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수부양하려면 실질 임금부터 올려라

by최정희 기자
2014.06.26 16:30:00

고용률 높아졌는데 왜 지갑은 텅 비었나
실질임금 올리는 게 순서..부채도 줄여야

[이데일리 최정희 방성훈 기자] 경제를 활성화하기 위해선 무엇을 해야 할까.

최경환 경제부총리 후보자를 중심으로 한 정부부처는 규제완화를 통한 부동산 시장 활성화를 택하는 분위기다. 그러나 경제를 살리기 위해선 최우선적으로 실질 임금부터 올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최근 국제노동기구(ILO)도 “금융위기 재발을 막고 고용 없는 성장에서 벗어나려면 생산성 향상만큼 임금을 올려야 한다”고 경고했다.

부동산 규제완화는 가계부채를 늘릴 수 있을 뿐 아니라 고소득층의 소득만 증가시킬 가능성이 높다. 반면 실질 임금이 오를 경우 한계소비성향이 높은 저소득층의 소득이 증가하면서 소비가 살아날 것이란 기대감이 형성되고 있다.

취업자 수가 증가하면서 고용률이 2008년 금융위기 이전 수준으로 회복됐지만, 여전히 소득은 나아지지 않고 있다. ‘저임금 근로자’만 대량 생산되면서 소비 여력이 그 만큼 낮아졌단 얘기다.

통계청에 따르면 5월 고용률은 60.8%로 2007년 6월(60.8%) 이후 6년 11개월 만에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1~5월 취업자 수도 지난해 같은 기간(1~5월)에 비해 318만 2000명이 늘어났다. 지난해 같은 기간 늘어난 취업자 수(138만 2500명)에 비해 2.3배가량 급증한 것이다.

그러나 주로 서비스업이나 임시직 등에서 취업자가 증가하면서 ‘저임금 근로자’만 대량 생산됐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취업자 수와 고용률이 증가하더라도 소득이 늘어나 소비로 이어지는 선순환이 나타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올 1분기 5인 이상 사업체의 전체 임금 인상률(전년동기대비)은 2.9%에 불과했다. 2011년 4분기(1.5%) 이후 최저치다. 이는 1분기 경제성장률(전년동기대비) 3.9%에도 못 미치는 수치다.



한국은행에선 ‘성장 없는 고용’을 고민해야 할 때란 지적이 제기된 바 있다. 한은은 지난해 연차보고서에서 고용의 양적 성장에만 치우쳐 서비스업, 임시직 근로자 등이 증가하면서 임금이 낮아지다 보니 소득분배가 악화되는 방향으로 흘러갈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주택담보대출비율(LTV)·총부채상환비율(DTI) 및 임대소득 완화 등 부동산 정책으로 내수부진을 풀어가는 것보다 근로자들의 실질임금을 높이는 일이 더욱 시급하다고 입을 모았다. 특히 한계소비성향이 높은 저소득층을 중심으로 소득개선 및 부채감축 노력을 확대해야 소비 진작 및 내수부양으로 이어질 수 있고 제언했다.

신세돈 숙명여대 경제학부 교수는 “내수부진은 부동산 가격 하락이나 낮은 이자율이 아닌 임금 문제에 있다”며 “정부가 실질임금, 최저임금, 통상임금 등 근로소득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특히 최저임금도 안 되는 일자리는 아무리 많이 늘어나봐야 소비로 이어지지 않아 내수가 살아나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과 교수도 “내수부양을 위해서는 생산성 향상 범위 내에서 실질임금을 올려주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말했다. 특히 한계소비성향이 높은 저소득층의 임금 상승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최저임금을 올려주지 않으면 신용불량자가 대거 양산돼 경제 전체의 불확실성이 증대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러나 기업들의 수익성도 악화되는 상황이라 근로자들의 임금을 올릴 여력이 많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전 교수는 “삼성전자(005930), 현대자동차(005380) 등 일부 대기업을 제외하면 임금을 올렸을 때 버틸 수 있는 기업이 많지 않다”며 “중소기업 등 영세 기업들은 정부가 나서서 이들의 판로 개척 등 돈을 벌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줘야 한다”고 설명했다.

한편에선 소비를 제약하는 부채를 줄여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윤석헌 숭실대 금융학부 교수는 “부동산 정책을 통한 내수부양은 고소득층에게 유리할 뿐더러 한국경제 뇌관으로 자리 잡은 가계부채 문제를 심화시킬 것”이라며 “정부는 소득개선책과 더불어 복지 차원에서 저소득층의 가계부채 지원방안을 늘려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