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중지란` 채권단..`현대건설 매각` 산으로 가나

by민재용 기자
2010.12.01 17:45:16

佛 대출계약서 제출 요구는 같은 목소리로 강화
MOU 해지 기준, 동양종금 풋백옵션 `다른 목소리`
정책공사 "풋백옵션 조건 조사 의뢰"..당국과 교감?

[이데일리 민재용 기자] 현대건설(000720) 주주협의회 주관기관인 외환은행은 1일 긴급기자회견을 열고 "현대그룹이 프랑스 나티시스은행 대출금 관련 대출계약서를 제출하지 않을 경우 MOU(양해각서) 해지를 논의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같은 입장은 지난달 29일 외환은행이 단독으로 현대그룹과 현대건설 매매 MOU를 체결한 즉시 강력 반발했던 정책금융공사가 현대그룹에 요청한 것과 같은 목소리로 채권단내 이견이 상당부분 봉합된 것 처럼 보인다.

그러나 실상을 들여다보면 여전히 핵심 쟁점에서 이견이 노출되고 있다. 외환은행과 정책금융공사가 MOU 해지를 의결 기준 등에 대해 아직 구체적인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또 현대그룹이 동양종금으로부터 조달한 투자자금에 대해서도 시각차를 드러내고 있어 향후 현대건설 매각과 관련해 채권단내 진통은 계속될 전망이다.

김효상 외환은행 여신관리 본부장은 이날 "어제(30일) 현대그룹에 오는 7일까지 프랑스 나티시스은행 대출금 관련 `대출계약서`를 제출하라고 공문을 보냈다"며 "현대그룹이 요구에 불응하면 MOU 해지를 논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는 외환은행이 현대그룹과 단독으로 MOU를 맺으면서 나티시스은행 1조2000억원 대출금에 대한 `합리적 수준의 증빙 서류 제출`이라고 명시한 것에 비해 명확한 표현으로, 정책금융공사가 현대그룹에 요구한 것과 같은 수준의 요청이다.

하지만 외환은행은 MOU 해지 절차에 대해 정책금융공사와 다른 시각을 드러냈다.



유재한 정책금융공사 사장은 지난 29일 기자회견에서 "MOU 해지는 (현대건설 지분을 가장 많이 보유한 3곳으로 구성된) 채권단 운영위원회(외환은행, 정책공사, 우리은행) 2곳 이상의 찬성으로 가능하다"고 말한 반면 외환은행은 이날 "주주협의회 80% 이상의 의결권 찬성으로 MOU를 해지할 수 있다"고 밝혔다.

즉 정책금융공사는 외환은행이 반대해도 우리은행과 합의를 통해 MOU를 해지할 수 있다고 해석한 것인데 비해 외환은행은 자신이 반대하면 MOU를 해지할 수 없음을 분명히 한 것이다.

외환은행 관계자는 "외환은행, 정책금융공사, 우리은행이 각각 20% 이상의 의결권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정책공사와 우리은행이 MOU 해지를 요구하더라도 외환은행이 반대할 경우 MOU 해지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현대그룹이 동양종금으로부터 조달한 자금에 대한 시각차도 확연히 드러났다. 

이날 정책금융공사는 동양종금으로부터 조달한 8000억원의 자금에 대한 풋백옵션 조건을 조사해 달라고 당국에 요청했다. 유재한 사장은 "아무런 편견이 없고, 어떠한 예단도 하지 않고 공정·투명하게 M&A 절차를 진행할 것"이라며 "다만 국민적 의혹이 제기되는 부분을 현대그룹이 말끔히 해소하여 더 이상 논란이 되지 않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반면 외환은행은 "현대그룹으로 부터 자금출처 증빙서류를 받았고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금융권 안팎에서는 정책금융공사가 현대건설 매각 문제에 당국을 점차 개입시키고 있다고 보고 있다. 정책공사가 당국과 사전교감 없이 독자적으로 이같은 의견을 개진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채권단의 요청으로 감독당국이 개입할 경우 조사 범위가 동양종금의 8000억원 자금에 국한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즉 감독당국이 프랑스 나티시스은행 자금을 포함해 현대그룹의 모든 조달방법에 대한 검사를 다시 원점에서 할 수 있다는 관측이다.
 
외환은행 관계자는 "향후 매각 관련 모든 사안에 대해 메릴린치, 산업은행, 우리투자증권 등 3개 주관사와 태평양 법무법인 등의 의견을 반영할 것"이라며 "정책금융공사가 동양종금의 풋백옵션에 문제 규명을 정식으로 요청할 경우 운영위원회 협의를 거쳐 처리방안을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아직까지 정책공사로부터 공식적인 사실 확인 요청이 들어오지는 않았다"며 "요청서를 받아보고 처리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