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사단 훈련병 母 “근육 다 녹는 건 고문…중대장 죄 물어야”

by김형일 기자
2024.06.04 15:00:26

당시 더운 날씨에 훈련병 옮기는 부상자 처치 훈련
군기훈련 이유는 "뒤척이다 걸려서"

강원도 인제 12사단 신병교육대에서 군기훈련 중 쓰러져 사망한 훈련병의 영결식.(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김형일 기자] 훈련병 사망사고 발생한 육군 12사단에 소속된 한 훈련병 부모가 군기훈련(얼차려)을 지시한 중대장에 대해 사실상 고문을 한 것이라며 엄벌을 촉구했다.

육군 12사단에 소속된 한 훈련병의 어머니 A씨는 3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훈련병 사망사건에 관한 생각을 밝혔다. 그는 “그건 훈련이 아니라 가혹행위다. 중대장에게 적어도 상해치사 정도의 죄는 물어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A씨는 사건 당시 상황도 전했다. 그는 “제 아들 표현으로는 (사망한 훈련병이) 훈련하다 기절했다고 한다. 기합을 받다가 그 친구가 기절해서 의무실로 옮겼는데, 이후 상태가 더 안 좋아져서 민간병원으로 이송됐다고 하더라”라고 언급했다.

이어 “사고 당일 밖에서 전투 부상자 처치 훈련을 받았는데, 날씨가 되게 더웠고 계속 서 있었다고 아들이 얘기했다. 부상자 처치를 하다 보니 누워 있는 친구들을 끌어서 옮기기도 하고 체력적으로도 힘든 훈련이라 했다”고 부연했다.



또 “단적으로 봤을 때 그 훈련이 힘들지 않았다고 얘기할 수 있다”며 “9일밖에 안 된 훈련병들이잖냐. 그 상황에서 충분히 힘들었을 거로 생각한다. 만약 계속 그렇게 군장을 메고 서 있었다면, 그것 자체로 군기훈련 전에 이미 체력적으로 힘들지 않았을까 싶다”고 보탰다.

A씨는 “제일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은 군장을 하고 그런 행위들을 받을 당시 다른 간부들은 대체 뭘 했느냐라는 것”이라며 “분명 군장을 한 모습을 봤을 거고, 가혹행위를 당하는 것을 봤을 텐데 그동안 누구도 제지하지 않았다는 이야기 아니냐”라고 꼬집었다.

A씨는 당시 숨진 훈련병이 군기훈련을 받게 된 이유도 설명했다. 그는 “5명 중 한 분의 아버님이라는 분이 글을 올리셨다. 그 친구는 떠든 것도 아니고 화장실에 가겠다고 뒤척이다가 걸려서 훈련을 받았다고 쓰셨다”고 말했다.

또 ‘정말 크나큰 이유로 기합을 받았다면 이해하지만, 이런 말도 안 되는 이유로, 너희가 뭔데 믿고 맡겨놨던 아들들을 이렇게 대우하느냐’는 내용의 글도 올라왔다고 설명했다.

한편, 지난달 23일 오후 5시 20분께 강원도 인제군 육군 12사단 신병교육대에서 군기훈련을 받던 훈련병 6명 중 1명이 쓰러졌다. 쓰러진 훈련병은 민간병원으로 응급 후송돼 치료받았으나 상태가 악화해 25일 오후 사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