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국감] "車 엔진도 5년 보증하는데 원전 핵심설비는 2년만 보증?"

by김일중 기자
2018.10.18 11:02:11

김성환 의원, 한수원 자료 분석
"부실재료로 교체비용만 지금까지 8432억원 소모
한전·한수원 수조원대 손실 원인돼...재계약 필요"

김성환 더불어민주당 의원


[이데일리 김일중 기자] “수명이 20년인 자동차도 보증기간이 5년인데 수명이 60년의 원전 핵심설비 보증기간은 2년밖에 안 된다. 재협상이 필요하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김성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8일 한국수력원자력으로부터 제출 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 과거 원전 핵심설비의 턱없이 짧은 보증기한(2년)으로 수조원의 피해를 입은 한수원이 여전히 주기기의 보증기한을 2년으로 계약한 것으로 드러났다.

현재 국내에는 23기의 원전이 운영 중이고, 5기의 원전이 건설 중이다. 한수원이 제출한 자료를 보면 28기 원전의 주기기(원자로, 증기발생기, 냉각재펌프 등) 보증기간이 2년으로 설정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40년간 원전 주기기의 결함이 발생해 설계 수명을 채우지 못하고 교체된 사례가 빈번했다.

내구성에 문제가 있는 부실재료 사용으로 고리 1·2호기, 한빛 3·4호기의 원자로 헤드가 교체됐고, 같은 이유로 고리 1호기, 한울 1·2·3·4호기의 증기발생기가 교체됐다.

현재 한빛 4호기가 같은 문제로 교체를 진행 중이며, 한빛 3호기 역시 내년에 증기발생기가 교체된다.

지금까지 교체에 들어간 비용은 총 8432억원이다.

(자료=김성환 의원실)


김성환 의원은 핵심설비 고장으로 한수원과 한전에 수조원의 손실을 입힌 것이 더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김 의원에 따르면 부실재료 사용으로 인한 고장으로 원전 가동이 불시에 정지되고 문제를 점검하고 결국 교체할 때까지 장기간 동안 원전 가동이 중단 되는 일이 발생해왔다. 이는 가동 중단에 따른 한수원 발전량 감소로 이어지며 결국 한수원의 매출 손실이 증가하는 상황을 낳았다.

또한 원전에서 생산됐어야 할 전력량이 부족해지면서 한전은 단가가 더 비싼 대체전력을 구입하게 되고, 이는 다시 한전의 손실로 이어졌다.

이렇듯 다수 원전에서 발생된 핵심설비 문제로 한수원과 한전은 수조원의 손실을 낳는 결과로 이어졌다.

김성환 의원은 보증기간 2년은 불변의 법칙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김 의원에 따르면 미국의 샌 오노프레 원전의 경우 미쓰비시 중공업이 증기발생기에 대해 보증한 기간이 무려 20년이다. 러시아는 벨로루시에 원전을 건설하고 있는데, 러시아의 공급업체가 60년간 보증을 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한전이 계약한 UAE 바라카 원전 증기발생기의 경우도 보증기간이 국내보다 두 배나 길다.

김성환 의원은 “최신 원전의 보증기간은 계약 비용 추가 상승을 감안하더라도 재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미래에 또 다시 현재 예상하지 못하는 문제로 주기기 교체가 발생하면, 계약비용 상승분 보다 더 큰 사회적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 때문이다.

김 의원은 “지난 2015년에 운영허가를 승인받은 신고리 3호기와, 현재 건설 중인 신고리 4·5·6, 신한울 1·2 호기 역시 주기기 보증기한을 2년으로 하고 있다”며 “이들 6기는 세계에서 첫 번째로 시도되는 원자로 모델이고, 설계수명 60년 적용도 처음이기 때문에 더욱 더 미래의 불확실성을 감안해 보증기한을 보수적으로 길게 설정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김성환 의원은 “자동차 엔진도 5년 보증해주는데, 60년을 운영해야 하는 원전의 보증기간 2년이라는 것이 충격적이다”라며 “한수원은 국민안전과 미래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최신 원전 6기의 보증기간을 공급사와 재협상해야 한다”고 제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