울교통공사가 운영하는 구간은 지원이 없는 현황”이라며 “노인 복지의 취지에 따라 무임승차 제도를 시행하는 만큼 국가의 지원이 있다면 더욱 효과적으로 이를 운영할 수 있을 것”이라 설명했다.
/ 양지혜 인턴 기자·스냅타임 심영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