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담있지만 계약이 없다'…조선업계 '경기부진·제품가하락' 신음

by최선 기자
2016.06.28 14:38:23

한국무역협회, 2016년 3분기 수출산업경기전망 보고서
선박 수출산업경기전망 지수, 81.3 기록…"부진할 것"
"세계적인 경기악화·가격인하 요구 가장 큰 애로사항"

현대중공업이 건조한 멤브레인형 LNG선의 모습. 현대중공업 제공.
[이데일리 최선 기자] 국내 조선업계가 해외 선주들과 꾸준히 선박 수출 상담을 벌이고 있으나 수출 계약이 전무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올해 초만해도 환율변동성과 원재료 가격 상승 등을 우려했던 조선업계는 최근 들어 수출대상국·개도국의 악화된 경제, 선주들의 가격인하 요구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28일 한국무역협회가 발간한 ‘2016 3분기 수출산업경기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조선업체들이 밝힌 3분기 선박 부문 수출산업경기전망 지수(EBSI)는 81.3을 기록했다. 이는 1분기 전망 111.5, 2분기 전망 83.3에 이어 더욱 악화된 수치다.

이번 EBSI는 무역협회가 조선업체 상위 10개사를 대상으로 조사한 것으로 110이상~150미만은 전분기 대비 ‘호조’를 90이상~110미만은 ‘보합’, 50이상~90미만은 ‘부진’을 뜻한다. 1분기 수출 전망으로 호조세를 기대했던 조선업계가 이제는 부진에 늪에 빠져 있다는 얘기다.

특히 해외 수출상담은 1~3분기 동안 전분기 대비 보합세를 유지할 것으로 봤지만(93.8~103.8), 수출계약으로 이어지는 건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전망으로 선회하고 있다. 1분기 수출계약 전망 EBSI는 96.2로 보합을 기록했지만 3분기 전망 지수는 87.5로 부진으로 나타났다.

실제 조선업계는 수주가뭄에 돌입해 보릿고개를 넘고 있는 상황이다. 대형 조선 3개사인 현대중공업(009540), 대우조선해양(042660), 삼성중공업(010140) 등이 올해 수주한 선박은 총 13척에 불과하다. 현대중공업·현대미포조선이 9척의 선박건조 계약을 맺었고, 대우조선은 4척의 선박을 건조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삼성중공업은 올해 단 한건의 수주실적을 올리지 못하고 있다.

이와 함께 정부 관리하에 실시된 조선업 구조조정과 맞물려 인력감축·인건비 축소 등 비용절감 대책, 비핵심자산 매각 등 조선 빅3는 10조원이 넘는 규모의 자구계획을 확정해 실행에 옮긴 상태다. 노동조합이 쟁의행위 등 근로자의 반발 등 내부적인 악조건 속에서 선박 수출을 추진해야 하는 상황이어서 녹록지 않은 상황이 겹쳤다.



무역협회가 실시한 설문에서 조선업계가 수출 애로사항으로 꼽은 상위 2개 요인은 수출대상국의 경기부진(20.8%)과 개발도상국의 시장잠식(20.8%)이었다. 주요 수출 대상국이 모여있는 유럽과 개도국을 막론하고 경기악화 현상이 뚜렷하다는 얘기다.

상황이 좋지 않은 가운데 선주들의 과도한 뱃값 깎기는 조선업계에 추가적인 부담이 되고 있다. 조선업계가 두번째로 많이 꼽은 애로사항은 ‘선주들의 가격 인하 요구’로 16.7%를 차지했다. 이는 서방의 경제제재 해제 이후 선박 건조계약을 추진 중인 이란의 사례처럼 과도한 선박 금융을 요구하는 등 우리 조선업계가 저가수주할 가능성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는 의미로 분석된다.

무역협회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업계는 경기회복기에는 낙관적으로 응답하고 후퇴기에는 비관적인 응답을 내놓는다”며 “경기가 후퇴하는 시점에서 실시된 조사결과는 실제보다 지나치게 비관적으로 나타났을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세계 경제의 위축은 수주가뭄과 대규모 구조조정을 진행하는 조선업계에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며 “최근 브렉시트 결정으로 시장의 불확실성이 높아져 선주들의 투자를 위축시키고 선박발주를 주저하게 하는 상황을 빚을까 우려된다”고 전했다.

한편 이번 무역협회 설문조사에서 의료·정밀 및 광학기기(115.2), 전기·전자제품(104.5), 기계류(102.7) 업계는 오는 3분기에 전분기 대비 개선된 수출실적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선박은 최하위를 기록한 석유제품(75.0) 업계에 이어 두번째로 부정적인 전망을 내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