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서 터진 ‘메타버스’, 한국이 원조?…결혼도 공연도 다 했는데
by이대호 기자
2021.03.12 15:43:06
로블록스, 뉴욕 증시 성공적 직상장…시가총액 43조원 달해
메타버스 놀이 문화, 온라인게임서 일찍이 시작돼
게임 속에서 결혼도 공연도 진행…단발성 이벤트로 인식돼
네이버 ‘제페토’, 신입사원 프로그램 앱에서 마련하기도
[이데일리 이대호 기자] ‘미국 초딩들의 놀이터’이자 ‘메타버스’ 플랫폼으로 잘 알려진 로블록스(Roblox)가 지난 10일(현지시각) 뉴욕 증시 상장 첫날 69.5달러로 장을 마감했다. 기준가 45달러에서 54.4% 폭등했다. 다음날 73.9달러로 강세를 보이며 다시 6.3% 상승했다. 둘째 날 장마감 기준 시가총액은 382억달러(약 43조원)다.
메타버스는 3차원 가상세계를 의미하는 말이다. 가상세계 속 놀이 문화를 포함하는 말이기도 하다. 미국에선 16세 미만 청소년 중 55%가 로블록스를 쓴다는 통계가 있을 정도로 대세 플랫폼이 됐다. 코로나19 영향으로 청소년들이 가상세계에서 만나서 소통하고 덩달아 아이템 매출도 늘면서 뉴욕 증시 직상장까지 성공했다.
따지고 보면 메타버스는 일찍이 한국에서 유행했다. 당시 ‘메타버스’라는 개념만 없었을 뿐, 이미 가상세계 속 커뮤니티 형성과 그들만의 놀이는 한국인들에게 익숙했다. PC온라인게임 덕분이다. 2000년대는 물론 2010년대 초반까지도 온라인게임 호황기였다. 2000년대 한국은 명실상부한 온라인게임 세계 최강국으로 꼽혔다.
| 엔씨 리니지 결혼식 이미지(사진=엔씨소프트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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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대표적인 메타버스 문화가 ‘온라인게임 속 결혼’이었다. 2002년 4월6일, 엔씨(NC) 간판 온라인게임 ‘리니지’에선 결혼식이 열렸다.
리니지 데포로쥬 서버 기란 콜로세움에서 열린 이 결혼식은 신랑 신부 입장과 주례사 그리고 퇴장으로 약 30분간 실제 결혼식과 똑같이 이뤄졌다. 게임운영자(GM)를 비롯한 이용자들이 결혼식 이벤트를 위해 따로 시간을 투자하며 기획과 연습을 한 것으로도 알려졌다. 게임 속 신랑 신부가 2002년 4월21일 대구에서 실제 결혼식을 올리면서 리니지 커뮤니티 내에서 더욱 화제가 됐다.
이후 결혼 이벤트는 타 게임에서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었다. 당시 게임 기업들은 결혼 이벤트를 회사 차원에서 성대한 축제로 꾸미기도 하고 외부에 앞장서 알리기도 했으나, 여러 번 결혼 이벤트가 이어지면서 기업이나 게이머에게도 익숙한 일이 됐다.
게임 내 공연과 파티는 에픽게임즈의 ‘포트나이트’ 메타버스가 유명하다. 2020년 4월 포트나이트에서 트래비스 스콧의 공연이 진행돼 무려 1270만명이 동시 접속해 지켜봤다. 2019년 2월엔 마시멜로 공연이 포트나이트에서 펼쳐지기도 했다.
| 엔씨 아이온 속 아이유 공연 갈무리(사진=아이온 홈페이지 게시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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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이켜보면 한국 게임에서도 일찍이 이 같은 시도가 있었다. 엔씨(NC)가 2013년 1월27일 아이온 속 콘서트장에서 가수 아이유의 라이브 콘서트를 열었다. 게임 내 약 2만명의 이용자가 모였다.
이날 아이유는 게임 속 자신의 캐릭터를 통해 ‘너랑 나’와 ‘좋은 날’ 등의 공연을 선보였다. 이용자의 사연을 받아 아이유가 직접 축하 노래를 불러주는 이벤트도 진행하는 등 당시 신선한 시도로 평가받았다.
아쉬운 부분은 미국에서 메타버스가 꽃피우기 십수년전부터 한국에서 게임 속 놀이 문화가 자리 잡았으나, 단발성 이벤트로 그치거나 게임의 일부 콘텐츠로 인식됐다는 점이다.
최근 로블록스 등 메타버스가 플랫폼의 지원을 업고 이용자들이 알아서 즐길 거리를 찾은 측면이 크다면, 당시 게임에선 이용자들의 놀이 욕구가 길드(동호회) 커뮤니티와 공성전 등 게임사가 만든 콘텐츠로 충분히 해소된 까닭이 있다.
최근 국내 메타버스 유력 플랫폼으론 네이버제트 ‘제페토’가 꼽힌다. 네이버는 다양한 팀빌딩 활동을 제페토 앱에서 진행한 바 있다. 스키점프 팀 대결을 펼치는가 하면, 온라인으로 팀원들을 좀 더 깊이 알아갈 수 있도록, 매일 ‘무물(무엇이든 물어보세요) 타임’도 마련하는 등 Z세대 유행을 반영한 프로그램으로 신입사원 프로그램을 진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