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퇴양난 테리사 메이…선택 가능한 6가지 시나리오는?

by방성훈 기자
2019.01.16 11:39:04

英브렉시트 합의안 압도적 반대로 부결
재협상·조기총선·기한연장·제2국민투표·잔류·노딜 브렉시트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 (사진=AFP PHOTO)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영국 하원에서 15일(현지시간) 유럽연합(EU) 탈퇴(브렉시트) 합의안이 찬성 202표, 반대 432표로 부결됐다.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가 향후 선택할 수 있는 시나리오는 6가지다.

영국 정부는 ‘플랜 B’를 마련해 다시 한 번 의회와 협상을 시도할 수 있다. 근무일 기준으로 3일, 의회 제출 시한은 오는 21일까지다. 그러나 찬성표와 반대표 격차가 230표나 되는 만큼 의원들의 마음을 돌리긴 힘들다고 CNBC는 분석했다.

핵심 쟁점은 아일랜드-북아일랜드 사이에서 벌어질 수 있는 혼란을 막기 위한 안전장치, 이른바 백스톱(backstop)이다. 브렉시트 전환기인 2020년 말까지 북아일랜드를 비롯한 영국 전체가 EU 관세동맹에 잔류한다는 내용이다. 브렉시트 강경파는 백스톱이 영국을 EU에 무기한으로 잔류·종속시킬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메이 총리는 지난해 12월 백스톱과 관련해 자국에서 우려하는 일이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는 법적·정치적 확약을 EU 회원국 정상들에게 요청했다. 하지만 EU는 재협상 불가방침을 거듭 확인하며 거절했다.

영국 노동당 제러미 코빈 대표는 이날 브렉시트 합의안이 부결된 직후 메이 총리를 비롯한 정부에 대한 불신임안을 제출했다고 밝혔다. 표결은 다음 날인 16일 오후 7시에 진행될 예정이다.

영국 하원 전체 의원 중 3분의 2 이상이 조기총선 동의안에 찬성하거나, 불신임안이 하원을 통과한 뒤 14일 이내에 새로운 내각에 대한 신임안이 하원에서 의결되지 못하면 조기 총선이 가능하다.

메이 총리는 16일 정부 불신임안에 대해 의원들이 논의할 기회를 갖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EU는 메이 총리가 교체되더라도 합의안을 바꾸지 않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어 실익은 크지 않을 것으로 관측된다.

EU 회원국 탈퇴 규정을 담은 리스본조약 50조에 따르면 브렉시트는 공식적으로 오는 3월 29일이다. 다만 메이 총리가 요청할 경우 시기를 연장할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브렉시트까지 석달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합의안을 대규모 손질하기엔 시간이 촉박해 기한을 연장해야 한다는 것이다.

바클레이즈 투자솔루션스의 윌리엄 홉스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최근 시장에서 리스본조약 50조 연장에 베팅하는 움직임이 늘었다고 전했다.

그는 CNBC에 “지난주 브렉시트 기한이 연장될 수 있다는 소식이 전해진 뒤 파운드화가 반응한 것을 보면, 시나리오가 시장에 상당히 반영됐음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다만 영국을 제외한 27개 EU 회원국 승인을 받아야 하는데다, EU가 얼마나 연장해줄 것인지도 불분명하다. 가디언은 7월까지 연장하는 가능성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



출처=CNBC 홈페이지
영국 정부는 지난 2016년 국민들에게 브렉시트 여부를 물었다. 그 결과 51.9%가 EU 탈퇴에, 48.1%가 EU 잔류에 표를 던졌다. 구속력이 없는 자문 성격의 투표였지만 국회의원들은 국민의 뜻을 따를 것임을 분명히 했다.

하지만 브렉시트 시한인 오는 3월 29일이 가까워지면서 다시 한 번 국민투표를 실시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지난 2년여 간 EU와 협상을 벌이는 과정에서 국민들이 브렉시트에 대해 더 잘 알게 됐다는 게 제2차 국민투표 찬성론자들의 주장이다.

여론조사기관 유고브가 작년 12월 21일부터 올해 1월 4일까지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만약 오늘 EU 탈퇴 여부를 묻는 국민투표를 실시한다면 어디에 투표하겠는가’라는 질문에 ‘잔류해야 한다’는 답변이 54%, ‘떠나야 한다’는 답변이 46%로 각각 집계됐다.

또 찬성론자들은 국민투표가 공식적으로는 법적 구속력이 없기 때문에 재투표가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고든 브라운 전 노동당 대표는 지난 14일 CNBC와의 인터뷰에서 “언제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또 향후 몇 주 안에 가능할 것이라고 예상하고 싶지도 않지만, 제2 국민투표가 어느 시점에서 진행되긴 할 것”이라며 “영국의 EU 잔류 여부만이 아니라 세부 사항에 대한 결론을 내릴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반면 반대론자들은 2016년 첫 투표의 민주적 과정을 무시·모욕하는 처사라고 반박하고 있다. 메이 총리도 지난달 제2차 국민투표에 대해 “국민투표를 다시 하자는 건 영국 국민에 대한 모욕”이라며 “우리는 이 결정을 포기하지 않고 책임져야 한다. 의회는 국민들의 투표 결과를 이행해야할 의무가 있다”고 강조했다.

다만 제2차 국민투표를 위해서는 약 22주의 시간이 필요하다. 리스본 조약 50조에 따라 브렉시트 발효일을 3월 29일에서 7월로 미루더라도 시간이 촉박하다.

사실상 EU를 탈퇴하지 않고 잔류하는 것을 의미한다. 메이 총리는 노 브렉시트의 경우 국민들이 영국 정치에 대한 신뢰를 잃는 등 치명적인 악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럼에도 CNBC는 “다우닝스트리트(영국 총리 관저)는 아무런 합의 없이 EU를 떠나는 노딜 브렉시트보다는 EU를 탈퇴하지 않는 노 브렉시트 가능성이 차라리 더 큰 것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리스본조약 50조 연장 또는 제2차 국민투표 시나리오도 영국이 EU에서 탈퇴하지 않을 것이라는 추측을 키울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날 도널드 투스크 EU정상회의 상임의장도 “협상이 불가능하고, 아무도 ‘노 딜’을 원하지 않는다면, 유일한 최선의 해법이 무엇인지 누가 말할 용기를 가지겠는가”라고 반문했다. 영국의 EU 잔류를 에둘러 권유한 셈이다.

최악의 시나리오는 노딜 브렉시트다. EU가 영국의 요구를 모두 거부할 경우엔 노딜 브렉시트가 될 가능성이 적지 않다. EU는 그간 “재협상은 없다”는 입장을 수차례 밝혀 왔다.

영란은행(BOE)은 지난해 말 보고서를 통해 노딜 브렉시트가 현실화되면 실업률이 7.5%까지 치솟고 집값은 30% 폭락할 것으로 내다봤다. 또 파운드화 가치가 추락하고 1년 동안 영국 국내총생산(GDP)이 8% 감소하는 등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보다 더 심각한 위기가 발생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다만 영국이 스스로 경제 파탄의 길을 걷지는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