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럽폭행 살인 혐의' 태권도 유단자들, 징역 12년 구형

by김보겸 기자
2020.05.26 14:10:58

동부지법, 26일 김모씨 등 3명 결심 공판
검찰, 이들 모두에게 징역 12년 구형
"최초 시비자가 계속 혐의 부인…고의성 인정"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상해치사 혐의

[이데일리 김보겸 기자] 새해 첫날 클럽에서 시비가 붙은 20대 남성을 집단 폭행해 사망케 한 대학 태권도 전공생들에게 검찰이 징역 12년을 구형했다. 이들은 재판 내내 서로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모습을 보였지만, 검찰은 모두에게 살인 혐의가 인정된다며 같은 형량을 선고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서울동부지법 형사합의12부(재판장 박상구)는 26일 오전 살인 및 상해치사 혐의를 받는 김모·이모·오모(이상 21세)씨에 대한 결심공판을 진행했다. 이들은 모두 태권도 4단 유단자다.

이 사건은 피해자와 시비가 붙은 이씨의 몸싸움이 발단이었다. 지난 1월 1일 서울 광진구의 한 클럽에서 이씨가 피해자의 여자친구에게 “이쪽으로 와서 놀자”며 팔을 잡아 끌어 피해자와 시비가 붙었다. 클럽 내 시비는 이씨가 시작했지만 이후 피해자를 클럽 밖으로 데리고 나가는 과정에서 김씨와 오씨가 합세해 집단 폭행으로 확대됐다고 검찰은 보고 있다.

검찰은 이들 모두에게 살인과 상해치사 혐의가 있다고 봤다. 검찰은 “이 사건은 미필적 고의를 인정하느냐가 쟁점”이라며 “피고인들은 태권도 국가대표 선발전에도 출전한 적 있는 유단자이기 때문에 자신의 가격으로 인한 충격이 크다는 점을 알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주먹과 발차기로 급소를 단시간 동안 집중적으로 가격하고 아무런 조치도 없이 현장을 떠났다”며 피해자가 사망할 것이라는 사실을 충분히 알고 있다며 고의성이 인정된다고 했다.

특히 검찰은 모든 혐의를 부인해 온 이씨의 죄질이 나쁘다고 봤다. 이씨는 줄곧 “피해자와 최초 시비가 붙은 건 맞지만 결정적 가격이 이뤄진 상가 내 폭행에는 가담하지 않았다”며 살인과 상해치사 혐의를 모두 부인했다. 사건 직후 이씨가 “상가 안에서 ‘니킥’을 찼다”고 말하는 모습이 택시 안 블랙박스에 담겼지만, 이후 이씨는 “사실 상가 안에서는 때린 적이 없지만 시비 붙은 건 나인데 한 대도 때리지 않았다고 하면 없어 보일까봐 허세를 부린 것”이라며 상가 안 폭행을 전면 부인했다.



검찰은 “이씨와 피해자가 시비붙지 않았다면 피해자는 사망하지 않았을 수도 있다”며 “피해자의 멱살을 끌고 상가로 끌고 가며 수차례 발을 걸어 넘어뜨린 행적을 보면 상가 안에서도 피해자에게 발차기를 했다고 보는 것이 상당하다”고 지적했다.



이씨 측은 무죄를 주장했다. 이씨의 변호인은 최후변론에서 “피해자의 직접 사인은 동맥 절단으로, 이는 김씨 가격에 의한 것”이라고 했다. 상가 안에서는 피해자에게 손을 대지 않았다고 주장하며 근거로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감정 결과 이씨의 바지와 구두에서 피해자의 혈흔이 검출되지 않았다는 점을 들었다. 이씨 측은 살인과 상해치사 혐의 모두 인정할 수 없다며 무죄를 선고해달라고 요청했다.

이씨는 “저는 어떤 말도 입에 올릴 자격이 없는 사람”이라며 “제 짧은 판단으로 소중한 목숨을 잃었다. 사건 이후 많은 반성을 하고 사과를 드리고 싶었지만 피해자 부모님께 머리 숙여 용서 한 번 빌지 못했다”고 울먹였다. 그러면서 방청석에 앉아 있던 피해자의 부모를 향해 고개를 숙이며 “죄송합니다”라고 했다.

김씨와 오씨 측도 “고의는 아니었다”며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혐의를 부인했다. 오씨 측은 상해치사 혐의는 인정하지만 살인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를 주장했다. 오씨는 최후 진술에서 “피해자 가족분들께 어떻게 사죄 말씀을 드릴 지 몰라서 인사 한 번 못 드렸다. 하루하루 죄책감이 커지고 살아 있는 게 너무 괴로웠다. 정말 저도 죽고 싶었다. 용서해달라는 말도 할 수가 없다”며 흐느꼈다.

선고는 다음 달 25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